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 낮은 지도자의 선동, 잘도 당하는 국민”…『선동의 기술』
상태바
“수준 낮은 지도자의 선동, 잘도 당하는 국민”…『선동의 기술』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9.11.12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대 지도자급 인물들은 대중 앞에서의 연설 능력이 뛰어났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과서나 위인전을 통해 쉽게 접했던 미국의 링컨·케네디 대통령이나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를 꼽을 수 있고 독일의 히틀러와 프랑스의 나폴레옹도 떠오른다.

프랑스 식민지인 코르시카 섬 출신이었던 나폴레옹은 연설뿐만 아니라 화법 수준이 남성이건 여성이건 상관없이 당시 화류계와 정계 인사들 가운데 그의 화술에 매료되지 않은 인물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 히틀러는 아예 타고난 연설가였다. 아마도 기회주의적이지 않은 자기 가치관이 이미 젊어서 확고했기에 원고를 보지 않고서도 일관성 있게 자기주장을 펼칠 수 있었지 않을까.

물론 지도자들이라고 모두 대중 연설 능력이 뛰어났던 건 아니다.

부랑배에서 혁명가로 변신한 스탈린은 특별한 웅변 실력을 갖지 못했다. 러시아의 식민지였던 동부 그루지야 태생으로 억센 사투리를 구사했던 그는 혁명 초기 주로 자금을 조달하는 행동대원 역할에 머물렀다. 그의 첫 연설은 서기장이 된 이후 라디오방송을 통해서였을 만큼 자신의 위치가 확보해지기 전까지 대중연설을 자제했다.

반면 경쟁자였던 트로츠키도 변방 우크라이나 출신이었지만 수학을 전공했던 탓에 확고한 자기논리와 세계관을 갖추고 있었고 웅변에도 능했다. 여기에 독일어, 불어, 영어 등 여러 언어까지 구사했다.

신간 『선동의 기술』(인간사랑)은 오늘날 선전선동이라는 것은 무슨 괴물 같은 집단이 사용하는 무서운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 녹아있는 독특한 소통 방식이라는 전제를 깔고 선동선전 기술을 넘어 전술의 활용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저자는 선전선동을 결코 부정적 의미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단지 너무 저급하여 보기에 역겹거나 그 시도가 너무 비열해 인간의 마음을 무의식적으로나마 움직이려는 노력조차 없이 그냥 기계적으로 찍어내듯 마구 선전선동을 파급시키는 반칙행위까지 일반화돼 있는 현재의 우리 사회에 대해 비판한다.

수준 높은 선동을 구사해야 할 지도자들의 자질의 부족함을 탓하고 수준 낮은 선전에만 눈과 귀가 쏠리며 잘도 선동당하는 국민들의 비판 능력 부족을 꼬집는 것이다.

책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선전선동에 뛰어났던 역대 혁명가 혹은 독재자들에 대한 이야기와 평가 부분이다.

저자는 “기대와 달리 세계 최고의 선동가로 일컬어지는 괴벨스의 웅변 솜씨가 그다지 훌륭하지 못했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다. 또한 “녹음이나 녹화물로 전해지는 트로츠키의 연설 역시 대부분 그가 망명 중이던 시절에 영어로 남긴 것”이라며 “주눅이 많이 들어서인지 그리 특출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