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1000만원’ 페이퍼컴퍼니가 CB 500억원 납입?
상태바
‘자본금 1000만원’ 페이퍼컴퍼니가 CB 500억원 납입?
  • 박철성 칼럼니스트·아시아경제TV 리서치센터 국장
  • 승인 2018.11.19 0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철성의 주간증시] 에스엔피월드 157% 폭등…M&A 공시 직전 2거래일 만에 64%↑

[박철성의 주간증시] 에스엔피월드 157% 폭등…M&A 공시 직전 2거래일 만에 64%↑

자본금 1000만원과 소호(SOHO)에 주소만 올린 페이퍼컴퍼니가 CB(전환사채) 자금 500억원을 납입한단다. 상식적으로 가능할까?

소호(Small Office Home Office)는 영어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작은 사무실이나 홈 오피스를 뜻한다. 또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는 서류 형태로만 존재는 회사다.

한국거래소가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한 에스엔피월드(263920)는 지난 2일 500억원 규모 제1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대상은 주식회사 피앤엠씨. 앞서 지적한 바로 그 페이퍼컴퍼니였다.

에스엔피월드는 이어 14일 해당 CB 납입일과 만기일 등 일정 조정 관련 정정 공시를 했다.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는 무엇인가. 무기명식은 수표처럼 이름이 적히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권부는 이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 무보증은 보증이 없고 사모는 개인적 모집, 즉 특정인이 납입한다는 뜻이다. 전환사채(CB)는 일정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을 말한다. 사채와 주식의 중간 형태다.

포인트는 ‘피앤엠씨가 에스엔피월드에 CB 자금 500억원을 낸다’는 것이다.

▲ 피앤엠씨가 주소만 올린 공장형 아파트 내 사무실 입구.

그런데 확인 결과 피앤엠씨는 송파구 문정동 소재 아파트형공장 내 모 소호사무실에 주소만 올린 형태였다.

업계 용어로 일명 ‘오픈 데스크’다. 피앤엠씨는 룸을 임대한 것도 아니었다. 주소만 올리고 공동의 공간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호사무실 관계자는 “이곳에 김 모 대표는 잘 나타나지도 않는다”면서 “룸을 임대할 경우 비용이 훨씬 비싸다. 그래서 오픈 데스크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흔한 표현으로 간판만 걸었다는 얘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CB 자금 500억원의 납입이 가능할까? 실제 납입을 한다면 어떤 성격의 자금일까?

최근 에스엔피월드 주가가 157% 폭등했다. 비정상적이고 수상한 폭등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자칫 ‘개미 무덤’에 대한 경계를 당부했다. 특히 에스엔피월드 주가는 M&A(인수·합병) 공시가 나기 직전 이틀에 걸쳐 60% 넘게 급등을 연출했다.

에스엔피월드의 M&A 공시와 CB 500억원, 70억원 규모 유상증자까지 줄줄이 공시가 나간 것은 지난 2일이었다. 직전인 10월30일 장중 에스엔피월드 주가는 4035원이 저점이었다.

그리고 11월1일 에스엔피월드는 6610원에 마감했다. 불과 2거래일 만에 주가는 64%가 폭등했다. 에스엔피월드 M&A를 예견한 개미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재기라도 한 것일까?

▲ 에스엔피월드 일봉 그래프.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미디어캠프 신원 제공>

지난 13일 거래소는 에스엔피월드에 ‘거래정지예고’ 조치를 했다. 거래소는 “에스엔피월드는 현재 투자 경고 종목으로서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경우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면서 “투자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또 에스엔피월드 그래프엔 세력의 발자국이 선명하다는 분석 보고다.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에스엔피월드의 기관과 외국인은 이미 수익실현에 돌입했다. 기관은 10월25일~11월15일 사이 6만9315주를 팔아 치웠다. 이때 평균 매도가격은 7069원으로 분석됐다.

외국인도 이미 차익실현에 들어갔다. 외국인은 9월13일~10월24일 에스엔피월드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때 평균매수가격은 5904원.

외국인이 매도에 나선 것은 10월25일~11월15일이었다. 총 7만993주를 순매도했다. 이때 평균 매도가격은 6358원. 주당 454원의 이익을 챙겼다는 분석 보고다.

에스엔피월드의 주가가 고점이 유지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개인 창구를 이용한 미확인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해당 세력은 지난 8월10일부터 매집을 했다. 그들의 평균 매수가격은 7011원 부근으로 분석됐다.

또 그들은 10월24일부터 강력한 추가매수세를 일으켰다. 이는 주가폭등의 결정적 원동력이었다. 이때 평균 매수가격은 7414원 언저리.

중요한 것은 앞으로 개미투자자들의 대응이다. 전문가들은 공격보다는 방어에 집중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또 세력의 이익 실현 물량이 쏟아지는 순간 ‘개미지옥’이 된다는 강력한 경고메시지가 추가됐다.

CB 자금 500억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런데 소호사무실에 주소만 올린 자본금 1000만원짜리 페이퍼컴퍼니인 피앤엠씨가 단독으로 CB 자금 500억원 납입이 가능할까?

지난 2일과 14일 에스엔피월드 공시에는 사채발행 대상 법인 또는 단체가 권리 행사로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를 명시했다. CB 자금 500억원을 피앤엠씨 1인, 단독 출자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피앤엠씨 김 모 대표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단독 출자가 아니라고 전했다.

지난 16일 오후 4시 김 모 대표와 전화인터뷰를 했다. 김 모 대표는 CB 자금 500억원 납입에 대해 “안 될 것 같으면 시작을 안 했다”면서 “납입에 대해 지금 협의 중인데, 단독 출자는 아니고 자금 조성 구조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시와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다.

또 그는 자본금 1000만원짜리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에 대해 “자본금 1000만원은 맞고 서류상 회사는 아니다”면서 “매출이 없지만 컨설팅이나 투자·전환사채 납입 쪽 일이고 지금은 수출 관련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떤 소재를 수출하느냐?”는 질문에 김 모 대표는 “골재 수출·입을 하려고 했는데 일정이 딜레이(지체)돼서 아직 매출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은 ‘이랬다 저랬다’, 애매한 답변이었다.

더욱이 김 모 대표는 사업자 등기사항의 사업 목적에 포함되지도 않은 ‘골재 수출·입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 에스엔피월드는 화장품 스펀지·용기를 제조하는 곳이다. 상장한 지 1년밖에 안 됐는데도 실적이 부진하다. <에스엔피월드 홈페이지 캡처>

에스엔피월드는 2002년 6월25일 설립됐다. 코스닥 시장 상장일은 2017년 9월28일. 상장 1년5개월된 기업으로 메이크업 스펀지 및 퍼프, 용기제품 등 메이크업 소품을 제조·수출하는 화장품 부자재 전문기업이다. 화장품 부품 매출이 주된 사업영역이다.

에스엔피월드는 국내외 화장품 제조업체, 제조판매업체, 부자재업체 등을 고객으로 하는 B2B 사업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2017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했다. 2016년 급등 실적이 밑거름이었다.

이처럼 상장을 준비할 당시 에스엔피월드 실적은 눈에 띄게 좋았다. 하지만 정작 시장의 시선은 차갑다. 상장에 초점을 맞춘 실적인 듯싶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반응이다.

상장 직전 2016년 에스엔피월드 영업이익률은 17.42%에 달했다. 2015년 이익률 5.65%보다 12% 포인트가 증가한 수치였다.

하지만 정작 상장 이후 에스엔피월드의 이익률은 급감했다. 2017년도 영업이익률은 3.89%에 불과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이익률은 4.4%로 집계됐다. 이익률 감소만큼 실적도 떨어졌다. 지난해 매출액은 271억원. 이는 전년과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1억원. 전년 대비 무려 77.7%가 줄어들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지난해 7억원으로 전년 대비 82.2%나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6억원이었다. 그러나 순손실이 3억원이 발생했다. 지난 2월 화장품 용기 사출 업체 아이폭스코리아에 투자한 9억7000만원 전액을 손상차손으로 회계 처리했기 때문이다.

에스엔피월드측 A관계자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최근의 주가 폭등에 대해 A관계자는 “경영권 이양과 타법인 주식 취득이 있었는데, 새로운 사업부에 대한 기대감들이 선반영 된 게 아닌가 싶다”면서 “원래는 12월17일 임시주총을 하려 했는데 일정상 날짜가 맞지 않았고 그래서 주총 날짜를 20일로 순연하다 보니 유상증자나 전환사채에 대한 일정들이 연기가 된 것”이라고 최근의 정정 공시에 대해 설명했다.

“최대주주가 변경되면 주가가 폭등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것까지는 모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