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를 벗어나는 즐거움 누렸다면 다가올 근심 걱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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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를 벗어나는 즐거움 누렸다면 다가올 근심 걱정하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9.19 0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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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④

[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④

[한정주=역사평론가] 旣取非常樂(기취비상락)이어든 須防不測憂(수방불측우)니라.

(이미 정상에서 벗어나는 즐거움을 누렸다면 모름지기 예기치 않게 다가올 근심에 대비하라.)

‘도행폭시(倒行暴施)’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사기』 <평진후·주보열전(平津侯主父列傳))>에 나오는 말인데 한나라 효무제 때 제나라 수도 임치(臨淄) 사람 주보언(主父偃)의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주보언은 제나라의 여러 학자들과 교류했지만 제대로 예우받지 못했고 집안이 가난해서 돈을 빌리려고 해도 빌려주는 사람이 없었고 자신의 능력을 알아봐 줄 사람을 찾아 이곳저곳을 전전하고 다녔지만 성과가 없었다. 이 때문에 나그네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채 몹시 곤란하고 궁색하게 지냈다.

그렇게 곤궁하게 지내던 주보언은 서쪽 관중(關中)으로 들어간 다음 장군 위청의 도움을 받아 여러 차례 황제에게 자신을 추천했지만 역시 황제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이에 직접 글을 써서 황제의 최대 근심사였던 법령과 흉노 토벌에 관한 일을 조정에 올렸다.

그런데 주보언의 글을 본 황제는 크게 흡족해하며 그를 발탁했다. 이때부터 주보언은 아침에 글을 올리고 저녁에 황제를 알현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당시 주보언은 위 황후를 존립한 일이나 연나라의 왕 유정국의 숨겨진 사생활 등 다른 사람의 비밀스러운 일을 드러내어 황제에게 밝히는 방법으로 공을 세우고 총애를 받아 큰 권세를 얻었다. 이 때문에 조정의 대신들은 모두 주보언이 자신들에 관해 황제에게 어떤 말을 할지 몰라 두려워하며 수천 금의 뇌물을 보내 그의 환심을 사려고 했다.

하루가 다르게 권세가 커지고 재물이 불어나자 주보언의 횡포는 더욱 더 극렬하고 악랄해졌다. 어떤 사람이 주보언에게 “그대의 횡포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라고 질책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십 년을 넘게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며 배웠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사람다운 대접도 받지 못한 채 오랜 세월 곤궁하게 지냈습니다. 대장부로 태어나서 부귀영화를 누려보지 못한다면 살아 있다 한들 무엇 하겠습니까? 나의 처지는 해는 저물고 있는데 갈 길은 아직 먼 형세와 같습니다. 그러므로 정상적으로 도리를 따르지 않고 난폭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서둘러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바로 주보언의 이 말에서 ‘정상적인 도리를 따르지 않고 서둘러서 일을 처리한다’는 뜻의 ‘도행폭시(倒行暴施)’라는 고사성어가 나왔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상적인 도리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큰 권세와 막대한 재물을 얻어서 부귀영화의 즐거움을 누렸던 주보언의 말로는 어땠을까.

주보언은 예전에 자신의 고향 제나라에서 당했던 수모와 굴욕을 앙갚음할 목적으로 당시 제나라의 왕 유차경의 음란한 생활과 방탕한 행동을 황제에게 고발해 마침내 제나라의 재상으로 임명받았다. 제나라로 간 주보언은 제나라 왕을 위협해 끝내 자살에 이르게 했다.

그런데 황제는 제나라 왕이 주보언의 위협에 못 이겨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분노했다. 그때에 이르러서야 그동안 주보언의 권세 앞에 움츠리고 있던 조정 안팎의 여러 사람들이 그가 저지른 횡포와 죄악을 하나 둘씩 황제에게 발설하기 시작했다.

결국 황제는 주보언을 처형하라는 조정 안팎의 간언과 탄원에 따라 주보언은 물론이고 그의 일족까지 몰살시켰다.

주보언이 황제에게 총애를 받고 있을 때 그의 집안에 드나드는 빈객이 수천 명에 달했다. 하지만 주보언과 그의 일족이 몰살당하자 그들의 시신을 거둬 묻어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정상적인 도리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즐거움을 누렸다면 반드시 위태로움이 닥쳐올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닥쳐올 위태로움을 근심하지 않고 계속해서 정도에서 벗어나는 즐거움을 누리려고 한다면 반드시 주보언과 같이 비참한 최후를 피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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