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모실 때와 임금을 섬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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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모실 때와 임금을 섬길 때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8.02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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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⑱

[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⑱

[한정주=역사평론가] 以愛妻子之心(이애처자지심)으로 事親則曲盡其孝(사친즉곡진기효)요 以保富貴之心(이보부귀지심)으로 奉君則無往不忠(봉군즉무왕불충)이요 以責人之心(이책인지심)으로 責己則寡過(책기즉과과)요 以恕己之心(이서기지심)으로 恕人則全交(서인즉전교)니라.

(아내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부모님을 모시면 극진한 효도라고 할 수 있다. 부귀를 지키려는 마음으로 임금을 받든다면 불충한 마음이 머물 자리가 없다. 다른 사람을 책망하는 마음으로 자기 자신을 꾸짖는다면 허물이 적을 것이다.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용서한다면 어느 누구와도 제대로 사귈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충효(忠孝)’는 유학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유가 사상에서는 ‘충’과 ‘효’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임금에게 충성하는 마음은 동일하다는 얘기이다.

왜 그럴까? 공자의 말을 빌리자면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음이나 임금에게 충성하는 마음의 뿌리는 다른 무엇도 아닌 ‘공경심(恭敬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자는 효도에 관한 유가의 철학을 담고 있는 경전인 『효경(孝敬)』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버지를 섬기는 것에 바탕하여 어머니를 섬기는 것이니 그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 아버지를 섬기는 것에 바탕하여 임금을 섬기는 것이니 그 공경하는 마음은 같다. 그러므로 어머니에게서는 사랑하는 마음을 취하고 임금에게서는 그 공경하는 마음을 취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과 임금을 공경하는 마음을 겸하여 섬기는 것이 아버지이다. 효도로서 임금을 섬기는 것은 곧 충성이고, 공경으로서 부모를 섬기는 것을 순리라고 한다.”

공자는 또한 지도자가 ‘효도로서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과 ‘충성으로서 신하와 백성들을 가르치는 것’ 역시 ‘공경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역설하고 있다.

“효도로서 가르친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아버지를 공경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충성으로서 가르친다는 것은 신하와 백성들이 임금을 공경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쉽게 이해하자면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음, 즉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을 임금에게 옮기면 ‘임금을 공경하는 마음’, 즉 충성이 된다는 논리라고 하겠다.

이러한 까닭에 공자는 “군자는 공경을 다해 어버이를 효도로서 섬기는 까닭에 마땅히 공경을 다해 충성을 임금에게 옮겨서 섬길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더욱이 공자는 백성이 임금에게 충성하는 마음 역시 효도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총명한 임금[明君]은 “효도로서 천하를 다스렸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공경하는 마음을 다해 효도하는 임금은 천하를 다스리고 백성과 신하들을 대할 때에도 공경하는 마음을 다하기 때문에 당연히 민심을 얻게 되어 다스리려고 하지 않아도 다스려지는 덕치(德治)를 이룰 수 있다는 얘기이다.

“有覺德行(유각덕행) 四國順之(사국순지)”, 즉 “큰 덕행으로 섬기고 다스리니 온 세상이 그를 따르네”라는 『시경』 <대아(大雅)> ‘억(抑: 가득한 위엄)’에 나오는 시 구절이 바로 이러한 뜻을 담고 있다는 게 공자의 말이다.

그럼 “다른 사람을 책망하는 마음으로 자기 자신을 꾸짖는다면 허물이 적을 것이다.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용서한다면 어느 누구와도 제대로 사귈 것이다”라는 여기 『명심보감』의 가르침은 공자의 화법으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논어』 <위령공(衛靈公)> 편에 나오는 “躬自厚而薄責於人(궁자후이박책어인)이면 則遠怨矣(즉원원의)니라”는 구절이다. 풀이하자면 “자신을 책망할 때는 엄하게 하고 다른 사람을 책망할 때는 가볍게 하면 원망이 멀어진다”는 뜻이다.

자신을 책망할 때 엄하게 하는데 어떻게 잘못이 많을 수 있겠는가. 이와는 반대로 자신을 용서할 때는 엄하게 하고 다른 사람을 용서할 때는 가볍게 한다면 역시 원망이 멀어질 것이다. 다른 사람을 용서할 때 가볍게 하는데 어떤 사람과 잘 사귀지 못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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