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이 감춘 진실…기업의 존재 이유와 목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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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이 감춘 진실…기업의 존재 이유와 목표는?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10.14 0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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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후 유럽의 경제위기는 경제통합을 목적으로 단일화폐 유로를 도입한 결과다. 이는 근대 이후 각국이 채택한 금본위제와 유사하다.

경기 침체에 빠진 일부 유럽 국가들이 이에 대처하기 위해 통화 증발을 하려 해도 다른 국가들이 이를 저지하면서 국가 간 갈등이 발생했다.

이러한 갈등은 역사에서 수차례 나타난 통화 증발이 낳은 인플레이션 등 여러 혼란상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현대 기업의 대표적인 형태인 주식회사의 초기 모습도 다르지 않다.

대항해 시대 상인들의 항해에 따르는 위험과 수익을 분산, 배분하기 위한 초기의 주식회사는 사실상 정부의 통치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의 약탈을 기반으로 했다. 정부 역시 이를 장려했고 이는 자본주의의 발전을 가져왔다.

주주 이익 극대화에만 매몰된 현재의 기업 역시 초국가적 수탈의 면모를 갖고 있다.

주식이 거래되는 증권거래소의 탄생 또한 이와 비슷한 비도덕적인 측면이 발견된다.

17세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주식의 현금 상환을 거부하고 대신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증권거래소를 만든 것이 그 시작으로, 이는 사기 또는 도덕적 해이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원죄를 안고 탄생한 주식 시장은 이후 여러 차례 대규모 금융 거품을 낳았고 여전히 이러한 위험과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현대 경영학은 독자적으로 발전해 온 여러 연구 분야가 기업이라는 대상을 중심으로 모여 이루어진 학문이다. 경영 관리, 생산 관리, 회계학, 마케팅, 재무학 등으로 나뉘고 각각의 분야는 다른 학문 분야처럼 분절적으로 연구된다.

경영학은 기업을 주요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그럼에도 경영학에서는 기업이 왜 존재하게 되었으며, 기업의 목표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경영학에서 전제하는 기업의 목표는 기업가치(주가)의 극대화이며, 이것이 극대화될 때 기업의 사회적 공헌도 극대화된다는 매우 협소하고 취약한 논리가 정당화된다.

그러나 경영학에서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기업가치나 주가는 결국 자본가나 주주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일 뿐 법인으로서의 기업 자체의 가치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 경영대학 석승훈 교수는 신간 『경영학,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위즈덤하우스)를 통해 주류 경영학자로는 드물게 이 같은 경영학의 시각에 문제를 제기한다.

현대 경제경영학에서 정설로 여겨지는 논의나 오늘날까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경제 문제의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현대 경영학의 주요 전제가 당연한 것이 아님을 주장한다.

그리고 지금껏 경영학이 제대로 말하지 않았던 기업의 본질과 목표를 살펴보기 위해 경제경영학이 전제로 삼고 있는 주요 주제들, 즉 화폐와 거래, 부채와 금융, 시장과 기업, 기업 이론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심도 있게 살펴본다.

이를 통해 저자는 기업가치(주가)의 극대화를 기업의 목표로 삼는 현재 경영학의 목표 설정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다.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사회 공헌도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경영학이 일반화한 사회적 통념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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