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대 상장사, 고용보다 인건비 증가 속도 4배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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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대 상장사, 고용보다 인건비 증가 속도 4배 높아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9.06.1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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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CXO연구소, 작년 연봉 5000만원 11만명 고용 여력에도 실제 고용 2만명 수준

한국CXO연구소, 작년 연봉 5000만원 11만명 고용 여력에도 실제 고용 2만명 수준

‘고용은 거북이처럼 느린데 인건비는 토끼처럼 빨리 뛰어간다.’

최근 3년간 국내 1000대 상장사의 인건비 상승 속도가 고용보다 더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대비 2018년 고용이 1.6% 증가할 때 인건비는 6.4%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보다 인건비 증가 속도가 4배 정도 더 앞서는 것이다.

한국CXO연구소는 ‘국내 1000대 상장사 3년간 고용과 인건비 상관관계 분석’ 조사 결과 1000대 상장사의 최근 3년간 고용 인원은 지난 2016년 129만219명에서 다음해 130만6184명으로 1.2%(1만 5965명) 소폭 늘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해에는 2017년보다 1.6%(2만1199명) 증가한 132만7383명으로 집계됐다. 고용 증가 현황만 살펴보면 2016년 이후 조금씩 좋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인건비는 2016년 85조5463억원에서 2017년 88조6153억원으로 3.6%(3조689억원) 뛰었다. 지난해에는 94조2640억원으로 전년보다 6.4%(5조6487억원) 상승했다.

2017년 대비 지난해 인건비(6.4%) 상승 속도가 고용(1.6%)보다 4배 정도 빠른 것이다.

2016년과 비교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고용이 2.9% 증가할 때 인건비는 10.2% 높아졌다. 인건비가 고용 증가 속도보다 3.5배 빨랐다. 인건비는 많이 늘었지만 더 많은 직원을 채용하기보다는 기존 직원들에게 더 높은 급여 등을 지급하는데 쓰여진 것으로 풀이된다.

1000대 상장사에서 2017년보다 지난해 증가한 5조6487억원의 인건비는 연봉 5000만원을 받는 직원을 11만2000명 정도 고용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실제 고용은 2만1000여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인건비가 크게 늘었지만 고용 증가 재미는 크게 보지 못한 셈이다.

1000대 상장사 고용 증가 속도가 더딘 데에는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고용 영향력이 다소 부진한 요인도 한 몫 했다.

1000대 상장사 중 상위 100대 기업이 차지하는 고용 비중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 3개년 평균 62.8%였다. 반면 인건비 비중은 1000대 기업의 72.1%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보다 인건비 영향력이 10% 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기존 100대 기업 직원에게 돌아가는 인건비는 많은 반면 고용 책임은 상대적으로 덜 지고 있다는 의미가 강하다. 이익을 많이 낸 대기업이 자사 직원들에게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게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고용을 늘려 경제 선순환 구조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국가 경제 차원에서 본다면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2017년과 비교해 지난해 늘어난 고용 중 상당수는 1만명 이상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 이른바 ‘슈퍼 고용기업’에서 책임진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1000대 상장사 중 ‘슈퍼 고용기업’은 지난 2017년 20곳에서 지난해에는 21곳으로 한 곳 늘었다. 2018년 사업보고서 기준 LG유플러스, 삼성SDI, 현대모비스가 1만명 이상 고용하는 슈퍼 고용기업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이들 슈퍼 고용기업이 책임지는 직원 수만 해도 2017년 52만6883명에서 지난해 54만3698명으로 1만6815명 증가했다. 2017년 대비 2018년 1000대 상장사 전체 고용 증가 인원의 79.3%에 달했다.

이와 달리 1000명~1만명 사이 고용하는 164곳 대기업은 지난해 직원 수 1530명 증가에 그쳤다. 1개사 당 평균 9명 정도 직원만 더 늘린 셈이다.

300명 이상 1000명 미만 고용하는 425곳 대기업도 1년 사이 1414명 늘어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는 300인 미만 고용 기업 390곳에서 늘린 1440명보다 더 적은 숫자다. 사실상 300명~1만 명 미만 대기업이 고용 허리 역할을 제대로 다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1000대 상장사 중 사업보고서 직원 수 기준으로 2016년 이후 매년 100명 이상 직원을 늘리고 2년 연속 고용률이 10% 넘는 ‘고용 10-10 클럽’에 포함된 고용 우수 기업은 CJ제일제당을 포함해 11곳밖에 되지 않았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300인 이상 대기업이 고용보다 인건비만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게 되면 중소기업 직원과의 임금 격차가 더 벌어져 소득 격차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 더 심화되고 우수 인재가 대기업으로 빠져 나가 중소기업 성장을 약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종국에는 대기업의 경쟁력까지 저하시켜 핵심 생산 공장을 인건비가 싼 해외로 이전하려는 기업이 속출하는 현상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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