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기업 중 여성임원 기업 56곳…아모레퍼시픽 20%대 첫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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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기업 중 여성임원 기업 56곳…아모레퍼시픽 20%대 첫 돌파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9.10.2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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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코써치, 삼성전자 55명 ‘최다’…SK이노베이션 강선희 부사장 ‘최장수’

올해 100대 기업에서 오너가(家)와 사외이사를 제외한 여성 임원은 작년보다 13% 증가한 244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40대 이하 젊은 임원들이 60% 이상 차지하고 학부 기준으로 이화여대 출신과 이공계열을 전공한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른바 40대, 이화여대, 이공계 계열 출신을 요약한 ‘사이공’ 신조어가 국내 100대 여성 임원의 특징으로 요약됐다.

29일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2019년 국내 100대 기업 여성임원 현황 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은 244명이었다. 지난해 216명에서 한 해 사이 28명(13%) 많아진 숫자다.

조사가 처음 실시된 지난 2004년과 비교하면 15년 사이 여성임원은 18배 이상 증가했다.

오너가 출신 7명까지 합치면 올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숫자는 모두 251명. 100대 기업 전체 임원 6932명 중 여성 임원 비율은 3.6%로 지난해보다 0.4%포인트 높아졌다.

그러나 대기업 내 여성 임원 숫자는 점차 늘고 있지만 여전히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해 ‘유리천장’은 여전했다.

100대 기업 여성임원 숫자는 2004년 13명에서 2006년 22명, 2010년 51명, 2011년 76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2013년에는 여성임원 100명 시대를 열었다. 2013년 당시 여성임원 수는 114명. 다음해인 2014년에는 106명으로 상승 추세가 한풀 꺾이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2015년(138명)과 2016년(150명)에는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그러다 작년 216명으로 처음 200명대를 돌파했고 올해는 240명을 넘어섰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2021년 전후로 300명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00대 기업 중 여성임원을 단 한 명이라도 보유한 곳은 56곳으로 조사됐다. 연도별 여성 임원 보유 기업 수는 2004년 10곳, 2006년 13곳, 2010년 21곳으로 조금씩 증가해 왔다.

이후 2011년 30곳, 2013년 33곳, 2015년 37곳, 2016년 40곳으로 많아졌다. 작년에는 여성 임원을 배출한 기업이 55곳으로 그렇지 않은 곳보다 더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처음 벌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도 이어졌다. 2020년 내년에는 100대 기업 중 60% 이상이 여성 임원을 보유할 것으로 전망돼 여성임원이 없는 대기업은 점차 설자리가 좁아지는 모양새다.

이번에 조사된 비(非)오너 출신 여성임원 244명 중 최장수 여성 임원은 SK이노베이션 강선희 부사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강 부사장은 40세 되던 지난 2004년 1월 SK그룹 임원으로 발탁돼 올해로 15년 동안 임원 타이틀을 유지해오고 있다.

100대 기업 중 올해 여성 임원을 최다 배출한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의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여성임원 숫자는 55명. 여성임원 비율은 5.2% 수준이었다.

삼성전자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임원 중 한 명은 이영희 부사장이다. 이 부사장은 지난 2007년 ‘별’을 달아 올해로 10년 넘게 삼성전자에서 임원직을 유지해오고 있다.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삼성전자에서 최초의 여성 사장이 탄생할 수 있을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여성임원이 많은 기업은 아모레퍼시픽이었다. 이 회사의 올해 여성임원 숫자는 16명. 여성 소비재를 판매하는 업종 특성과 서경배 회장의 여성 경영 참여 의지가 맞물리면서 다수의 여성임원을 배출시켰다.

CJ제일제당은 14명으로 세 번째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미경 부회장과 이경후 상무 등 오너가 임원까지 포함하면 CJ제일제당 내 여성임원은 16명으로 늘어난다.

이어 네이버(12명), 롯데쇼핑·KT(각 11명), 삼성SDS(10명) 순으로 여성임원을 다수 배출한 기업군에 이름을 올렸다.

100대 기업 중 올해 ‘별’을 단 여성 숫자가 10명 이상이면서 여성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아모레퍼시픽이었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전체 임원(사외이사 제외) 숫자는 73명으로, 이중 21.9%가 여성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최근 5년간 여성임원 비율은 2015년 16.1%, 2016년 14%, 2017년 18.3%, 2018년 18.7%로 증가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20%대를 넘어섰다. 임원 5명 중 1명은 여성으로 채워졌다는 얘기다.

향후 2~3년 내에 아모레퍼시픽의 여성 임원 비율은 30%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에 이어 CJ제일제당(15.2%), 네이버(14.1%), 삼성SDS(11.6%)도 여성 임원 비율이 10% 넘는 여성친화기업 우수 그룹에 포함됐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대기업에서 여성임원 비율이 20%를 넘어선다는 것은 다른 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뿐 아니라 경영 실적에 미치는 상관관계 등을 분석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여성임원이 증가할수록 경영 실적 역시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될 경우 기업 내 여성 핵심 인재의 등용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100대 기업 244명 여성 임원들의 출생년도를 살펴보면 1970~1973년에 속하는 1970년대 초반 출생자가 43%(10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964~1966년에 속하는 1960년대 중반은 25%(61명)로 뒤를 이었고 1974~1976년생인 1970년대 중반은 12.7%(31명)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단일 출생년도별로는 1971년생이 39명으로 가장 많은 숫자를 보였다. 이어 1970년(26명), 1969년(24명), 1972년(22명), 1968년(22명), 1973년(18명) 순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1970년 이후 태어난 40대 이하 여성 임원이 60.7%나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조사된 여성임원 중 출신대(학부 기준) 현황을 살펴보면 이화여대 출신이 29명으로 가장 많았다. 석·박사까지 합치면 이화여대 출신은 35명으로 늘어난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CJ제일제당 김희재 부사장, 기업은행 최현숙 부행장, 삼성증권 이재경 전무, 현대자동차 변영화 상무, 네이버 박선영 CIC대표 등이 이화여대 동문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100대 기업 여성임원 244명 중 석사 출신은 74명(30.3%)이었다. 석사학위를 가장 많이 받은 곳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었다. 74명 중 9명이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도 16명이었다. 학부별 전공은 전자·컴퓨터공학 등 이공계열 출신이 5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영문·교육학 등 인문·어문계열 38명, 경영·무역학 등 상경계열 25명 순으로 높게 파악됐다.

고졸 신화를 쓴 여성 임원도 있었다. 화재의 주인공은 삼성화재 오정구 상무다. 오 상무는 지난 1981년 입사해 작년 말 기업의 꽃인 ‘별’을 단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에 조사된 여성임원 중 흥미롭게도 동명이인(同名異人)도 6쌍이나 됐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이름은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이다. 이 회장은 오너가여서 이번 여성 임원 숫자에는 제외됐지만 100대 기업 여성임원 중에는 메리츠종금증권 이명희 전무도 활약 중이다. 이 회장과 이 전무는 이름 이외에도 이화여대 동문이라는 공통분모도 갖고 있다.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 이름이 같은 여성 임원도 눈길을 끌었다. 1969년생과 1972년생인 삼성SDS 이은주 상무가 그 주인공들이다. 삼성전자와 LG생활건강에 다니는 두 명의 김희선 상무는 1969년생 동갑내기 여성 임원들이다.

이외 SK 김은경(1968년생)·삼성전자 김은경(1974년생), CJ제일제당 오지영(1971년생)·한화생명 오지영(1975년생), 아모레퍼시픽 전진수(1971년생)·SK텔레콤 전진수(1975년생)도 이름이 같은 여성 임원들로 꼽혔다.

이번 조사와 관련 김혜양 대표는 “여성임원 비율로만 살펴보면 아직까지 5% 미만으로 여전히 유리천장은 높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정부 각 부처는 물론 민간 기업 등이 상호 합심해 ‘트리플 여성 리더 파이프라인’을 장기적으로 구축해야 여성 임원이 지금보다 많이 탄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밝힌 트리플 여성 리더 파이프라인은 여학생의 이공계열 대학 진학률(뿌리), 기업의 여성 직원 채용률(줄기), 여성관리자 진급률(가지) 세 가지를 뜻한다. 나무로 치면 뿌리→줄기→가지 순으로 영양분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좋은 꽃과 열매를 많이 맺을 수 있는 것처럼 여학생의 대학 이공계 진학률 상승→기업의 여성 직원 채용률 확대→여성 관리자 비율 증가로 이어져야 여성 임원과 CEO도 지속적으로 나오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100대 기업 기준은 상장사 매출액 순으로, 조사는 각 기업 반기보고서를 토대로 이뤄졌다. 조사 대상은 오너가와 사외이사를 제외한 여성임원이며 출신대와 전공은 정기보고서 이외에 언론 기사와 인물 검색 등의 자료 등도 참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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