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은 가득 차면 넘치고, 사람은 가득 차면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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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은 가득 차면 넘치고, 사람은 가득 차면 잃게 된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5.13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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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㉖

[한정주=역사평론가] 器滿則溢(기만즉일)하고 人滿則喪(인만즉상)이니라.

(그릇은 가득 차면 넘치고, 사람은 가득 차면 잃게 된다.)

『안씨가훈』의 저자 안지추가 자손들을 가르칠 때 가장 경계한 것은 바로 “만족할 줄 알아서 자신의 욕망과 욕심을 가득 채우려고 하지 않고 그쳐야 할 곳에서 그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안지추는 하늘과 땅은 물론 귀신도 모두 가득 차는 것을 증오한다고 했다.

주나라의 목왕(穆王), 진나라의 진시황(秦始皇), 한나라의 무제(武帝)처럼 천하라는 재물을 소유하고 황제라는 고귀한 지위에 오른 사람도 만족을 모르고 끝 모를 욕망과 욕심을 좇다가 결국 재앙을 자초하고 말았는데 하물며 보통 사람의 경우야 말해 무엇 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만족할 줄 알고 그쳐야 할 곳에서 그칠 줄 알아서 가득 채우려고 하는 욕심과 욕망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안지추는 이렇게 말했다.

“겸허함과 겸손함으로 마음을 비우면 재앙을 모면할 수 있다.”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人滿則喪(인만즉상)”, 곧 “사람은 가득 차면 잃게 된다”는 말은 가득 차게 되면 사람은 스스로 교만하거나 오만해지기 쉽고, 교만하거나 오만해지면 세상 사람들에게 시기와 질투 혹은 불만과 원망을 사기 쉽고, 시기와 질투나 불만과 원망을 사게 되면 반드시 재앙을 입게 되므로 잃게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재물을 많이 쌓으면 쌓을수록 또한 지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오히려 겸허하고 겸손해야 오히려 재물과 지위를 잃지 않고, 재앙을 모면하고, 일신을 보존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와 관련 『설원』 <경신(敬愼)> 편에 기록되어 있는 주공이 자신을 대신해 노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떠나는 아들 백금에게 경계로 삼으라고 한 말 역시 주목해볼 만하다. 이때 주공이 무엇보다 먼저 백금에게 가르친 마음가짐이 다름 아닌 ‘겸손함’이었다. 특히 주공은 백금에게 여섯 가지 ‘겸손한 덕’을 가르쳤다.

“덕행이 넓고 높은 데도 겸손하여 공손한 사람에게는 영광됨이 있고, 토지가 넓고 재물이 여유로운데도 겸손하여 검소한 사람에게는 편안함이 있고, 녹봉이 많고 지위가 높은데도 겸손한 사람에게는 존귀함이 있고, 백성이 많고 병력이 강성한데도 겸손하여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승리가 있고, 총명하고 슬기롭고 지혜로우면서도 겸손하여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유익함이 있고, 견문이 넓고 많이 기억하고 있으면서도 겸손하여 지식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오히려 식견이 넓어진다. 이 여섯 가지는 모두 겸손함에서 우러나오는 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주공은 지위의 존귀함으로 치자면 천자(天子)였고 재물의 부유함으로 치자면 천하를 소유했지만 겸허함과 겸손함보다는 교만함과 오만함 때문에 만족을 모르고 끝까지 욕망과 욕심을 채우려고 하다가 스스로 패망한 자가 있다고 했다. 그들은 다름 아닌 하나라의 폭군 걸왕과 은나라의 폭군 주왕이다.

이에 덧붙여 주공은 “겸손하면 형통한다. 군자가 겸손하면 끝이 있을 것이니 길하다”는 『주역』 <겸괘(謙卦)>를 인용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하늘의 도리는 가득 찬 것을 덜어내어 겸손한 것에 더해준다. 땅의 도리는 가득 찬 것은 변화시켜 겸손한 것으로 흐르게 한다. 귀신은 가득 찬 것에 해로움을 주고 겸손한 것에 복을 준다. 사람의 도리는 가득 찬 것을 미워하고 겸손한 것을 좋아한다. 겸손하고 겸허하면 지위와 신분이 높은 사람은 더욱 빛나고 지위와 신분이 낮은 사람도 넘치지 않으니 군자의 끝마침이라고 한 것이다.”

결국 주공은 백금에게 겸손하고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만족(욕심과 욕망)을 가득 채우려고 하지 않으면 “크게는 천하를 지킬 수 있고, 중간으로는 나라를 지킬 수 있으며, 작게는 자신을 지킬 수 있다”면서 나라와 백성과 자신을 다스릴 때는 첫째도 겸손함과 겸허함이요 둘째도 겸손함과 겸허함이며 셋째도 겸손함과 겸허함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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