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나 오솔길처럼 작고 좁은 사람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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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배나 오솔길처럼 작고 좁은 사람에게는…”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12.12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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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㉝
▲ 공자(왼쪽)와 제자 안연.

[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㉝

[한정주=역사평론가] 小船(소선)은 難堪重載(난감중재)요 深逕(심경)은 不宜獨行(불의독행)이니라.

(작은 배는 무거운 짐을 감당하기 어렵고, 깊은 산 오솔길은 홀로 다니기에 마땅하지 않다.)

어느 날 제자 안연이 제나라 제후에게 전설 속 성군인 요순의 도리와 정치에 대해 말하려고 떠나게 되자 공자는 큰 걱정에 휩싸였다. 이에 또 다른 제자 자공이 “스승님께서는 왜 그토록 크게 걱정을 하십니까?”라고 여쭈었다.

그러자 공자는 다음과 같은 관자의 말을 들려주었다.

“褚小者不可以懷大(저소자불가이회대) 綆短者不可以汲深(경단자불가이급심).” 곧 “주머니가 작으면 큰 물건을 담을 수 없고, 두레박줄이 짧으면 깊은 곳의 물을 길어 올릴 수 없다”는 뜻이다.

공자는 제나라 제후의 국량(局量: 그릇)이 요순의 도리와 정치를 감당할 만하지 못한데 안연이 그것을 가르치려고 할 경우 큰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크게 걱정을 한 것이다.

즉 제나라 제후가 스스로 요순의 도리와 정치를 감당할만한 국량(그릇)을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안연의 가르침이 잘못되었다고 의심해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작은 배나 좁은 오솔길처럼 재주가 적거나 지혜가 짧은 사람에게는 제아무리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가르침을 베푼다고 해도 그 가르침을 수용할 만한 국량(그릇)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큰일을 도모하거나 이루기 어려운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이나 가르침은 반드시 그 사람의 국량(그릇)에 걸맞게 이루어져야 하고 또한 그 사람이 감당할 만한 수준과 방법으로 짜여 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 공자는 “옛 성인(聖人)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재주와 능력과 지혜를 요구하지 않았을 뿐더러 모든 사람에게 같은 일을 하게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사람이 재주와 능력과 지혜가 뛰어나면 거기에 맞게 일을 주고, 재주와 능력과 지혜가 평범한 사람에게는 또한 거기에 맞는 일을 하도록 하고, 다시 재주와 능력과 지혜가 부족한 사람에게는 거기에 맞는 일을 하게끔 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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