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인트, 외상으로 소 잡듯 찍은 사채 1002억원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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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인트, 외상으로 소 잡듯 찍은 사채 1002억원 어디로
  • 박철성 대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9.07.29 08: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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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성의 특징주] 주가 2.3배 급등…157만주 CB 상장 공시는 ‘오비이락’?
유지인트 주가가 폭등했다.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다. [홈페이지 캡처]

외상 하듯 소를 잡았다. 그런데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적자기업 유지인트(195990)가 찍어낸 사채가 가히 천문학적 규모다. 그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특히 최근 유지인트의 그래프도 수상하다.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폭등했다는 지적이다. 미확인 세력에 의한 주가 조작 의혹까지 제기됐다.

유지인트 주가는 7월에만 2.3배 폭등했다. 10억원어치 주식을 샀으면 23억원이 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2일 유지인트를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다. 거래소는 공시를 통해 투자 주의도 당부했다.

그래도 아직 유지인트 주가는 고점이다. 물론 최근의 고점 1260원에 매수했다면 손실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아직은 그래프가 고공행진 상공에 떠있다.

최근 주가 폭등 이후 유지인트는 전환청구권 행사 공시를 했다. 해당 주식이 상장된다는 얘기다. 많은 개미투자자들이 당장 매물로 나올까봐 주말 내 노심초사했다.

유지인트 일봉 그래프. 주가가 단기간에 2.4배 폭등했다.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

유지인트는 지난 17일 공시를 했다. 157만주 규모의 8회차 CB 전환청구권이 상장된다고 밝혔다. 상장일 또는 예정일은 오는 8월1일. 이번 청구금액은 10억원이다. 이는 8회차 CB중 일부금액으로 전환가액은 636원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 25일 유지인트 종가는 1135원이었다. 주가폭등 기간 중에 매도한다면 2배 가까운 엄청난 시세 차익을 챙길 수 있게 됐다.

해당 8회차 전환사채는 지난 2018년 4월30일 사내이사 조천희가 납입한 22억원이었다. 당시 유지인트는 이 자금으로 타법인 증권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빚내서 타 법인을 산 것이다.

CB(Convertible Bond)는 전환사채다. 이는 일정 기간 이후 채권 보유자의 청구가 있을 때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다. 주식과 같이 전환가격도 변동한다. 따라서 채권 보유자는 이자 외에 가격상승에 따른 시세차익까지 챙길 수 있다. ‘도랑치고 가재 잡고’, ‘마당 쓸고 돈 줍는’ 격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상황이라면 오는 8월1일 혹은 주가고공행진 기간 중에 해당 CB물량이 시장에 풀린다고 보고 있다. 주당 636원에 157만주 규모 주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것이 기정사실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CB 전환 물량에 세력의 차익실현 매물까지 쏟아질 때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가가 순식간에 와르르, 그래프는 추풍낙엽 신세가 된다.

전문가들은 유지인트의 수상한 주가 폭등 관련 금감원과 거래소·검찰·국세청 등 관계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관리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만약의 피해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유지인트에는 미상환 전환사채가 줄줄이 상장을 대기하고 있다. 천문학적 규모다.

지난 10일 유지인트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미상환 전환사채가 677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이는 적자기업 유지인트가 그동안 빚잔치를 했던 돈들이다. 따라서 유지인트가 빚을 청산하거나 아닐 경우 주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지난 10일 유지인트는 분기 보고서 정정 공시를 했다. 지난 5월15일 최초 제출한 내용을 정정했다. 공시에 밝힌 정정 사유는 사모(私募) 자금, 실제 사용 내용의 ‘기재(記載) 보완’이었다.

실제 정정 전 보고서는 2016년 10월19일 발행한 CB 100억원이 원재료 구입에 97억8000만원, 전환사채발행 비용에 2억2000만원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를 정정보고서 주석(註釋)에는 ‘전환사채 발행 시 자문료’라고 명시했다. 전환사채발행 비용이라는 게 전환사채 발행을 하면서 자문을 구했고 그 대가로 2억2000만원을 사용했다는 얘기다.

유지인트 3분 봉 그래프. 등락 폭만 봐도 울렁거린다. 멀미날 지경이다.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미디어캠프 신원 제공]

그나저나 누가 CB자문을 해줬고 자문료는 누가 챙긴 걸까. 보고에 이런 내용은 없었다. 아무튼 빚내면서 별의별 경비를 다 지출했다는 게 시장 안팎의 지적이다.

또 정정보고서는 2016년 8월18일 1회차와 2회·5회·6회·10회차 CB는 ‘수주프로젝트 무산으로 인해 보유자금 활용계획을 변경했다’는 주석을 달았다. 그리고 그 돈은 전부 타법인 취득에 사용됐다고 공시했다. 적자기업이 빚내서 세 불리기, 판만 키웠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유지인트의 사채 찍어내기는 천문학적 규모. 정리가 필요하다. 유지인트가 2016년 8월18일부터 지난 3월22일까지 발생시킨 사채 자금 규모는 총 1002억원. 11번에 걸친 전환사채(CB)발행과 2016년 10월13일 유상증자(유증) 50억원 발행을 통해 조성한 자금이었다.

빚낸 사채 자금의 용도는 혀를 차게 만들었다. 유지인트는 조성된 사채자금의 대부분을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과 ‘운영자금’에 사용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575억3100만원은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에 사용했다. 빚잔치로 타 법인을 산 것이다.

또 288억4900만원은 원재료 구매에 사용했다. 유지인트는 공작기계의 한 분류인 머시닝센터(MCT) 등을 제작하는 금속절삭기계 제조업을 한다. 기계를 만드는 재료비까지도 빚으로 충당했던 것이다.

또한 2018년 7월30일 4회·7회차 전환사채 상환에 21억원을 투입했다. 빚내서 빚을 갚은 꼴이다.

적자기업 유지인트가 빚잔치로 한 짓이 결국 타법인 취득과 원재료구매, 빚 갚기였다. 일명 ‘카드 돌려막기’를 연상케 한다. 그렇다고 유지인트의 사채 찍어내기가 불법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회적 통념상 납득되질 않는다는 게 시장 전반적인 분위기다.

유지인트 분기별 재무제표. 부실한 재무 상태가 노출됐다.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

유지인트 주가를 견인한 미확인 세력은 지난 23일부터 일부 차익실현에 들어갔다는 분석 보고다. 이들의 평균 매도가격은 1145원.

유지인트 그래프엔 세력의 발자국이 선명하다. 유지인트에 주둔 중인 미확인 세력은 지난 6월21일~7월22일 매집에 집중했다. 그렇게 주가를 견인했다. 이 기간 평균 매수가격은 893원. 현재 이들은 현재 약 30% 수익 구간이라는 분석이다.

세력 입장에서는 주가를 더 부양해야 한다. 그래야 한몫 챙길 수 있다는 산술적 계산이다. 실제 세력은 유지인트 그래프도 그렇게 그려(?) 왔다. 하지만 지금 금감원과 거래소·검찰이 유지인트 매매 동향을 노려보고 있다. 매매대금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관심 갖고 있다.

그런 만큼 세력은 가시방석 상황. 갑자기 우당탕 엑시트(Exit)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 경고다.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이유다.

눈길을 끄는 것은 최근 유지인트의 신용매매 동향. 주가폭등 기간 유지인트에는 대량 신용 매수가 발생했다. 신용 매수는 담보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 만큼 전문가들은 최근의 대량 신용 매수를 세력들의 순매수로 분석했다.

그들의 순매수는 7월3일부터 9일·15일·22일·23일 발생했다. 평균 매수가격은 각 672원·938원·1169원 부근으로 파악됐다.

중요한 것은 이미 그들이 신용 매수 물량을 매도했다는 것이다. 7월16~19일, 24~26일 사이 팔아치웠다. 해당 평균 매도가격은 각 1047원·1146원 부근.

그렇게 세력은 신용매매를 통해 주식을 싸게 샀고 매수세까지 유발했다. 주가가 오르자 이내 매도해 이익까지 챙겼다. 주가 부양과 수익 챙기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문제는 그들이 챙긴 수익만큼 누군가 반드시 손실을 봐야 한다는 시장 논리다. 그래서 유지인트에 대해 방어적 스탠스 유지가 필요하다.

지난 주 유지인트 측과 두 차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최근의 주가폭등과 관련 유지인트 공시 담당 권기석 대리는 “공시 이외 특이사항은 없다”면서 “주식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지 우리(유지인트)가 정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의 주가 폭락 상황에서 혹시라도 소액주주들 보호 정책이 있느냐”라고 질문에 대해 권 대리는 “앞으로 주가가 더 오를지 떨어질지는 나도 모른다”면서 “현재 소액주주 보호 정책은 없다. 생기면 그때 말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주가조작은 모르는 일“라고 덧붙였다.

또 공시 책임자인 조상경 부사장은 ”공시에 밝혔듯 경영권 변동이 일어났다“면서 ”회사는 주가에 관여하지 않는다. 또 주가에 대응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 부사장 얘기대로 경영권 변동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거라면 시제가 안 맞는다. 공시가 훨씬 일찍 났거나 아니면 공시 이후부터 주가가 꿈틀거려야 맞다.

유지인트 경영권 변동 공시는 7월23일이었다. 그때 이미 유지인트 주가는 폭등해 고공행진 날갯짓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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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현 2019-07-31 17:42:45
사이다 소신발언이네요. 화이팅입니다. 박철성기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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