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지내는 사람 많아도 마음 알아주는 사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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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지내는 사람 많아도 마음 알아주는 사람 없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11.2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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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9강 교우편(交友篇)…친구를 잘 사귀어라④

[한정주=역사평론가] 相識(상식)이 滿天下(만천하)하되 知心(지심)이 能幾人(능기인)고.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 천하에 가득한데 마음 알아주는 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나의 마음을 진실로 알아주는 친구와의 사귐’을 가리키는 고사성어를 찾는다면 ‘지음지기(知音知己)’와 ‘지음지교(知音之交)’ 그리고 ‘백아절현(伯牙絶絃)’ 등을 대표적으로 꼽아볼 수 있다.

모두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의 대부 유백아(愈伯牙)와 그의 친구 종자기(鍾子期)의 사귐에서 비롯된 고사성어들이다.

유백아는 거문고의 명인(名人)이었다. 그의 친구 종자기는 유백아의 거문고 타는 소리를 무척 좋아했다. 특히 종자기는 유백아의 거문고 소리에 배어 있는 슬픔과 기쁨과 괴로움과 외로움을 정확히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친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종자기는 자신의 감정을 거문고 소리에 담아내는 유백아의 바로 그 재능을 존경하며 흠모했던 것이다.

그래서 유백아가 높은 산에 오르는 생각을 하면서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는 “높고 험한 그 소리가 마치 태산과 같구나!”라고 감탄하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생각하면서 거문고를 타면 “넘실거리는 그 소리가 마치 강물과 같구나!”라며 탄복하곤 했다.

어느 날 태산 북쪽으로 유람을 갔던 유백아는 갑작스럽게 폭우가 쏟아진 탓에 바위 밑으로 몸을 피했다. 그런데 쏟아지는 비를 보고 있던 유백아는 불현듯 마음이 슬퍼져 거문고를 당겨 비가 내리는 소리를 곡조로 표현하고 또한 산이 무너지는 소리를 곡조로 연주했다.

유백아가 거문고를 탈 때마다 종자기는 그 거문고 소리에 담겨 있는 유백아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그러한 종자기의 모습에 유백아는 “진실로 훌륭하구나! 거문고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자네의 마음이 그 곳에 담긴 내 마음과 같구나!”라며 크게 기뻐했다.

그런 의미에서 유백아와 종자기는 ‘지음지기(知音知己)’, 곧 소리를 알아 나를 알고 ‘지기지심(知己知心)’, 곧 나를 알아 나의 마음을 아는 사이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유백아와 종자기의 사귐으로 말미암아 이때부터 ‘서로의 마음까지 알아주는 진실한 사귐’을 일컬어 ‘지음지교(知音之交)’라고 하게 되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종자기가 어느 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 후 유백아는 자신의 거문고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단 한 사람이 사라져버렸는데 거문고를 연주해 뭐하겠느냐면서 마침내 거문고 줄을 끊어버리고 두 번 다시 거문고를 연주하지 않았다.

훗날 당나라 말기 때 활동한 시인 오융(吳融)은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어 버린 것은〔伯牙絶絃〕/ 오직 진정한 사귐의 도리를 밝힌 것이네[但證知音之道]”라는 시구(詩句)를 남겼다.

이때부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진정한 사귐’을 뜻하는 또 다른 고사성어로 ‘백아절현(伯牙絶絃)’이 널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유백아와 종자기의 진정한 사귐에 관한 이야기는 『열자』 <탕문(湯問)> 편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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