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삼친(三親)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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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삼친(三親)이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9.2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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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6강 안의편(安義篇)…의로움에 편안하라①
[자료=온양민속박물관]
[자료=온양민속박물관]

[한정주=역사평론가] 顔氏家訓曰(안씨가훈왈) 夫有人民而後(부유인민이후)에 有夫婦(유부부)하고 有夫婦而後(유부부이후)에 有父子(유부자)하고 有父子而後(유부자이후)에 有兄弟(유형제)하니 一家之親(일가지친)은 此三者而已矣(치삼자이이의)라 自玆以往(자자이왕)으로 至于九族(지우구족)이 皆本於三親焉(개본어삼친언)이라 故(고)로 於人倫(어인륜)에 爲重也(위중야)니 不可無篤(불가무독)이니라.

(『안씨가훈』에서 말하였다. “무릇 사람이 있고 난 다음에 부부(夫婦)가 있고, 부부가 있고 난 다음에 부자(父子)가 있고, 부자가 있고 난 다음에 형제(兄弟)가 있다. 한 집안의 친족은 이 세 가지가 있을 뿐이다. 이로부터 나아가 구족(九族)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삼친(三親)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인륜에서 가장 중요하므로 인정이 두텁고 진실하게 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 집안의 친족은 부부(夫婦)·부자(父子)·형제(兄弟) 세 가지가 있을 뿐이라고 해서 부부·부자·형제를 일컬어 이른바 ‘삼친(三親)’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안씨가훈』에서 말하고 있는 ‘삼친에 뿌리를 두고 있는 구족(九族)’이란 구체적으로 어느 범위까지의 친척 관계를 가리키는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주장이 존재하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대체적으로 이렇게 정리하면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일반적으로 구족은 가장 좁게 보면 자신을 기준으로 하여 9대(九代)에 걸친 직계친족(直系親族) 관계를 가리킨다. 더 넓게 보면 직계친족을 중심으로 하여 방계(傍系)의 친척 관계, 즉 고조의 4대손이 되는 형제, 종형제(從兄弟: 4촌 형제), 재종형제(再從兄弟: 6촌 형제), 삼종형제(三從兄弟: 8촌 형제)를 포함하는 말이다.

또한 가장 넓게 보면 부계(父系)의 4친족(四親族), 모계(母系)의 3친족(三親族), 처족(妻族)의 2친족(二親族)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이때 부계의 4친족이란 아버지의 자매와 그 자녀, 자신의 자매와 그 자녀, 자신의 딸과 그 자녀를 가리킨다.

모계의 3친족이란 어머니의 부성(父姓: 아버지의 성), 어머니의 모성(母姓: 어머니의 성), 어머니의 자매를 가리킨다. 처족의 2친족이란 아내의 부성(父性: 아버지의 성), 아내의 모성(母性 : 어머니의 성)을 가리킨다.

어쨌든 여기에서 인용하고 있는 『안씨가훈』, 곧 안지추의 말은 이 책 가운데 <형제> 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 안지추가 자손들에게 형제간의 우애(友愛)를 훈계하기 위해 한 말이라는 얘기이다.

특히 안지추는 삼친, 즉 부부와 부자와 형제 관계는 “인륜에서 가장 중요하므로 인정이 두텁고 진실하게 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쉽게 생각해보면 삼친 가운데 두터운 인정과 진실한 마음을 지니고 유지하기가 가장 어려운 관계는 부부와 부자보다는 형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아마도 안지추는 삼친 중에서도 특별히 ‘형제 사이의 우애’를 강조해 자손들에게 훈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안씨가훈』의 내용 다음에 바로 나오는 안지추의 말을 살펴보면 이러한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안지추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형제는 부모에게서 육신을 나누어 받고 기운을 이어받은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렸을 때는 부모가 좌우와 앞뒤에서 이끌어주고 돌보아주며 한 집에서 어울려 뛰어 놀고, 같은 상에서 더불어 밥을 먹고, 서로 옷을 물려 입거나 책을 물려 읽고, 함께 공부하기 때문에 서로 아끼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장성해서 각자 아내를 얻고 자식을 낳아 기르게 되면 어렸을 때부터 아무리 사이가 좋게 지내온 형제라고 해도 그 관계가 다소 멀어지거나 우애가 다소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형제 사이와 비교해보면 형제의 아내들 사이는 더욱 어색하고 서먹서먹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그 관계가 소원(疏遠)한 형제의 아내들 때문에 형제 사이가 좌지우지된다면 이것은 마치 바닥이 네모난 그릇에 둥근 뚜껑을 덮은 것과 같아서 절대로 들어맞지 않는 법이다. 오직 깊고 지극한 형제간의 우애로 그 아내들에 의해 좌지우지되어 마음이 바뀌지 않았을 때만 그 관계가 멀어지고 우애가 시들어지는 꼴을 모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제16강의 주제인 ‘안의(安義)’, 즉 ‘의로움에 편안하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형제 관계에서 반드시 간직하고 지켜야 할 의로움이란 바로 ‘우애(友愛)’, 즉 ‘두터운 인정과 진실한 사랑’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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