“병마개 막듯이 입단속하고 성을 지키듯이 뜻을 방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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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마개 막듯이 입단속하고 성을 지키듯이 뜻을 방비하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7.23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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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⑩

[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⑩

[한정주=역사평론가] 朱文公曰(주문공왈) 守口如甁(수구여병)하고 防意如城(방의여성)하라.

(주문공이 말하였다. “자신의 입을 단속하기를 마치 병마개를 막는 것처럼 하고 자신의 뜻을 방비하기를 마치 성을 지키는 것처럼 하라.”)

주문공은 ‘신유학’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성리학의 창시자이자 집대성자라고 할 수 있는 주희를 말한다. 문공(文公)은 주희가 사망한 후 그의 문덕(文德)을 기리기 위해 나라에서 내린 시호이다. 이 때문에 문헌과 기록상 그의 호칭은 주희 혹은 주자 혹은 주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여기 “守口如甁(수구여병)하고 防意如城(방의여성)하라”는 구절은 주희가 지은 『경재잠(敬齋箴)』에 나오는 일부 내용이다.

성리학에서는 ‘정기(正己)와 정심(正心)’, 즉 몸과 마음을 올바르게 하는 공부를 실천하는데 있어 ‘주일(主一)’과 ‘주경(主敬)’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주일(主一)은 ‘마음이 한 가지로 집중되어 어지럽게 흩어지지 않는 공부와 실천’을 뜻하고, 주경(主敬)은 ‘공경하고 삼가며 조심하는 것을 근본으로 삼는 공부와 실천’을 뜻한다.

실제 『경재잠』 역시 주희가 ‘주일’을 주제로 삼은 장경부(張敬夫)의 <주일잠(主一箴)>을 읽고 난 후 크게 감동하여 거기에 담긴 뜻을 모아 ‘주경’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방법을 밝히기 위해 지은 잠언(箴言)이다.

장경부는 이름이 식(栻)으로 주희와 절친한 사이였는데, 당대 최고의 사상가였던 주희가 아주 존경할 만큼 학식이 뛰어나고 덕망이 높았다.

특히 주희는 『경재잠』을 자신의 서재 벽에 써 붙이고 보면서 스스로 경계로 삼았다고 한다. ‘주일’과 ‘주경’을 근본으로 삼아 죽을 때까지 한시도 게을리 하지 않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서였다.

『경재잠』이 성리학사에서 얼마나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는 일찍이 퇴계 이황이 17세의 나이 어린 임금 선조(宣祖)를 계도하기 위해 올린 『성학십도(聖學十圖)』에 이 글이 실려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주희는 『경재잠』에서 일상생활에서 ‘주일’과 ‘주경’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놓고 있다. 한 번 음미해보도록 전문을 소개한다.

“의관(衣冠)을 바르게 하고, 시선을 존엄하게 하고, 마음을 잠잠하게 가라앉히고 거처하기를 마치 상제(上帝)를 대할 때처럼 하라. 발걸음은 반드시 무겁게 하고, 손가짐은 반드시 공손하게 하라. 길을 갈 때는 땅을 가려서 밟되 개미집조차 함부로 밟지 않고 돌아서 가야 한다. 집 밖에 나가서는 마치 손님처럼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일을 맡아서는 마치 제사를 모실 때처럼 조심스럽게 행동하라.

자신의 입을 단속하기를 마치 병마개를 막는 것처럼 하고, 자신의 뜻을 방비하기를 마치 성을 지키는 것처럼 하라. 성실하고 진실하여 혹시 조금이라도 경솔하게 행동하지 말라. 동쪽으로 간다 하고 서쪽으로 가지 말 것이며 남쪽으로 간다 하고 북쪽으로 가지 말라.

일을 하는 데 있어서는 그 일에 정성을 다하고 다른 일에 마음을 두지 말라. 두 가지 일을 가지고 두 가지 마음을 가지지 말 것이며, 세 가지 일을 가지고 세 가지 마음을 가지지 말라. 오직 마음을 한 가지로 집중하여 모든 사물의 변화를 헤아리고 살피도록 하라.

이렇게 실천하며 그치지 않는 것을 ‘공경함을 유지한다[持敬]’고 말하니 움직일 때나 고요할 때나 서로 어긋남이 없도록 하고, 겉과 속이 서로 바로잡아 주도록 하라.

잠깐 동안이라도 틈이 벌어지면 사사로운 욕심이 만 가지로 일어나는 실마리가 되어서 불이 붙지 않았는데도 뜨거워지고 얼음이 얼지 않았는데도 차가워질 것이다. 털끝만큼이라도 어긋나면 하늘과 땅이 뒤집어지고 삼강(三綱)의 도리가 사라지고 구법(九法) 역시 몰락하고 말 것이다.

아! 젊은이들이여!! 깊이 생각하고 또한 공경할지어다. 먹을 갈아 경계하려고 글로 써서 감히 마음에 고하노라.”

이 가운데 여기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守口如甁(수구여병)”에 대해 주희는 “망령되게 함부로 말을 입 밖으로 내뱉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또한 “防意如城(방의여성)”에 대해서는 “사악하고 잡스러운 생각이 마음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는 뜻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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