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만에 베일 벗은 경복궁 중건 역사…『경복궁영건일기』 최초 번역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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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만에 베일 벗은 경복궁 중건 역사…『경복궁영건일기』 최초 번역 발간
  • 김윤태 기자
  • 승인 2019.06.1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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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와세다대 소장『경복궁영건일기』 권3 광화문 현판 설명부분. “광화문 현판[서사관은 훈련대장 임태영] 묵질(墨質)에 금자(金子)”라고 써있다. <서울역사편찬원 제공>

서울역사편찬원은 경복궁 중건에 관한 유일본 『경복궁영건일기』를 국내 최초로 번역 발간하고 오는 17일 오후1~6시 서울역사박물관 야주개홀에서 ‘경복궁 중건의 역사, 첫 장을 열다’는 주제로 서울역사학술대회를 개최한다고 13일 밝혔다.

서울 역사를 대표하는 장소인 경복궁은 고종 때에 중건됐지만 구체적인 역사상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중건에 관한 직접적인 사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역사편찬원은 일본 와세다대에 소장된 『경복궁영건일기』를 발견하고 지난해 정재정(서울역사자문관), 이우태(서울특별시 시사편찬위원회 위원장), 기미지마 가즈히코(도쿄가쿠게이대 명예교수)의 도움과 소장처의 협조를 받아 번역작업에 착수했다.

1868년부터 3년이 넘게 진행된 경복궁 공사과정과 내용을 한성부 주부 원세철은 총 9책으로 기록했다.

그로부터 150년이 흐른 지난 6월 서울역사편찬원은 원세철의 경복궁 중건 기록을 서울사료총서 제16권 『국역 경복궁영건일기』라는 이름으로 총 3책(번역문 2책·원문 1책)으로 발간했다.

지금까지 경복궁 복원과 연구에 활용했던 그 어떤 도면과 문헌자료도 『경복궁영건일기』 만큼 구체적이고 정확한 내용을 보여주지 않는다.

▲ 국역 경복궁영건일기. <서울역사편찬원 제공>

『경복궁영건일기』를 통해 최초로 확인된 내용은 먼저 궁궐 현판관련 정확한 정보다. 궁궐의 현판은 복원할 때마다 많은 논란이 있었다. 『경복궁영건일기』는 고종 때 경복궁 전각이 어떤 재료와 색상으로 제작했는지 기록했다. 이를 통해 현재 광화문, 건춘문, 영추문의 오류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경복궁안의 물길 체계다. 경복궁 발굴조사에서 나타난 수문, 수도(水道), 도회은구(都會隱溝: 배수로)는 매우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었기 때문에 체계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경복궁영건일기』를 보기 전까지 『조선고적도보』의 어구(御溝)라고 표시된 것이 그 일부는 수도이고 나머지는 도회은구라는 사실조차 알 수 없었다.

『경복궁영건일기』의 번역책임자 배우성(서울시립대 교수)은 경복궁안의 6개의 수문, 4개의 물길, 두 갈래의 도회은구를 확인했으며, 그 어떤 도면과 문헌자료도 경복궁의 수문과 물길 도회은구(배수로)를 『경복궁영건일기』 만큼 정확하게 보여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전각의 역할과 건립과정에 대한 정보도 최초 확인됐다. 침전이나 신하 접견소로 알려졌던 경복궁의 연길당과 응지당은 강녕전의 동서 퇴선간으로 음식을 데워서 수라상을 들이던 중간부엌이었으며 강녕전·연생전·경성전은 원래 하나의 전각으로 건립하려다 분리한 사실도 처음 확인했다.

또한 『경복궁영건일기』는 당시 국가적인 공공건설의 규모를 보여준다. 특히 서울 곳곳에서 큰 돌을 떼어오는 일은 많은 인력과 물력,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경복궁에 경희궁 등 궁궐 전각의 목재들을 활용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경복궁영건일기』에는 경복궁을 중건할 때 궁궐이나 관청 시설을 활용했을 뿐 아니라 경복궁 주변의 대저택들을 매입하거나 원납받은 사실이 기록돼 있다. 저택이나 부지는 중건 관련 관서의 부속 시설 등으로 활용했는데, 어디의 누구의 집인지도 구체적으로 적어놓았다.

궁궐 공사에 필요한 석재(石材)는 서울 곳곳에서 가져왔다. 『경복궁영건일기』에는 삼청동, 동소문 밖, 옥천암, 영풍정 부근 등 구체적인 장소까지 나와 있다. 비교적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삼청동에서는 돌을 떼어낸 뒤 옮기기 위해 300명의 군사를 동원했으며 동소문 밖에서 돌을 옮길 때는 수레에 45마리의 소가 필요했다. 옥천암에서 광화문 홍예의 주춧돌을 옮길 때는 25마리의 소가 수레를 끌었는데 혜경교를 지나다 다리가 무너지면서 인부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밖에 경복궁 중건 당시의 건설현장에서 안전과 방재를 최우선시 했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오는 17일 서울역사학술대회에서는 기미지마 가즈히코(도쿄가쿠게이대 명예교수)의 특별강연 ‘한일관계사에서 본 경복궁’을 시작으로 총 4개의 주제발표가 이뤄진다. 경복궁 관련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해 『경복궁영건일기』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을 당대의 역사상과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홍순민(명지대 교수)는 ‘고종 초년 경복궁 중건과 정치권력의 향배’를, 유승희(충북대 강사)는 ‘고종대 경복궁 중건시 자원군의 양상’을, 조재모(경북대 교수)는 ‘『경복궁영건일기』의 건축기록과 경복궁 중건 공역’을, 김윤주(서울시립대 연구원)은 ‘고종대 경복궁 중건의 풍경과 일상’을 발표한다.

또한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국역 경복궁영건일기』가 고종 때 경복궁 중건의 매우 세밀한 공역내용과 과정을 보여준다면 이번 서울역사학술대회는 『국역 경복궁영건일기』를 이해할 수 있는 안내자·해설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사료총서 제16권 『국역 경복궁영건일기』는 서울 주요 공공도서관에서 열람 가능하며 서울책방에서도 200질 한정판(3책 1세트 3만원)을 구매할 수 있다. 이후 서울역사편찬원 홈페이지에서 e-북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오는 17일 개최예정인 제18회 서울역사학술대회 관련 사항은 서울역사편찬원(02-413-9622 김현정)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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