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얼굴은 알아도 마음은 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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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얼굴은 알아도 마음은 알기 어렵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10.1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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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⑱

[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⑱

[한정주=역사평론가] 畵虎畵皮難畵骨(화호화피난화골)이요 知人知面不知心(지인지면부지심)이니라 對面共話(대면공화)하되 心隔千山(심격천산)이니라 對面共話(대면공화)하되 心隔千山(심격천산)이니라. 海枯終見底(해고종견저)나 人死不知心(인사부지심)이니라.

(호랑이를 그린다고 해도 가죽은 그릴 수 있지만 뼈는 그리기 어렵고, 사람을 안다고 해도 얼굴은 알 수 있지만 마음은 알 수 없다. 얼굴을 마주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고 해도 마음은 천 개의 산이 겹겹이 가로막고 있다. 바다는 마르면 마침내 그 바닥을 볼 수 있지만 사람은 죽어도 그 마음을 알 수 없다네.)

“바다는 마르면 마침내 그 바닥을 볼 수 있지만 사람은 죽어도 그 마음을 알 수 없다네”라는 뜻의 “海枯終見底(해고종견저) 人死不知心(인사부지심)”은 당나라 말기 때 활동한 저명한 시인 두순학(杜荀鶴)의 ‘감우(感寓: 감흥이 일어나 시에 붙여)’라는 시의 일부 구절이다.

두순학은 20대 초반부터 과거급제를 통해 입신출세하려고 힘썼지만 31세에 이르러서야 겨우 과거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그러나 과거에 낙방한 이후 실의와 좌절에 빠져 전국을 방황하고 다녔고 한때는 은둔 생활까지 했다. 그 와중에도 입신출세에 대한 미련만은 차마 버리지 못해 여러 차례 과거시험을 봤다. 하지만 모두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45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과거시험에서 8등으로 급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나라 말기의 정치적·사회적 혼란 때문에 바로 관직을 받지 못하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다시 낙향해 구화산에서 은거 생활을 했다.

그 후 지방에서 벼슬살이를 하다가 주전충이 당나라를 멸망시키고 양나라를 세우자 한림학사(翰林學士)와 주객원외랑(主客員外郞) 등의 관직을 제수받아 활약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곧 세상을 떠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거듭된 과거 낙방 때문에 쌓인 울분, 실의와 좌절에 빠져 떠나게 된 전국 유랑과 은둔 생활, ‘황소(黃巢)의 난’ 등 당나라 말기의 정치적·사회적 혼란 등 두순학의 삶은 불행과 불운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민란(民亂)이 창궐하고 왕조가 교체되는 격동의 시기에는 하루아침에 세상과 사람이 뒤바뀌는 정치적·사회적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도 그 속마음을 알기가 어려운 법이다.

『명심보감』에서 인용하고 있는 ‘감우’라는 시 역시 그러한 두순학의 인생 경험과 깊게 관련되어 있다. 이 시는 4행으로 이루어진 오언절구(五言絶句)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오언절구는 한 행이 다섯 글자에 총 4행으로 구성되어 있는 시의 한 형식이다.

“海枯終見底(해고종견저) 人死不知心(인사부지심)”은 이 시의 3행과 4행에 해당한다. 소개되고 있지 않은 1행과 2행을 합친 이 시의 전문은 아래와 같다.

大海波濤淺(대해파도천)   대해의 파도는 얕지만
小人方寸深(소인방촌심)   소인의 마음은 깊다네.
海枯終見底(해고종견저)   바다는 마르면 마침내 그 바닥을 볼 수 있지만
人死不知心(인사부지심)   사람은 죽어도 그 마음을 알 수 없다네.

대해의 파도와 소인의 마음을 대조하는 형식으로 드넓은 바다의 큰 파도는 오히려 얕아서 알기 쉬운 반면 소인의 좁은 마음은 오히려 깊어서 알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아무리 속이 좁은 사람이라고 해도 그 마음을 깊숙이 숨기면 비록 성현(聖賢)이라고 해도 도저히 알 도리가 없다는 뜻이다.

또한 아무리 넓고 깊은 바다라고 해도 마르면 그 바닥을 알 수 있는 반면 사람의 마음은 방촌(方寸), 즉 한 치의 넓이와 깊이밖에 되지 않지만 죽은 다음에도 그 속을 알 수 없다는 얘기이다.

혼란과 불신이 횡행하는 당나라 말기를 살았던 두순학의 처지에서는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도대체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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