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이와 젊은이, 어른과 어린아이는 하늘이 분별한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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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와 젊은이, 어른과 어린아이는 하늘이 분별한 질서”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10.10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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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7강 준례편(遵禮篇)…예절을 따르라④

[한정주=역사평론가] 老少長幼(노소장유)는 天分秩序(천분질서)니 不可悖理而傷道也(불가패리이상도야)니라.

(늙은이와 젊은이, 어른과 어린아이는 하늘이 분별(分別)한 질서이다. 이와 같은 질서의 이치를 어기고 도리를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

늙은이와 젊은이, 어른과 어린아이를 나누어 구별하는 것은 하늘이 정한 질서이기 때문에 사람이 정한 윤리나 도덕 또는 이치나 도리는 마땅히 여기에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까닭에 『예기』 <제의(祭義)> 편에서는 “나이가 많은 어른과 늙은이를 귀중하게 여기는 것은 부모를 섬기는 효도(孝道) 다음으로 소중한 일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 다음에 오는 가치가 ‘임금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과 늙은이를 귀중하게 여겨 존중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사람이 태어나 배우고 가르침을 받을 때 가장 앞서 배우는 서책 중의 하나였던 『소학』에는 어른과 어린아이 사이의 질서의 이치를 밝히고 있는 <명장유지서(明長幼之序)>를 아예 하나의 독립된 장으로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는 『예기』 <곡례(曲禮)> 편을 인용하면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과 늙은이를 대할 때 아랫사람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예절과 예법을 밝히고 있는데 그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버지의 친구를 뵐 때는 아버지를 대하는 것처럼 공경해야 한다. 그러므로 앞으로 나오라고 말하지 않는 한 감히 나아가지 않고, 물러나라고 말하지 않는 한 감히 물러나지 않고, 묻지 않았다면 감히 대답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예절과 예법이다.

둘째, 자신보다 나이가 갑절이나 많은 사람을 대할 때는 아버지를 받들어 섬기는 것처럼 하고, 자신보다 10살이 많으면 형을 섬기는 것처럼 하며, 자신보다 5살이 많으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되 조금 뒤쳐져서 따라가는 것이 올바른 예절과 예법이다.

셋째, 어른에게 무엇인가를 질문하거나 의논하러 갈 때는 반드시 안석과 지팡이를 가지고 가고, 만약 어른이 무엇을 물으면 거부하지 않고 대답하는 것이 올바른 예절과 예법이다.

넷째, 어른을 따라서 높은 곳에 오를 때는 반드시 어른이 보는 곳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 올바른 예절과 예법이다.

다섯째, 만약 어른이 손을 잡아 이끌면 두 손으로 받들어 잡고, 어른이 자신을 옆에 두고 입 가까이에 대고 말을 하면 반드시 자신의 입을 손으로 가리고 대답하는 것이 올바른 예절과 예법이다.

여섯째, 어른과 함께 자리할 때는 편안하고 안정된 자세로 앉아야 하고 얼굴빛을 바르게 하며, 어른이 말을 마치기 전에는 절대로 다른 말을 꺼내지 않는 것이 올바른 예절과 예법이다.

일곱째, 어른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을 때는 아랫사람은 어른이 주는 술과 음식을 감히 사양하지 못한다. 비록 훌륭하고 맛있는 음식이 많다고 해도 사양해서는 안 되는 것이 올바른 예절과 예법이다.

여덟째, 여러 사람과 어른을 모시고 앉아 있을 때 어른이 무엇을 물었는데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아 살피지 않고 대답하는 것은 또한 올바른 예절과 예법이 아니다.

백번 양보해서 ‘늙은이와 젊은이, 어른과 어린아이를 나누어 구별하는 것은 하늘이 정한 질서’라는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 예절과 예법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각박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가.

자칫 잘못하면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무조건 복종하고 순종해야 할 뿐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내세워서는 안 되는 것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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