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장사 왕서방의 마술?…중국 기업 룽투코리아의 수상한 주가 폭등
상태바
비단장사 왕서방의 마술?…중국 기업 룽투코리아의 수상한 주가 폭등
  • 박철성 대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9.07.18 08: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철성의 특징주] 3일간 단일가 매매방식 등락폭 22%…개인계좌·기타법인계좌 매수
중국기업 룽투코리아 신작 게임 기대감이 작용했다지만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폭등했다는 지적이다. 그래프에는 세력의 발자국이 찍혔다. [룽투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비단장사 왕서방이 마술이라도 부린 걸까. 중국기업 룽투코리아(060240)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폭등했다. 현재도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룽투코리아 폭등 주가엔 2개의 개인계좌와 1개의 기타법인계좌가 매수에 깊이 관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5일 한국거래소는 룽투코리아를 ‘투자주의’·‘15일간 상승 종목의 당일 소수계좌 매수 관여 과다종목’으로 지정 공시했다.

지난 15~17일 3거래일간 30분 단위로 매매가 체결되는 단일가 매매방식이 적용됐다. 그런데도 1만700~8400원을 오가며 멀미나는 ‘울렁 장세’가 연출됐다.

또 거래소는 룽투코리아를 지난 12일과 16일 ‘단기과열’·‘투자 경고 종목’으로 각각 지정했다.

지난 9일 장중 4975원이던 룽투코리아 주가는 15일 장중 1만700원까지 상승했다. 2.2배 뛰었다. 불과 4거래일 만이었다. 그리고 17일에는 장중 8400원까지 급락했다. 만약 고점에 매수했다면 22%의 손실이었다.

룽투코리아 1분봉 그래프. 최근 3거래일 30분 단위의 단일가 매매가 이뤄졌음에도 롤러코스터 장세가 연출됐다.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미디어캠프 신원 제공]

문제는 룽투코리아 주가를 견인했던 미확인 세력이 이익 실현에 나섰다는 점이다. 이들의 매수는 개인 창구를 통해 발생했다. 이들의 매집은 6월21일부터 시작됐고 지난 12일까지 집중됐다. 이 기간 평균 매수가격은 7383원 부근이었다.

해당 세력은 지난 15~17일 차익 실현을 했다. 평균 매도가격은 9609원으로 분석됐다.

외국인도 이익 실현에 가담했다. 그들은 11일과 12일 15만7529주를 팔았다. 평균 매도가격은 7545원. 또 지난 17일에도 1만7553주를 현금화했다. 이날 평균 매도가격은 9650원.

룽투코리아 일별 주가. 주가 폭등으로 최근 시가총액이 2배가 넘게 뛰었다. 평소 1~2만 주대의 거래량도 폭발했다. 또 최근 개인 창구를 통한 차익실현 물량이 나왔음을 대변하고 있다.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

지난 4월 한국 증시에는 ‘차이나 포비아’(PHOBIA·중국 공포증)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시 상장된 중국기업들에 연이어 외부감사 관련 이슈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코스닥시장에 상장돼있던 중국 업체 차이나그레이트는 2018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으로 ‘의견 거절’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상장폐지 사유였다. 거래소는 차이나그레이트의 주식 거래를 지난 4월19일부터 정지시켰다.

이어 거래소는 차이나그레이트에 2020년 5월11일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했다. 그리고 개선 기간 중에는 매매거래정지가 지속한다고 밝혔다.

물론 룽투코리아에 지금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폭등 주가는 폭락하기 마련이다. 중국기업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룽투코리아 일봉 그래프. 세력의 발자국이 선명하다. 최근 차익 실현을 했음도 확인된다.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미디어캠프 신원 제공]

한편 그동안 한국 증시에서 상장 폐지된 중국 기업은 11곳에 달한다. 2007년 중국기업으로는 처음 우리 증시에 상장한 3노드디지탈그룹유한공사(2013년 상장폐지)와 코웰이홀딩스유한공사(2008∼2011), 중국식품포장(2009∼2013), 웨이포트(2010∼2017)는 스스로 상장폐지를 신청해 한국 증시를 떠났다.

또 화풍방직(2007∼2015)은 시가총액 미달, 연합과기(2008∼2012), 중국원양자원(2009∼2017), 성융광전투자(2010∼2012), 중국고섬(2011∼2013)은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 폐지됐다. 차이나하오란(2010~2019)은 관리종목 지정 뒤 분기 보고서를 기한까지 내지 않았다. 마찬가지 퇴출당했다.

룽투코리아 모체는 아이넷스쿨이라는 교육업체였다. 2015년 중국의 룽투게임즈가 아이넷스쿨을 인수했다. 그후 룽투코리아로 변경 상장됐다.

룽투코리아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은 유명 IP를 확보해 중국 본사와 다른 개발사에 제공하며 로열티를 수취하는 것. 그리고 중국 본사가 개발한 게임을 국내 및 동남아에 퍼블리싱하는 게 주된 사업이다.

룽투코리아 재무제표.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

룽투코리아의 올해 3월 비교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5.9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80.91% 감소, 당기순이익도 91.07% 감소했다.

2018년 12월20일 이사회에서는 단조 및 강관 파이프 사업 부문을 중단하는 의사결정을 했다. 룽투코리아 매출액에서 강관·파이프 사업의 비중만큼이 사라진 배경이다. 동시에 현재 주 사업인 모바일게임 부문도 부진했다.

지난 2일 리딩투자증권은 룽투코리아에 대해 실적 개선 가능성을 보고했다. 리딩투자증권은 이보다 앞선 3월4일에도 리포트를 냈다. 올해만 총 두 차례. 그런데도 모든 리포트의 투자의견이 ‘Not Rated’(N/R)였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얘기”냐는 게 시장 반응이었다.

리딩투자증권은 “게임 개발사, 룽투코리아가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신작 게임이 중국에 출시될 예정”이라며 이에 따른 실적 호조를 전망했다.

A연구원은 “올해 1분기 피버 바스켓에 이어 2분기에는 일령계획, 3분기 보스슬레이브(Bosslave), 4분기 공지경 등 신작이 잇따라 출시될 예정”이라며 “특히 하반기 블레스 M과 열혈강호 3D의 중국 출시가 계획돼 있다는 점에서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오리지널 판타지 게임 관련 올해 예상 매출액은 300억원, 영업이익은 40억원”이라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그런데도 A연구원 보고서의 투자 의견은 ‘N/R’이었다. “호실적이 예상된다”면서 ‘투자의견은 없음’이라는 게 의아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N/R’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증권사 리포트에는 해당 종목에 대해 매수·매도, 또는 중립 의견을 내고 목표주가를 산정한다. 하지만 가끔 투자 의견이 N/R로 표시되는 종목도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B애널리스트는 “매수나 매수 의견이 없다는 의미”라고 전제한 뒤 “이는 증권사가 종목에 대한 투자의견을 따로 내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추천하지 않는다면 굳이 왜 분석 보고서를 내겠느냐. 이는 곧 매수하라는 신호”라면서 “이는 책임 소재를 회피하려는 이유이고 통상 해당 종목에 단기적으로 투자하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낸 보고서 중 ‘N/R’로 투자의견을 낸 건수는 총 1128건 정도. 이는 올 들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낸 기업분석 보고서 총 8773여 건 중 12.85%에 달하는 수치다. 이 중 코스닥 기업의 ‘N/R’은 680건. 이는 전체 N/R 보고의 60%에 달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호실적 리포트 해당 종목은 우호적인 의견을 갖고 있다. 그래도 섣부르게 투자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C애널리스트는 “이는 물리적으로 힘에 부치기 때문”이라면서 “예를 들어 한 애널리스트가 종목에 대해 투자의견을 낸다면 이 종목과 관련된 이슈와 실적이 나올 때마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투자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일종의 담당 종목이 되는 셈. 하지만 이들이 투자 의견을 내는 종목마다 이슈를 분석하고 실적을 예상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럴 때 단기적으로 추천하는 종목에 대해 N/R 등급을 매긴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