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를 때 마시는 한 방울 물과 취한 후 마시는 한 잔의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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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를 때 마시는 한 방울 물과 취한 후 마시는 한 잔의 술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4.19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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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⑳

[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⑳

[한정주=역사평론가] 渴時一滴(갈시일적)은 如甘露(여감로)요 醉後添盃(취후첨배)는 不如無(불여무)니라.

(목마를 때 한 방울 물은 단 이슬과 같지만 술이 취한 후에 잔을 더하는 것은 오히려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목마른 사람에게는 한 방울 물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없고 이미 술에 취한 사람에게는 한 잔 술을 더하는 것보다 더 가치 없는 일은 없다는 얘기이다.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 역시 이와 비슷한 이치로 설명할 수 있다. 가난해서 삶이 궁색한 사람에게는 아주 조그마한 도움이라고 해도 마치 ‘목마를 때 마시는 한 방울 물이 단 이슬과 같은 것’처럼 큰 도움이 된다. 반면 부유해서 삶이 여유로운 사람에게는 아무리 큰 도움이라고 해도 마치 ‘술 취한 후 더해지는 한 잔의 술’처럼 오히려 쓸모없는 도움에 불과하다.

이러한 까닭에서 일까. 공자는 “군자는 가난하고 궁색한 사람을 도와주지만 부유한 사람에게 재물을 더하여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공자의 제자 가운데 성은 공서(公西), 이름은 적(赤), 자는 자화(子華)인 사람이 있었다. 그는 공자의 심부름으로 이웃한 제(齊)나라에 가게 되었다. 그때 또 다른 제자인 염자(冉子)가 공자에게 자화의 어머니를 위해 곡식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공자가 ‘여섯 말 넉 되’를 보내라고 하자 염유는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면서 더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그래서 공자는 ‘열여섯 말’을 보내라고 했는데 염자는 무려 여든 섬을 보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적(赤)이 제나라로 떠날 때 살찐 말을 타고 가벼운 가죽옷을 입었다고 들었다. 그렇게 호화로운 차림새를 갖추고 길을 떠났다면 그의 집안은 가난하기는커녕 부유하다고 할 것이다. 군자는 가난하고 궁색한 사람을 도와주고 부유한 사람의 재물을 더하여 주지는 않는 법이다.”

공자의 말은 부유한 자화의 집안에 여든 섬의 곡식을 보낸 염자의 어리석음을 크게 꾸짖은 것이었다.

그런데 공자는 노나라의 사구(司寇: 오늘날의 법무부장관) 벼슬을 할 때 제자 원사(原思)가 한 고을을 다스리는 관직을 맡자 곡식 900섬을 내어주었다. 원사가 900섬은 너무 많다면서 극구 사양했다.

그러자 공자는 사양하지 말라고 하면서 “남은 곡식은 네 이웃이나 네가 다스리는 마을 사람에게 나누어 주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자화의 어머니에게 여든 섬의 곡식을 보낸 염자의 행위를 크게 꾸짖은 공자가 원사에게는 선뜻 900섬의 곡식을 내어주면서 남을 경우 이웃이나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라고 한 까닭은 무엇일까.

재물이란 마땅히 가난하고 궁색한 사람에게 흘러가면 추위와 배고픔을 해결하는 쓰임을 얻게 된다. 하지만 부유하고 여유로운 사람에게 흘러들어가는 재물은 창고 가득 쌓아놓는 재물에 또 다른 재물을 더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그것이 바로 공자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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