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실천은 일상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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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실천은 일상에서 이루어진다”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9.2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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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기술이 결합한 일본 디자인의 모든 것

 
일본 제품은 비범한 디자인과 뛰어난 품질을 상징한다. 가정에서 쓰이는 각종 용품들과 가구, 전자제품, 개인용 액세서리, 사무용 장비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제품을 생산한다.

현대 일본의 제품 디자인은 높은 미적 수준과 첨단 기술을 결합시킴으로써 일상용품을 부엌 조리대뿐 아니라 미술관에 가져다 놓아도 근사하게 보일, 기능성 있는 예술작품으로 탈바꿈시킨다.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의 건축가 나오미 폴록의 『일본의 제품 디자인』(미메시스)은 일본의 생활 속 디자인 중 뛰어난 디자인 제품 100개를 선별해 디자이너와 함께 제품을 소개한다.

 자판기, 체온계, 스카치테이프 디스펜서, 계량스푼, 도시락통, 멀티탭, 탁상용 가스레인지, 파쇄기, 실내용 사다리, 가위, 가습기, 토스터, 압정, 세면대, 부엌칼, 지우개, 요리용 볼, 휴지통, 프라이팬, 족집게, 옷걸리 등등 실용성이 곧 디자인이 되어 버린,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한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조명, 의자, 시계, 컵, 식탁, 손목시계, 자전거 등 세계의 많은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욕심을 버리지 않고 꾸준히 디자인을 하고 있는 생활용품들 역시 젊은 일본 디자이너들의 색다른 디자인을 입고 소개돼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제품 디자이너들은 과거 선조들의 ‘모노즈쿠리’처럼 새롭게 변화된 환경과 시장의 취향에 대응해 그들 나름의 모노즈쿠리를 경쾌하면서도 진지하게 이어가고 있다.

‘물건’이라는 뜻의 ‘모노’와 ‘만들다’라는 뜻의 ‘쓰쿠리’를 합쳐 만든 모노즈쿠리라는 합성어는 뜻 그대로 물건을 만드는 데에 깃드는 정신을 말한다. 이 개념은 물건을 만드는 행위와 그 행위에 동기를 부여하는 정신에 큰 가치를 두고 있는, 정신과 행동 모두를 아우르는 말이다.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되어 온 기술과 솜씨 그리고 영혼을 일상의 디자인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은 어쩌면 새로운 세대의 디자이너들의 과제인지 모른다.

저자는 이 책 속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전통공예의 가치를 재해석하는지, 그리고 새로운 시장과 대면해야 하는 장인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관계를 맺어 가는지, 지역 공예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자긍심을 바탕으로 스스로 정한 과제를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들려준다.

도마야 현의 금속 장인과의 협업을 이룬 데라다 나오키의 아이스크림 스푼 ‘15.0%’, 나가노 현의 목재 장인과의 협업을 한 사카이 도시히코의 ‘하나의 신을 위한 제단’, 스가하라 글래스웍스의 유리 장인과 협업을 한 스즈키 게이타의 ‘후지아먀 글라스’, 일본의 전통 과자 장인과 협업을 했던 오가타 신이치로의 ‘히가시 야 모나카’, 히로시마 마루니 목재 산업의 목재 장인과의 협업을 이루었던 후카사와 나오토의 ‘히로시마 암체어’, 니가타의 대장장이들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가와카미 모토미의 ‘모카칼’, 시코쿠의 매듭 장

 
인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다나카 유키의 ‘유 아 이’ 등이 전통과 기술을 결합시킨 결과물이자 일상의 쾌적함과 즐거움을 준 물건들이다.

이 책에 소개된 제품들은 직접 일본 현지에서나 웹사이트를 통해 구매를 할 수 있으며 국내에도 공식적으로 수입돼 소개된 것들도 있다.

이들의 디자인 제품은 이제는 돈을 주면 살 수 있다.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이라고 해서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외국 디자이너의 제품이라 구하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물건에 생명에 주고, 그것이 빛나도록 하는 것은 바로 사용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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