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부채 늪’ 경창산업의 수상한 주가폭등…소수계좌 매수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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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부채 늪’ 경창산업의 수상한 주가폭등…소수계좌 매수 집중
  • 박철성 대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2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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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성의 특징주] 1분기 부채비율 373%…잠재적 부실기업 위험성도 노출
‘부실’적자기업‘ 경창산업의 주가가 최근 폭등했다.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홈페이지 캡처]
‘부실’적자기업‘ 경창산업의 주가가 최근 폭등했다.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홈페이지 캡처]

‘적자와 부채’라는 이중고 늪에 빠진 경창산업(024910) 주가가 폭등했다. 단기간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그렇다고 딱히 주가 급등을 견인할 아무런 이유도 없었다.

한국거래소는 경창산업에 ‘투자주의’ 조치를 했다. 지난 10일·11일·16일·18일 4회에 걸쳐 ‘소수지점·소수계좌 거래집중 종목’ 공시를 했다. 소수지점·소수계좌가 폭등 주가에 깊이 관여했다는 것. 즉 이 소수계좌가 주가를 견인했다는 얘기다.

거래소에선 이처럼 해당 계좌의 매매동선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시장에선 이를 강한 옐로카드로 해석하고 있다. 경창산업 폭등 주가에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최근 경창산업은 주가폭등 관련, 소수지점 소수계좌 거래집중 종목으로 4회 지정됐다. 최근 공시목록.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

전문가들은 경창산업 그래프가 수상하다고 지적했다. 직접 경창산업에 확인했다. 경창산업 공시 담당 이희성 차장과의 전화 통화는 모두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첫 번째 통화에서 이 차장은 “주가가 오를 호재는 없다”면서 “다른 자동차 업종 주가가 오를 때 우리는 소외됐던 종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주가 급등이 이상할 것 없다는 얘기로 해석됐다.

또 이 차장은 ‘소수지점·소수계좌 거래집중 종목· 공시와 관련해 “말하기 곤란하다. 어느 계좌라는 것은 모른다”면서 “위에서 지시받은 게 없어 말 못 한다. 공식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소수계좌가 어딘지 모른다더니 지시받은 게 없어 말을 할 수 없다고 횡설수설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이후 지난 19일 새로운 공시가 눈길을 끌었다. 보고자는 경창산업 실제 주인인 최대주주 손일호 대표.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였다.

손일호 대표와 특수관계인 손태훈이 지난 9일부터 10일·11일16일·17일·18일 모두 6거래일에 걸쳐 경창산업 주식 151만4891주를 추가 매수했다는 내용이었다. 모두 장내 매수였고 이때 1주당 취득 평균단가는 1103~1439원까지의 범위였다.

또 해당 주식 매수자금은 개인 자금 647만원과 대구은행으로부터 부동산 담보로 차입한 20억원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담보 차입 기간은 지난 9월2일부터 오는 2020년 3월2일까지다.

현재 경창산업은 적자와 부채의 늪에 빠져있다. 올해도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높은 부채비율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한 가운데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의 절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경창산업의 올해 반기 매출액은 2604억원, 영업손실 규모는 63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133억원으로 2017년 243억원, 지난해 267억원에 이어 3년째 당기 순손실이 발생했다.

경창산업 요약 재무제표. 올 전반기 365.72%의 부채비율을 기록,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

경창산업의 높은 부채비율은 재무 건전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반기 기준 경창산업의 부채총계는 4754억원. 여기에 당장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가 3042억 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2017년 264.93%, 지난해 343.70%에서 올해 1분기에는 372.94%까지 올랐다. 부채비율도 급등 추세다.

또 단기차입금 규모가 1971억원에 달하지만 여유자금 상황이 녹록치 않다. 잉여현금흐름은 2017년 –746억원에서 지난해 말 –52억원, 올해 반기 기준 8억원으로 현금흐름은 개선됐다. 하지만 차입금 의존도는 여전히 50%를 넘는 수준이다.

그나마 차입금 대부분이 담보나 경영진의 지급보증을 받고 있어 금융비용 커버리지가 높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그러나 경창산업의 높은 부채비율은 이미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가정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도 순손실 및 유동부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경창산업의 감사를 담당한 삼정회계법인은 “(지난해 말 기준) 당기순손실이 460억원이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1330억원 초과했는데, 이는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대해 유의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창산업은 올해 반기 기준으로도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1129억 원 초과한 상태다.

경창산업은 잠재적 부실기업 위험성도 노출됐다. 경창산업의 반기 기준 이자보상배율은 –0.91.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당장 이자 비용 감당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자보상배율(Interest Coverage Ratio)이란 기업의 수입에서 이자 비용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경창산업 이자보상배율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지난해 2.89에서 급격히 악화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이면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를 지불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창출 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지불할 수 없기 때문에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볼 수 있다.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일 경우 좀비기업(한계기업)으로 간주한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최대주주 손일호 대표 특수관계인은 부동산담보 대출로 주식을 장내 매수했다. 도대체 무슨 이유였을까.

경창산업 이희성 차장은 두 번째 전화 통화에서 “손태훈은 손일호 대표의 아들이 맞다”면서 “이번 주식 매수가 개인 부동산담보대출이었다.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했다. 그는 “개인이 주식을 산 것이고 법인소유의 부동산 담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경창산업의 지분구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차장 얘기대로 손태훈은 경창산업 최대주주 손일호 대표의 아들이다. 이번 주식매수로 손태훈의 지분은 5.99%, 형식상 세 번째 대주주가 됐다.

경창산업 지분분석. 최대주주와 특수인 관계자 명단과 지분율.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

그런데 지분 7.03%로 2대 주주의 대경 AS 최대주주가 바로 손태훈이다. 즉 이번 주식매수로 손태훈이 경창산업의 더욱 강력한 2대 주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 오너일가 승계 구도를 완벽히 갖췄다고 분석한다.

지난 2017년 경창산업은 자녀 회사에 주식처분을 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편법승계라는 질타를 받았다. 오너 일가가 꼼수로 부의 상속을 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경창산업은 1961년 창업주 손기창 명예회장이 설립했다. 현대모비스 등에 납품하는 국내 대표 자동차 부품 기업이다.

현재는 손 명예회장의 아들인 손일호 대표가 지분 17.85%를 보유했다. 손 대표와 특별관계자를 합치면 49.6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최대주주다.

주목되는 건 경창산업의 관계사로 분류된 대경AS다. 대경AS는 2003년 설립됐다. 대경AS는 현대모비스가 생산하는 자동차 패널 판매업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대경AS 최대주주가 손 대표의 아들이자 1994년생인 손태훈이라는 점. 최근 부동산담보 대출로 경창산업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였던 장본인이다.

대경AS의 ‘2005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손씨는 11세. 그 어린 나이에 최대주주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대경 AS가 2003년 설립될 당시의 납입자본금이 5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2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창산업 1분 봉 그래프. 최근 2거래일 낙폭이 크다. 고점에 발목을 잡혔다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

대경AS는 설립 초기부터 순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2005년도부터 매년 1억원씩 배당도 했다. 알짜배기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실제 손태훈의 경창산업 지분은 2005년 0.21%(2만5208주)에서 2017년 5월 기준 1.76%(30만9700주)로 증가했고, 그가 최대주주인 대경 AS도 경창산업 지분을 7.23%(127만주)까지 취득했다.

이를 2017년 8월7일 종가로 계산하면 76억원에 달한다. 초등학생 시절 쥐어준 2억원 상당의 지분이 십 수 년 만에 30배가 넘는 지분가치로 돌아온 격이다.

당시 자본시장 전문가 M씨는 “경창산업은 충분히 존경받을 기업이지만 2~3세 경영자와 관련된 불투명한 의혹들이 그림자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정도경영을 경영이념으로 내세우지만 정도의 기준은 주주들도 이해 가능한 보편적인 기준이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2017년 8월14일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창산업은 그해 5월2일 자사주 180만주를 처분했다. 이 주식은 장내매수를 통해 대경AS와 위드텍이 각각 90만주씩 받았다. 처분가격은 당일 종가인 1주당 4940원이었다.

이에 따라 대경AS는 경창산업 지분 7.23%를 보유하게 되면서 손일호 대표(18.37%)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위드텍은 5.13%를 보유하게 되면서 3대 주주가 됐다. 대경AS와 위드텍은 손일호 대표의 딸과 아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대경AS는 손 대표 아들 손태훈(당시 23세), 위드텍은 딸 손지영(당시 36세) 씨가 최대주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자사주를 자녀들 회사에 넘긴 것은 경영 승계의 수순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당시 상황을 통해 경창산업의 사업 기회나 이익이 자녀들 소유의 회사로 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였다.

당시 대경AS는 손일호 대표의 배우자이자 손태훈의 모친인 손영해 씨다. 손일호 대표의 아들인 손태훈은 사내이사로 있고, 경창산업의 기획 담당 부사장인 손영재 씨는 감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위드텍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당시 경창산업 부사장인 손영재 씨가 대표, 경창산업 TM 본부담당 부사장인 차달준씨가 이사, 딸 손지영 씨 역시 회사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당시 경창산업 측은 “편법 승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 경창산업 관계자는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경영 승계를 밟고 있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공시된 대로 회사 부채를 줄이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사주를 처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나저나 판이 커졌다. 경창산업 그래프엔 세력의 발자국이 찍혔다. 미확인 세력, 누군가에 의해 주가가 견인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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