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을 때는 욕됨을, 편안하게 살 때는 위태로움을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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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을 때는 욕됨을, 편안하게 살 때는 위태로움을 생각하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9.2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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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⑤
 

[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⑤

[한정주=역사평론가] 得寵思辱(득총사욕)하고 居安慮危(거안려위)하라 榮輕辱淺(영경욕천)이요 利重害深(이중해심)이니라.

(총애를 받고 있을 때는 욕됨을 생각하고, 편안하게 거처하고 있을 때는 위태로움을 생각하라. 영예가 가벼우면 욕됨도 적고 이익이 무거우면 해로움도 크다.))

『논어』 제15편의 편명은 <위령공(衛靈公)>이다. ‘위령공’은 춘추시대 위(衛)나라의 영공(靈公)을 가리킨다. 물론 『논어』의 편명은 그 편의 주제로 정한 것이 아니라 편의상 그 편에 가장 먼저 나오는 단어를 이름으로 삼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유가의 최고 경전인 『논어』의 편명으로 등장할 정도로 위나라의 영공은 유명 인물이었다. 다만 그는 음란 방탕과 권력 쟁탈 등 무도(無道)한 임금으로 크게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하나의 사례로 전국시대 한비자가 저술한 제자백가서인 『한비자』 <세난(說難)> 편에 실려 있는 ‘영공과 미소년 미자하(彌子瑕)’에 얽힌 이야기를 들 수 있다.

미자하는 잘생긴 외모 덕분에 일찍부터 영공의 총애를 받았다고 한다. 미자하에 대한 영공의 사랑이 얼마나 각별했던지 그가 하고 싶다면 하지 못할 일이 없을 정도였다.

어느 날 밤 미자하가 궁궐에 있는데 어떤 사람이 그의 어머니가 병이 위중하다고 알려주었다. 이때 미자하는 임금의 명을 사칭해 슬쩍 임금의 수레를 타고 어머니를 만나러 집에 다녀왔다.

당시 위나라의 법에 따르면 임금의 수레를 함부로 탈 경우 발을 자르는 형벌에 처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영공은 미자하가 몰래 자신의 수레를 타고 집에 다녀왔다는 소식을 듣고 오히려 “미자하는 효자로구나. 발을 잘리는 끔찍한 형벌조차 깜빡 잊을 정도로 어머니를 사랑하는 효심이 특별하구나”라며 크게 칭찬했다.

또한 어떤 날에는 미자하가 영공과 함께 궁궐 정원을 산책하다가 탐스럽게 익은 복숭아를 발견하고 따서 먼저 자신이 한입 먹은 다음 맛이 아주 달다며 나머지 반쪽을 영공에게 주었다. 당시 신하들은 영공보다 앞서 복숭아를 맛보고 나머지 반쪽을 건넨 미자하의 행동은 ‘임금을 무시한 방약무도한 짓’이라며 처벌을 간언했다.

그러나 이때도 영공은 오히려 “오죽이나 과인을 사랑했으면 그 맛있는 복숭아를 과인에게 맛보라고 권했겠는가?”라면서 미자하를 두둔하며 크게 칭찬했다.

이 때문에 점점 더 미자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방약무도하게 함부로 권세를 부리고 다녔다.

그런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세월이 흘러 미자하가 나이가 들면서 미색이 쇠퇴하자 영공의 총애 역시 식고 말았다. 결국 영공은 미자하에게 죄를 물어 궁궐에서 내쫓았다.

그런데 이때 영공이 죄목으로 삼은 것이 다름 아니라 과거 미자하가 자신의 수레를 몰래 이용한 일과 먹다 남은 복숭아 반쪽을 자신에게 건넨 일이었다. 당시 영공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미자하 이 놈은 예전에 과인의 수레를 몰래 훔쳐 타고 또한 자기가 먹다 남긴 더러운 복숭아 반쪽을 함부로 과인에게 건넨 자다.”

영공에게 총애를 받을 때는 크게 칭찬을 받았던 미자하의 행동이 총애를 잃자 오히려 죄가 되어 쫓겨나는 빌미로 둔갑한 꼴이다. 이 사건을 두고 한비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미자하의 행동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었지만 예전에는 임금에게 크게 칭찬을 받았고 나중에는 크게 벌을 받았다. 그 까닭은 사랑하고 미워하는 임금의 마음이 변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임금의 총애가 지극할수록 오히려 평소 그 총애가 식었을 때 찾아올 욕됨과 위태로움을 생각하고 더욱 공손하고 겸손하게 처신해야 비로소 일신을 보존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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