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현명하면 남편의 재앙이 줄고, 자식이 효도하면 부모의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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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현명하면 남편의 재앙이 줄고, 자식이 효도하면 부모의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3.2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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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⑬

[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⑬

[한정주=역사평론가] 壯元詩云(장원시운) 國正天心順(국정천심순)이요 官淸民自安(관청민자안)이라 妻賢夫禍小(처현부화소)요 子孝父心寬(자효부심관)이니라.

(장원시에서 말하였다. “나라가 바르게 다스려지면 하늘의 마음이 순조롭고, 관리가 청렴하게 다스리면 백성이 저절로 편안하다. 아내가 현명하면 남편은 재앙이 줄어들고, 자식이 효도하면 부모의 마음이 너그럽다.)

관중이 임금을 잘 보필하고 나라를 잘 다스렸던 덕분에 환공은 제후의 우두머리인 패자가 되고 제나라는 최강대국으로 변모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관중은 제나라를 어떻게 다스렸을까. 관중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네 가지 강령’이 있다고 했다.

첫 번째 강령은 ‘예(禮)’이다. ‘예’란 절도와 규범을 넘어서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 강령은 ‘의(義)’이다. ‘의’란 스스로 의롭지 않은 방법이나 부정한 수단을 써서 관직에 나아가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세 번째 강령은 ‘염(廉)’이다. ‘염’이란 잘못이나 허물을 은폐하지 않는 것이다.

네 번째 강령은 ‘치(恥)’이다. ‘치’란 요사스럽고 사특한 것을 따르지 않는 것이다.

나라와 나랏일을 하는 관리가 ‘예’를 지키면 임금의 자리가 평안하고, ‘의’를 지키면 백성들 사이에서 교활함과 속임수가 사라지고, ‘염’을 지키면 행실이 저절로 온전해지고, ‘치’를 지키면 사악한 일이 없어지게 된다.

만약 이렇게 한다면 아무리 나라를 바르게 다스리려고 하지 않으려고 해도 바르게 다스려지지 않을 수 없고, 관리가 청렴해지지 않으려고 해도 청렴해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마광이 지은 『가범』의 <처(妻)> 편에서는 아내가 지켜야 할 규범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내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첫째 유순함, 둘째 청결함, 셋째 검약함, 넷째 공손함, 여섯째 부지런함을 들고 있다.

이 여섯 가지 덕목에다가 현명함까지 갖추고 있다면 그 아내야말로 천하제일 가는 아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특히 사마광은 여러 사례를 통해 아내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현명한 아내의 역사적인 사례로 진(晋)나라 문공(文公)의 부인 강씨(姜氏)를 소개하고 있다.

앞서 진나라 헌공의 애첩 여희가 자신의 아들을 임금으로 만들기 위해 태자 신생과 그의 이복형제 중이와 이오를 죽이려고 한 사건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이때 중이는 여희의 난을 피해 제나라로 망명했다. 제나라 환공은 중이를 왕실 여인 강씨와 결혼시키고 많은 재물을 하사해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환공이 중이를 환대한 까닭은 무엇일까. 왕위계승권자 중의 하나인 중이를 제나라에 잡아두면 진나라 내부의 권력투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이에 중이를 따라온 진나라 사람들은 한결같이 하루라도 빨리 제나라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느 날 중이와 신하들이 뽕나무 아래에서 제나라 환공의 마수(魔手)를 벗어나 탈출할 계획을 모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하게 누에치는 여인이 나무 위에 있다가 이것을 듣게 되었다. 이 누에치는 여인은 중이의 동태를 염탐하기 위해 제나라 환공이 심어놓은 첩자 중 한 사람이었다.

누에치는 여인은 즉시 중이의 부인 강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중이의 탈출 모의가 제나라 환공의 귀에 들어가면 어떤 환란이 닥칠지 모를 위급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중이가 탈출하려고 한다는 고변을 들은 강씨는 그 자리에서 즉시 누에치는 여인을 죽였다. 그리고 중이를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뜻은 천하에 있습니다. 떠나십시오. 제가 이 나라에서 당신과 함께 편안한 생활을 바라는 것은 당신의 이름을 무너뜨리는 일일 뿐입니다.”

하지만 중이는 떠날 수 없다면서 거절했다. 강씨는 중이의 뜻이 워낙 완강해 더 이상 설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강씨는 중이의 외삼촌인 구범과 공모해 중이에게 술을 먹여 취하게 한 다음 아무도 모르게 제나라를 떠나도록 했다.

제나라 환공의 마수에서 벗어난 중이는 결국 진나라로 돌아가 왕위에 오를 수 있었다. 이 중이가 바로 앞서 춘추오패 중의 한 사람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는 진나라의 문공(文公)이다.

왕위에 오른 문공은 마침내 패업(霸業)을 성취해 제나라 환공에 이어 두 번째로 제후의 우두머리인 패자(覇者)가 될 수 있었다. 진나라 문공은 결국 부인 강씨의 현명함 덕분에 재앙을 모면할 수 있었고, 훗날 제후의 우두머리인 패자(覇者)의 지위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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