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의 귀재·상술의 상징’ 도주공의 편안함과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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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의 귀재·상술의 상징’ 도주공의 편안함과 즐거움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12.14 0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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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㉞
▲ 19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천금을 벌어, 그 중 두 차례는 가난한 친구들과 먼 형제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준 도주공의 동상.

[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㉞

[한정주=역사평론가] 黃金(황금)이 未是貴(미시귀)요 安樂(안락)이 値錢多(치전다)니라.

(황금이 귀한 것이 아니고, 편안함과 즐거움이 돈보다 더 가치가 있다.)

중국 고대 거부들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사기』 <화식열전>을 읽어보면 ‘상업의 귀재’ 도주공(陶朱公)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오나라 왕 부차(夫差)에게 쫓겨 회계산에서 큰 고통과 치욕을 겪은 월나라 왕 구천(句踐)은 오직 부국강병을 이루어 복수하겠다는 일념을 품고 범려(范蠡)와 범려의 스승 계연(計然)을 중용했다.

당시 범려와 계연은 구천에게 세상의 물품과 금전을 마치 흐르는 물처럼 원활하게 유통시켜야 부국강병의 뜻을 이룰 수 있다고 진언했다.

구천은 범려와 계연의 계책과 방법에 따라 10여 년 동안 나라를 경영했다. 그 결과 농업과 상업과 목축업이 크게 부흥해 월나라의 경제는 부유해지고 군대는 강성해졌다.

마침내 구천은 오나라 부차에게 당한 지난날의 치욕을 되갚고, 더 나아가 제후들의 우두머리인 패자(覇者)의 지위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그런데 범려는 구천과 더불어 회계산의 고통과 치욕을 씻고 난 다음 자신과 계연이 세운 계책과 방법 중 다섯 가지를 사용해 월나라 왕 구천의 뜻을 이루었으니 이제 자신을 위해 그 계책과 방법을 써보기로 결심하고 월나라를 떠났다.

범려는 성과 이름까지 바꾸고 작은 배를 타고 천하 강호를 돌아다녔다. 제나라로 가서는 치이자피(鴟夷子皮)라고 부르다가 도(陶) 땅으로 들어가서는 주공(朱公)이라 불렀다. 범려가 도 땅으로 들어간 까닭은 이곳이 천하의 중심으로 사방 여러 나라와 쉽게 교통하고 물자를 교역할 수 있는 상업의 요충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도 땅에 머물면서 도주공으로 재차 변신한 범려는 시세의 흐름에 맞는 상품 거래와 물자 유통으로 엄청난 이익을 거두어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막대한 재산을 축적했다.

그런데 흥미롭게 사마천은 <화식열전>에서 도주공의 성공 비결에 대해 “사람의 노력에 기대지 않고 단지 거래 상대를 골라서 자연의 시세에 맡긴 데 있다”고 분석했다.

도주공은 시장의 흐름(유행)과 사람의 소비 심리를 잘 읽는 재능과 지혜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애써 물건을 팔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물건이 팔리게 하는 상술(商術)로 거부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오늘날까지 도주공은 ‘상업의 귀재이자 상술의 상징’으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도주공은 19년 동안 무려 세 차례에 걸쳐 천금을 벌었는데, 그 중 두 차례는 천금을 가난한 친구들과 먼 형제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다는 것이다.

도주공이 이렇게 한 까닭은 평소 “사람은 부유해지면 마땅히 그 덕(德)을 즐겨 실천해야 한다”는 옛 성인의 가르침을 뼛속 깊이 새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도주공은 부유하면서도 황금보다 사람이 더 귀한 줄 알고 세상 사람들에게 그 덕을 베풀면 편안함과 즐거움이 있지만 반면 부유하면서도 황금 귀한 줄만 알고 세상 사람들에게 인색하거나 교만하면 반드시 해로움과 재앙을 입게 된다고 여겼다.

세상 사람들에게 덕을 베풀고 나누는 부자는 세상들로부터 인심을 얻기 때문에 매사가 편안하고 즐겁다. 황금보다는 세상 사람들에게 베풀고 나누는 덕을 더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그의 부유함은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황금 귀한 줄만 알 뿐 베풀고 나눌 줄 모르는 사람은 오히려 세상 사람들의 큰 불만과 비난과 원망을 사기 때문에 그의 부유함은 절대로 오래 유지될 수가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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