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과 저녁 풍경을 보면 그 집안의 흥망을 내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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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 저녁 풍경을 보면 그 집안의 흥망을 내다볼 수 있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9.1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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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5강 치가편(治家篇)…집안을 다스려라⑥

[한정주=역사평론가] 景行錄云(경행록운) 觀朝夕之早晏(관조석지조안)하여 可以卜人家之興替(가이복인가지흥체)니라.

(『경행록』에서 말하였다. “아침과 저녁이 이른지 늦은지 살펴보면 그 집안이 흥할지 망할지 내다볼 수 있다.”)

앞서 송나라의 남당 진백이 지은 <숙흥야매잠>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다. 여기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잠들 때까지 부지런히 배우고 노력하며 깨우친다’는 사상이 담겨 있다는 말도 언급했다.

또한 이 <숙흥야매잠>이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는 물론이고 율곡 이이의 『성학집요』에도 실려 있을 만큼 옛사람들에게 중요하게 다루어졌다는 사실 또한 언급했다.

『명심보감』의 엮은이 사상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인용한 적이 있가 인용하고 있는 『경행록』의 구절, 곧 한 집안의 아침과 저녁 풍경을 보면 흥할지 망할지를 내다볼 수 있다는 말은 <숙흥야매잠>에 담겨 있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잠든다는지만 여기에서 다시 아침에 일찍 일어나 어떻게 해야 그 집안이 흥하는 집안이 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숙흥야매잠>에서 말하고 있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해야 할 일’과 ‘저녁에 해야 할 일’ 그리고 거기에 대한 율곡 이이의 해석을 되새겨본다.

“닭이 울어 잠에서 깨면 이런 저런 생각이 점차로 일어나니 그 사이에 어찌 마음을 고요히 하여 정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과거의 허물을 반성하기도 하고 혹은 새로이 깨달은 것을 실마리 삼아 차례차례 조리(條理)를 세워 분명하게 이해해야 한다.”

율곡 이이는 여기까지의 내용은 ‘일찍 일어나는 일의 중요성’과 함께 ‘일찍 일어난 후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미 근본이 세워졌으면 새벽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머리를 빗고 의관(衣冠)을 갖추고 단정하게 앉아서 안색을 가다듬어야 한다. 마음을 모아서 솟아오르는 해처럼 밝게 하여 엄숙하고 가지런하게 하며 마음을 비우고 밝으며 고요하고 한결 같이 해야 한다.”

율곡 이이는 여기까지의 내용은 ‘새벽에 일어나는 일의 중요성‘과 함께 ‘새벽에 일어난 후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날이 저물면 사람은 권태로워져서 기운이 혼탁해지기 쉬우니 몸과 마음을 가지런하고 엄숙하게 해서 정신을 밝게 일으켜 세워야 한다. 밤이 깊어서 잠잘 때에는 손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잡스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말며 마음과 정신이 편히 쉬게 해야 한다. 이렇듯 밤의 기운을 잘 기르면 올곧은 마음이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항상 이것을 마음에 두고 새겨서 밤낮으로 부지런히 힘써야 한다.”

율곡 이이는 여기까지의 내용은 ‘저녁에도 신중하고 경계하는 일의 중요성’과 ‘일찍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부지런히 힘쓰는 것의 효과’에 대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주자는 『주자가훈』(『기가요결』)에서 ‘집안이 흥하려면 그 집안의 아침과 저녁 풍경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자손들에게 다음과 같이 훈계하고 있다.

“동틀 무렵 일어나서 물을 뿌리고 비로 쓸어 마당을 청소하고 집 안팎을 깨끗하게 정돈한다. 날이 저물어 집안에서 휴식을 취할 때는 문이 잘 닫혀 있고 잠겨 있는지 반드시 몸소 꼼꼼하게 점검하여 문단속을 해야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마당을 정돈하고 집 안팎을 청소하는 까닭은 깨끗한 몸가짐과 맑은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서이다.

아울러 날이 저물어 집안에서 휴식을 취할 때 빈틈없이 문단속을 하는 까닭은 도둑을 방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또 다르게는 하루 동안 이리저리 내달렸던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단속하고 쉬게 해서 다음날을 대비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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