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환공의 책사 관중의 ‘일년·십년·종신·천년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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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환공의 책사 관중의 ‘일년·십년·종신·천년지계’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7.24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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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⑫
▲ 중국 역사상 최초의 패자 환공(왼쪽)과 그의 책사로 일등 공신 역할을 한 제나라의 명재상 관중.

[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⑫

[한정주=역사평론가] 人無百歲人(인무백세인)이나 枉作千年計(왕작천년계)니라.

(사람은 백세도 살지 못하면서 부질없이 천년의 계획을 세운다.)

춘추시대 주나라의 천자를 대신하여 수많은 나라와 제후들에게 실질적으로 권력을 행사했던 사람을 ‘패자(覇者: 제후들의 우두머리)’라고 불렀다.

춘추오패(春秋五覇)는 춘추시대를 주름잡았던 다섯 명의 패자를 가리키는 말인데, 이 가운데 선두 주자가 제나라의 환공이다. 환공 이외 진(晉)나라의 문공(文公), 진(秦)나라의 목공(穆公), 초(楚)나라의 장왕(莊王), 월(越)나라의 구천(句踐) 등이 춘추오패이다.

환공을 중국 역사상 최초의 패자로 만드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한 사람이 제나라의 명재상 관중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앞서 잠깐 언급한 적이 있다. 관중은 ‘법치(法治)’와 ‘부강(富强)’을 최고의 이념으로 삼아 춘추시대 제나라를 최강대국으로 변모시켰다.

환공의 책사이자 한 나라를 경영하는 정치가와 전략가로 관중이 보여준 탁월한 역량 때문에 중국사 최고의 지략가 제갈공명조차 그를 흠모해 자신을 관중에 견주어 비교하는 것을 즐거워했다고 한다.

특히 어떻게 세상을 다스려야 하는가에 관한 관중의 언행과 사상은-논란이 분분하지만-그의 유저(遺著)로 알려져 온 『관자(管子)』에 자세하게 담겨 있다.

이 책을 읽어보면 ‘권력을 닦는다 또는 다스린다’는 뜻의 <권수(權修)> 편이 나오는데, 여기에는 일년지계(一年之計)와 십년지계(十年之計)와 종신지계(終身之計)에 대한 관중의 언급이 기록되어 있다. 관중은 이렇게 말한다.

“‘일 년의 계획[一年之計]’은 곡식을 심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 ‘십 년의 계획[十年之計]’은 나무를 심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평생의 계획[終身之計]’은 사람을 키우는 것보다 더 훌륭한 것이 없다. 한 번 심어서 한 번 수확하는 것은 곡식이다. 한 번 심어서 열배를 수확하는 것은 나무이다. 한 번 심어서 백배를 수확하는 것은 사람이다.”

백세도 살지 못하는 사람이 천년의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현실성이 없는 황당무계한 계획이야 부질없는 짓이라고 하겠지만 어떻게 사람이 계획 없이 아무렇게나 살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여기 『명심보감』의 경구는 계획의 쓸모없음을 역설한 것이 아니라 천년지계(千年之計)처럼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실천하지도 못할 허황한 계획을 세우느라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관중이 말한 일년지계(一年之計)·십년지계(十年之計)·종신지계(終身之計)와 같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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