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과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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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과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10.2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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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8강 언어편(言語篇)…말을 조심하라④
송나라 유학자이자 정치가인 진덕수(眞德秀)가 저술한 『대학연의(大學衍義)』는 ‘제왕학(帝王學)의 교과서’로 불린다.
송나라 유학자이자 정치가인 진덕수(眞德秀)가 저술한 『대학연의(大學衍義)』는 ‘제왕학(帝王學)의 교과서’로 불린다.

[한정주=역사평론가] 利人之言(이인지언)은 爛如綿絮(난여면서)하고 傷人之語(상인지어)는 利如荊棘(이여형극)이라 一言利人(일언리인)이 重値千金(중치천금)이요 一語傷人(일어상인)이 痛如刀割(통여도할)이라.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가 마치 솜과 같고,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예리(銳利)하기가 마치 가시와 같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한 마디 말은 소중하기가 천금의 값어치가 나가고, 사람을 상하게 하는 한 마디 말은 고통스럽기가 마치 칼로 베는 것과 같다.)

『주역』 가운데에 <십익(十翼)>이라는 것이 있다. 여기에서 ‘익(翼)’은 새의 날개라는 뜻이다. ‘십익(十翼)’은 『주역』의 원문을 해석하고, 그 이치를 밝힌 것인데, 곧 새의 날개처럼 『주역』의 해석과 이치를 밝히는 것을 돕는다는 뜻이다.

<십익>은 ‘단전(彖傳) 상하(上下)’, ‘상전(象傳) 상하(上下)’, ‘계사전(繫辭傳) 상하(上下)’, ‘문언전(文言傳)’, ‘설괘전(說卦傳)’, ‘서괘전(序卦傳)’, ‘잡괘전(雜卦傳)’ 등의 열 가지 전(傳)을 말한다.

이 중 ‘계사전’은 본래 문왕과 주공이 지은 말에 공자가 기술한 경문(經文)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서 공자는 사람을 이롭게 하는 선(善)한 말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과 효과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집안에 있으면서도 하는 말이 선(善)하면 천 리 밖 먼 곳에서도 뜻을 함께 한다. 하물며 가까운 곳은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러나 하는 말이 선(善)하지 못하면 천 리 밖 먼 곳의 사람들도 떠난다. 하물며 가까운 곳이야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말이란 자신의 입에서 나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행동이란 가까운 곳에서 나와 먼 곳에 이르러서까지 드러난다. 그러므로 말과 행동이란 군자가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이며, 말과 행동에 따라 영광과 오욕이 엇갈리게 되는 법이다.

말과 행동은 곧 세상을 움직이므로 삼가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하지 않겠는가!”

공자의 말 중 “집안에 있으면서도 하는 말이 선(善)하면 천 리 밖 먼 곳에서도 뜻을 함께 한다”는 것은 곧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천금의 값어치가 나간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하는 말이 선(善)하지 않으면 천 리 밖 먼 곳의 사람들도 떠난다”는 것은 곧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마치 칼로 베는 것과 같은 고통을 가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송나라 때 유학자이자 정치가인 진덕수(眞德秀)는 ‘제왕학(帝王學)의 교과서’라고 불리는『대학연의(大學衍義)』를 저술했다.

이 책에서 진덕수는 위에서 인용한 『주역』 <계사전> 공자의 말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집안에 있으면서 하는 말을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있다고 하며 천 리 밖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호응할 수 있겠느냐?”라고 문제를 삼는데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라면서 이렇게 반론을 펼치고 있다.

“좌구명은 자신이 지은 역사서인 『국어(國語)』에 진(晋)나라 헌공의 애첩 여희가 울었던 사실을 기록했고, 반고는 자신이 지은 역사서인 『한서(漢書)』에 한(漢)나라 성제의 애첩인 조비연과 조합덕 자매가 분노했던 사실을 기록했고, 백거이는 ‘장한가(長恨歌)’에 당나라 현종과 그 애첩 양귀비의 변함없는 사랑의 맹세를 기록했다. 이것들은 아무도 들을 수 없는 깊고 깊은 구중궁궐에서 아무도 없을 때 두 사람만이 한 비밀스러운 일인데 세상에 낱낱이 알려져 드러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아무도 들을 수 없고, 아무도 볼 수 없으며,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깊고 깊은 구중궁궐에서 비록 임금과 애첩이 단 둘이 비밀스럽게 한 말이라고 해도 천 리 밖 먼 곳의 사람들에게까지 널리 퍼져서 그 악행(惡行)이 남김없이 드러나 훗날 그 악행에 대한 대가를 치뤘는데, 하물며 한 장(丈) 높이도 안 되는 담장을 사이에 두고 사람들이 오가는 큰 길과 접하며 사는 사람들의 집안에서 하는 말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러므로 사람은 마땅히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과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을 가려서 할 줄 알아야 비로소 근심과 재앙을 모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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