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건물과 불평등 심화로 점철된 도시건축에 대한 비판…『정의로운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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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건물과 불평등 심화로 점철된 도시건축에 대한 비판…『정의로운 도시』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9.11.1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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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도시개발은 위정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정책사업이다. 번지르르한 성과물이 당장 눈앞에 드러나는 유혹을 떨쳐버리기에 인간과 도시의 미래에 대한 배려는 사실상 뒷전이다.

직설적이고 흡입력 있게 글을 쓰는 건축작가 중 한 사람인 마이클 소킨은 이처럼 겉만 그럴 듯한 고층건물과 불평등 심화로 점철된 도시를 만든 공무원과 개발업자, 시민단체 그리고 큰돈을 주무르는 이들을 꾸짖는다.

그의 저서 『정의로운 도시』(북스힐)에서는 두 명의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와 빌 디블라시오의 비인간적인 정권이 뉴욕을 어떻게 휘황찬란한 고층건물로 가득한 도시로 만들어버렸는지, 불평등을 어떻게 심화시켰는지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9·11 테러 이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의 공간이었던 그라운드 제로는 개발업자들의 손으로 넘어갔고, 어떻게 바뀌었는가에 대해 소킨은 자신의 감상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또한 허리케인 ‘샌디’ 상륙 당시 자신의 아파트와 공공주택 단지들의 상황을 비교하며 뉴욕의 자연재해와 인재에 대한 대비책의 부재를 신랄하게 공격한다.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에는 고층건물을 신축하려는 개발업자를 저지하기 위해 주변 건물의 입주민들이 1100만 달러(약 130억원)를 지불해 공중권(air rights)을 사들였다. 개발업자는 기존의 신축계획을 바꿨고 입주민들은 자신의 집에서 맨해튼의 상징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볼 수 있는 조망권을 돈으로 지켜냈다. 부동산을 공기 채굴 산업으로, 성장과 밀도를 동의어라고 한 소킨의 표현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소킨이 제기한 문제들은 기실 뉴욕뿐만 아니라 많은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과제다.

그는 책에서 오늘날 도시의 외관을 만드는 형태와 실상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거리에서부터 인간적인 규모로 시작하는 또 다른 종류의 도시를 옹호한다.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우며 자기성취감을 느끼는 근린지구와 공적 공간의 근거지가 될 도시를 지지하는 것이다.

소킨의 글쓰기에는 건축가이자 도시 실천가로서 살아온 일생의 경험이 녹아있다. 그는 도시와 건물을 관찰하고 거기서 살아가는 행위의 즐거움과 그 기술에 대해 쓴다. 이는 도시와 건물을 더 잘 이해하고 그 속에서 더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서다.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비인격적인 도시개발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옮긴이는 “이 책을 읽다보면 아파트 가격이 급등해온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 뉴욕에서도 고층아파트 개발과 부동산 가격 상승과 맞물린 젠트리피케이션과 주거비용 적정성의 문제가 심각함을 확인하게 된다”면서 “부동산 재벌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 정치적 현실이 무엇을 상징하는지를 알게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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