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머물면 귀한 사람도 천해지고 자주 찾아오면 가까운 사이도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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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머물면 귀한 사람도 천해지고 자주 찾아오면 가까운 사이도 멀어진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4.17 0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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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⑲
▲ 단원 김홍도의 ‘삼공불환도’. 높은 벼슬과도 바꾸지 않을 만한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그린 8폭 병풍 그림 중 일부. <삼성문화재단 소장>

[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⑲

[한정주=역사평론가] 久住令人賤(구주령인천)이요 頻來親也疎(빈래친야소)라 但看三五日(단간삼오일)이라도 相見不如初(상견불여초)니라.

(오래 머물면 귀한 사람도 천하게 여기고, 자주 찾아오면 가까운 사이도 멀어진다. 단지 3일이나 5일만 보아도 서로 바라보는 낯빛이 처음과 같지 않다.)

오래 머물면 귀한 사람도 천하게 여기고 자주 찾아오면 가까운 사이도 멀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참조할 만한 고사성어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아닐까. 다시 말해 너무 가까지도 않고 또 너무 멀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관계가 가능할까.

아무리 귀한 사람이고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오래 머물거나 자주 찾다보면 흉허물이 없어져서 서로를 함부로 대하는 바람에 다툼이 잦아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다툼이 잦아지다 보면 서로에 대해 염증을 느끼게 된다.

더욱이 집안에 머무는 손님이나 친구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거나 불편을 겪게 되면 겉으로는 잘 대접한다고 해도 마음속으로는 싫증을 내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서로에 대해 ‘예의와 예절을 갖추는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예의와 예절을 갖추면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서로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잊지 않게 된다.

이러한 까닭에 『예기』에서는 군자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극진하게 환대하는 것을 꺼린다고 말하고 있다. 극진한 환대는 서로에게 부담과 불편을 주므로 아무리 귀한 사람이라고 해도 천하게 여기게 되고, 자주 찾아오는 가까운 사이도 멀어지게 만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극진하게 환대하기보다는 첫째 서로를 공경으로 대해야 하고, 둘째 서로를 겸손으로 대해야 하고, 셋째 서로를 존중해야 하고, 넷째 서로에게 공손해야 하고, 다섯째 서로를 신중하게 대해야 하고, 여섯째 서로를 검소하게 대해야 하고, 일곱째 서로를 믿음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일곱 가지가 바로 서로에게 ‘예의와 예절을 갖추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렇게 일곱 가지 몸가짐과 마음가짐으로 서로를 대한다면 절대로 상대방에게 부담과 불편이 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부담과 불편은 전혀 개의지 않고 자기 편의에 따라 오래 머물거나 자주 찾아오는 경우도 없지 않을까.

또한 설령 오래 머물거나 자주 찾아온다고 해도 예의와 예절을 갖추고 대한다면 서로 언행을 헤아리고 살펴서 조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대방의 부담과 불편 혹은 염증과 싫증도 줄어들지 않을까. 그러므로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는 결국 서로에게 ‘예의와 예절을 갖추는 관계’에서 가능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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