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제시스템의 부상…협력적 공유사회
상태바
새로운 경제시스템의 부상…협력적 공유사회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10.08 07: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에서는 카셰어링(car sharing)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이 수백만 명에 달한다. 이렇게 공유되는 차량 한 대는 개인 소유 차량 열다섯 대를 상쇄하는 효과를 낸다.

또한 수백만의 아파트 거주자들과 주택 보유자들이 에어비앤비(Airbnb)나 카우치서핑(Couchsurfing) 같은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거주지를 제로에 가까운 한계비용으로 수백만의 여행객과 공유하고 있다.

2012년과 2013년 사이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이용해 뉴욕 시 소재의 아파트나 주택에 숙박한 손님만 41만 6000명이었다.

이 수치는 같은 기간 뉴욕 호텔업계가 1박 기준으로 약 100만개의 룸을 채우지 못하는 손실을 입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교환가치’가 갈수록 협력적 공유사회의 ‘공유가치’로 대체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의 이러한 전환은 새로운 상품이 시장에서 현격히 덜 팔린다는 의미다. 다른 한편으로는 결과적으로 자원도 덜 사용되며 지구 온난화 가스도 대기 중으로 덜 방출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한계비용 제로 사회로의 저돌적인 돌진과 공짜 수준의 녹색 에너지 및 기본적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공유의 확대가 곧 생태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며 지속 가능한 경제를 성취하는 최적의 지름길이 된다는 이야기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신간 『한계비용 제로 사회』(민음사)에서 협력적 공유사회(Collaborative Commons)라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세계무대에 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19세기 초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출현 이후 처음으로 세상에 뿌리내리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다.

그는 협력적 공유사회가 이미 우리가 경제생활을 조직하는 방식에 변혁을 가하고 있으며, 이로써 21세기 전반부에 걸쳐 신규 사업과 수백만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 격차를 줄여 글로벌 경제의 민주화를 촉진하는 한편 환경 지향적인 사회를 정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케인스와 오스카르 랑게의 예언을 인용한 그는 자본주의의 대규모 경제적 변혁을 촉발시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시장의 비범한 성공 탓이라는 역설을 말한다.

영리 기업들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생산 및 유통의 한계비용을 낮춤으로써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을 내리고 고객 기반을 늘리는 한편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충분한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결과가 오히려 오늘날 자본주의의 난문제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극단적 생산성을 불러온 모종의 기술 혁명이 한계비용을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수많은 물리적 재화와 서비스를 풍부하게 하는 반면 동시에 가격은 제로에 가까워져서 더 이상 시장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러한 상황은 일찍이 주류 경제학자들이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들어 십수년이 흐른 지금 바로 그런 일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리프킨이 지적하는 한계비용 제로 현상은 이미 10년 전부터 ‘정보 상품’ 산업계 전반을 파괴해 왔다. 수백만에 달하는 소비자들이 파일 공유 서비스를 통해 음악을, 유튜브를 통해 동영상을, 위키피디아를 통해 지식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심지어 월드와이드웹을 통해서는 무료 전자책까지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음악 산업을 굴복시켰고 영화 산업을 뒤흔들었으며 신문과 잡지를 폐간시켰고 출판 시장에 심각한 손상을 안겨 주었다.

전 세계에 만연한 사회적 불안과 비관주의에 맞서 21세기 사회의 패러다임이 될 보편적인 관점, 즉 협력적 공유사회라는 새로운 경제 시대가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리프킨은 사물인터넷의 생산성과 공유경제 모델들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3차 산업혁명기의 사물인터넷은 2차 산업혁명을 이끈 전기의 파괴력에 버금갈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유 중심의 교환 가치에서 접속 중심의 공유 가치로 옮겨 가는 대전환이 새로운 경제 시대를 이끌 기술적․사회적 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책에 따르면 이러한 사물인터넷 혁명은 2025년경 사실상 거의 모든 경제 영역에서 효율성 향상 및 생산성 증진에 이바지하며 글로벌 경제의 절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책은 제러미 리프킨이 지난 40여 년 간 연구의 결과가 집약된 미래 전망서다. 그는 지난 300여 년 간 인류의 역사를 일구어 온 자본주의의 쇠퇴를 받아들이고 다음 세대를 위한 테크 유토피아 비전을 제시한다.

기술과 경제, 역사와 문화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통찰을 바탕으로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한계비용 제로 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인류는 사회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경제 시대로 돌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류는 이미 부분적으로 시장을 초월하는 세상에 진입해 갈수록 상호 의존성이 높아지는 글로벌 협력적 공유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