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성공할 수는 없어도 크게 실패하는 일 없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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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성공할 수는 없어도 크게 실패하는 일 없으려면…”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9.2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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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⑧
▲ 장량이 황석공에게 받았다는 『소서』. 장량은 이 책을 받은 다음 천하제일의 군사 지략가요 정치 전략가로 변신해 유방의 책사가 되고 한나라 개국의 일등 공신이 되었다.

[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⑧

[한정주=역사평론가] 欲知未來(욕지미래)인대 先察已然(선찰이연)하라.

(미래를 알고 싶다면 먼저 지나간 과거를 살펴보라.)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사상과 이론은 과거를 헤아리고 살펴서 현재를 통찰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가나 도가 또는 법가나 묵가 혹은 병가 등 춘추전국시대를 풍미했던 제자백가의 사상 역시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이러한 사상과 이론의 역할은 천하의 패권을 둘러싸고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쟁탈전을 벌이는 곳에서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장량이 황석공에게 『소서』라는 책을 얻은 다음 천하제일의 군사 지략가요 정치 전략가로 변신해 유방의 책사가 되고 한나라 개국의 일등 공신이 되었다는 사실은 앞서 언급한 적이 있다.

이것으로 미루어 생각해보면 『소서』에는 ‘과거를 살펴서 현재를 통찰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가르침이 많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짐작해볼 수 있다.

먼저 『소서』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賢人君子(현인군자)는 明於盛衰之道(명어성쇠지도)하고 通乎成敗之數(통호성패지수)하고 審乎治亂之勢(심호치란지세)하고 達乎去就之理(달호거취지리)니라.”

풀이하면 “현인과 군자는 융성하고 쇠퇴하는 도리에 밝고, 성공하고 실패하는 운수에 통달하고, 다스려지고 혼란스러워지는 형세를 헤아려 살피고, 물러나고 나아가는 이치에 막힘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才足以鑑古(재족이감고)”, 즉 “재능은 마땅히 과거를 거울로 삼는다”고 했다. 아울러 “推古驗今(추고험금)은 所以不惑(소이불혹)이니라”라고 했는데 풀이하자면 “과거를 미루어 현재를 증험하는 이유는 의혹을 없애려고 하기 때문이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과거를 배우고 익히며 헤아리고 살피는 까닭은 다른 곳에 있지 않고 오직 현재와 미래의 불확실성과 불투명성 때문에 사람이 갖게 되는 의혹의 두려움을 불식시키는데 있다는 것이다.

의혹을 갖게 되면 마음이 흔들리고, 마음이 흔들리면 생각이 혼란스러워지고, 생각이 혼란스러워지면 판단이 흐려지고, 판단이 흐려지면 결정이 어긋나고, 결정이 어긋나면 모든 일이 망가지게 된다.

이러한 까닭에 『소서』를 깊이 연구해 주석과 해설을 덧붙인 북송 말기 때의 학자이자 정치가인 장상영은 이 구절에 대해 “옛사람의 행적에 근거를 두고 옛사람의 마음을 미루어 헤아려서 오늘날의 일을 증험한다면 어떻게 의혹을 가질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과거의 일을 헤아리고 살펴서 현재의 일을 통찰하고 미래를 예측해 일을 계획하고 추진한다면 반드시 성공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해도 크게 실패하는 일 역시 없을 것이라는 게 『명심보감』과 『소서』가 전하는 가르침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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