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자본주의 고쳐쓰기’…장하성 교수의 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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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자본주의 고쳐쓰기’…장하성 교수의 대안은?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9.2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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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성 고려대 교수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빠르다’는 토마 피케티 열풍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부의 불균형으로 인한 양극화를 둘러싼 갈등 양상이 첨예하게 달아오르고 있다.

피케티는 21세기에는 자본의 힘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자본의 소득 몫이 커지며 자본이 자본을 낳는 소위 세습자본주의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는 자본의 몫이 계속 커지고 소득불평등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80%에 이르는 누진적 소득세율의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주택, 부동산, 실물자본, 특허권, 금융자산 등에 대한 세계 자본세도 제안했다.

피케티를 둘러싼 찬반 논쟁과 현실에서의 적용 가능성 등 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역으로 그만큼 세계 경제는 불평등·불균형이 만연돼 있다는 반증이다.

피케티가 자본주의와 전 세계 경제의 불균형과 불평등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한국 자본주의』(헤이북스)의 저자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국내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 자본주의도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는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은 선진국들에는 없는 극도로 불공정한 시장의 경쟁 구조,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 그리고 비정규직과 자영업 노동자 비중이 불안정한 고용구조 등의 문제도 안고 있다.

선진국들이 복지로부터 후퇴하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이제 복지를 시작하고 있다. 또 선진국들의 정부가 시장을 규제하는 역할을 줄여가기 시작한 1980년대 한국은 계획경제를 하고 있었고 선진국에서와 같은 경쟁 시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모순들은 그 원인과 과정이 선진국들과는 크게 다르다는 게 장 교수의 문제의식이다.

선진국들의 문제들이 시장 근본주의적인 정책의 산물이라면 한국의 문제들은 시장경제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발생한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 1960년대 초부터 본격적인 산업화를 시작했다.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전두환 정부의 ‘경제사회 발전 5개년 계획’, 김영삼 정부의 ‘신경제 5개년 계획’까지 30년 이상 계획경제를 해왔다.

계획경제 시절에는 정부가 음식 값, 목욕탕 요금, 여관 숙박료, 미용실 요금, 심지어는 다방 커피 값까지 결정했다.

이러한 정부의 시장 개입 관행은 시장경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박 정부의 ‘MB 물가지수’다. 쌀, 라면, 배추, 화장지와 같은 생활필수품의 가격을 정부가 관리하겠다고 MB 정부 초기에 추진한 정책이다.

한국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시행한 자유화와 민영화, 개방화 등의 정책들은 미국과 유럽에서의 신자유주의적 정책들과는 그 배경과 과정과 결과도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경제 권력이 정부에서 시장으로 이동된 것이 아니라 재벌로 이동됐던 것이다.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 이후 한국 경제는 ‘신자유주의 문제가 아니고 시장의 규칙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천민자본주의의 문제’가 더 심각하게 나타나게 됐다고 장 교수는 주장하고 있다.

특히 ‘신자유주의 과잉 및 구자유주의의 결핍이 한국 경제의 핵심 문제’이며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간 것이 아니라 재벌에게 넘어갔는데도 이를 규제하지도 제어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 경제의 또 다른 핵심 문제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한국 경제의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자유방임적 자본주의와 복지 정책의 실패로 위기를 초래한 선진국과는 달리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제대로 구축해보지도 못한 한국의 경제 발전 과정과 성장구조를 이해해야만 그 답이 보인다고 주장한다.

 
장 교수는 지난 30년간 선진국 자본주의가 드러낸 모순의 핵심인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 현상을 해소함으로써 지향할 ‘자본주의 고쳐 쓰기’의 지향점으로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로 설정한다.

그러면서 초과내부유보세 도입, 기간제노동자보호법 수정, 증세,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배상제 도입 등을 주장한다.

특히 OECD 34개 국가 중에 21번째로 낮은 법인세에 대한 누진세 강화를 제안한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장 교수의 이 책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공생하기 위해서는 한국 자본주의에서 공정과 정의라는 기본 가치체계가 정립돼야 함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정의롭고 공정한 소유, 경쟁, 분배의 구체적 방안이 이 책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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