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접대는 풍성하게, 집안 살림은 검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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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접대는 풍성하게, 집안 살림은 검소하게”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8.28 0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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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5강 치가편(治家篇)…집안을 다스려라②
명장 마원의 딸이자 후한 명제(明帝)의 황후인 마황후(馬皇后, 왼쪽)와 부풍(扶風)이라는 곳에 살던 은사(隱士) 양홍(梁鴻)의 아내 맹광(孟光).
명장 마원의 딸이자 후한 명제(明帝)의 황후인 마황후(馬皇后, 왼쪽)와 부풍(扶風)이라는 곳에 살던 은사(隱士) 양홍(梁鴻)의 아내 맹광(孟光).

[한정주=역사평론가] 待客(대객)은 不得不豊(부득불풍)이요 治家(치가)는 不得不儉(부득불검)이니라.

(손님을 접대할 때는 풍성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되고, 집안을 다스릴 때는 검소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손님 접대는 풍성하게 해야 한다는 중국인의 생각은 고대 주나라 때 시가집(詩歌集)이자 민요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는 『시경』을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해볼 수 있다. 그만큼 중국인의 사고방식 속에 오래 전부터 깊게 뿌리박혀 있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손님 접대를 묘사한 수많은 시들 가운데 여기에서는 ‘사슴이 운다’는 뜻의 ‘녹명(鹿鳴)’과 ‘손님이 오셨다’는 뜻의 ‘유객(有客)을 소개해 본다.

呦呦鹿鳴 食野之苹 我有嘉賓 鼓瑟吹笙 吹笙鼓簧 承筐是將 人之好我 示我周行
呦呦鹿鳴 食野之蒿 我有嘉賓 德音孔昭 視民不恌 君子是則是傚 我有旨酒 嘉賓式燕以敖
呦呦鹿鳴 食野之芩 我有嘉賓 鼓瑟鼓琴 鼓瑟鼓琴 和樂且湛 我有旨酒 以燕樂嘉賓之心

우우 사슴이 우네. 들판에서 쑥을 뜯어먹고 있네.
내게 반가운 손님이 오셨네. 비파 뜯고 피리 불며 즐거워하네.
피리 불고 생황 불며 폐백 담은 광주리 받들어 바치네.
손님이 나를 좋아하여 내게 큰 도리 보여주시네.

우우 사슴이 우네. 들판에서 쑥을 뜯어먹고 있네.
내게 반가운 손님이 오셨네. 훌륭한 말씀 너무나 밝네.
진실하고 두터운 인정으로 백성을 바라보니 군자들도 옳다고 본받네.
나에게 맛좋은 술 있으니 반가운 손님 잔치 열어 즐기네.

우우 사슴이 우네. 들판에서 금풀을 뜯어먹고 있네.
내게 반가운 손님이 오셨네. 비파 뜯고 거문고 타며 즐거워하네.
비파 뜯고 거문고 타니 화평함과 즐거움이 끝이 없네.
나에게 맛좋은 술 있으니 잔치 열어서 반가운 손님의 마음 즐겁게 하네.

有客有客 亦白其馬 有萋有且 敦琢其旅
有客宿宿 有客信信 言授之縶 以縶其馬
薄言追之 左右綏之 旣有淫威 降福孔夷

손님이 오셨네, 손님이 오셨네. 타고 온 그 말 또한 희기도 하네.
따라온 손님들 공경하고 조심하니 모두 선택된 사람들이네.
손님이 오셔서 하룻밤 묵으시고 또 하루를 더 묵으시네.
타고 온 말 고삐 건네주어 그 말 매어놓게 하네.
떠나는 사람 뒤따라가 주변을 편안하게 해드리네.
이미 훌륭한 덕을 갖추었으니 신령님도 큰 복을 내리시네.

집안을 다스리는 도리를 가르칠 때 가장 큰 덕목으로 삼았던 일 중의 하나가 ‘검소함’이었다는 사실은 사마광의 『가범』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해볼 수 있다.

집안사람 중 가장 검소해야 할 사람은 아마도 집안 살림을 맡는 부인 곧 ‘아내’일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가범』에서도 ‘처(妻)’, 즉 ‘아내’ 항목에서 검소함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마광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부인은 진실로 검소함과 절약함을 아름다움으로 여겨야 하며 사치스러움과 화려함을 아름다움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그러면서 앞서 소개한 적이 있는 명장 마원의 딸이자 후한 명제(明帝)의 황후인 마황후(馬皇后)의 검소함을 크게 칭찬하고 있다. 마황후는 부귀함으로 치자면 세상에서 가장 부귀한 신분인 황후의 자리에 있으면서 항상 누인 명주옷을 입었고 치마에는 가선조차 두르지 않았으며, 또한 거친 옷을 비단 옷처럼 여겨 후궁들이 보고 웃기라도 하면 “이 옷은 특별하게 염색한 비단으로 지은 옷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사마광은 시집오기 전 자신이 누렸던 사치스럽고 호화로운 생활을 버리고 남편을 따라 기꺼이 검소한 생활을 선택했던 한나라의 학자이자 관리인 포선(鮑宣)의 아내 환씨(桓氏)와 부풍(扶風)이라는 곳에 살던 은사(隱士) 양홍(梁鴻)의 아내 맹광(孟光)이 비단옷을 뿌리치고 검소한 옷을 걸친 채 ‘생삼으로 거칠게 삼은 신발’을 신고 ‘길쌈하는 기구’를 잡았던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집안의 후손들에게 검소함과 절약함을 아름다움으로 여기는 것이야말로 부인의 참된 도리임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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