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휴대전화 단속 카메라’ 호주 세계 첫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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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중 휴대전화 단속 카메라’ 호주 세계 첫 시행
  • 박철성 대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0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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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성의 호주는 지금] “심각한 인권 침해” vs. “오직 단속 목적”

호주 뉴 사우스 웨일스(NSW) 주에서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자를 단속하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들어갔다.

호주 자동차 전문 잡지 ‘카 어드바이스(Car Advice)’는 지난 1일자에서 “뉴 사우스 웨일스 주 정부가 1일부터 주 내 전역에 10곳의 고정식·이동식 ‘운전자 휴대전화 사용 감지 카메라’를 1차로 설치·운영에 들어간다”며 “향후 4년간 35곳에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고 단속카메라 위치는 비공개한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뉴 사우스 웨일스 주가 세계에서 휴대 전화 감지 카메라를 도입한 첫 번째 장소가 되면서 휴대 전화를 사용하는 운전자의 단속율이 상당히 높아질 전망”이라는 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지난달 30일 뉴 사우스 웨일스 정부는 시범 단속 결과를 내놓으며 “지난 3개월 동안 수도권 시드니 앤작 퍼레이드(Anzac Parade)와 엠 포 고속도로(M4 Motorway) 두 곳에서 시행된 시험 단속에서 카메라에 잡힌 830만대의 차량 중 불법적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한 10만명의 운전자가 단속됐다”면서 “벌금으로 환산하면 3400만 달러(한화 27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운전자 휴대전화 사용 제한을 시행하고 있지만 많은 운전자가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임시 라이센스(L Plater, P Plater) 보유자와 같은 초보 운전자는 오디오와 내비게이션을 포함해 운전 중에 휴대전화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정식 라이센스(Full License) 운전자도 내비게이션 맵을 사용하는 것 이외의 다른 휴대전화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오디오 또는 내비게이션 기능을 작동하기 위해 전화기를 터치해야 하는 경우 차량 이동 전 또는 차량의 안내 화면을 사용하는 애플 카 플레이(Apple Car Play)와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와 같은 스마트 폰 미러링 앱(Mirroring App)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번 조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들도 만만치 않다. 시드니 거주 중인 한국 교민 존 리(John Lee) 씨는 “운전대를 한 손으로 잡고 물을 마실 때도 감지가 되는 시스템인 것으로 안다”면서 “인간의 자연스러운 동작까지 단속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일 수 있다”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시드니 외곽에서 시내까지 출퇴근하는 교민 손민환 씨도 “이 정도면 교통 단속이 주목적”이라고 전제한 뒤 “교통사고 예방이란 취지가 무색하게 단속 카메라 설치 장소도 비밀에 부치는 일방적 행정이 정부 수입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또 멜버른 거주 중국 교민 칸(Kan IP) 씨 “인터넷 속도도 느린 호주에서 이런 획기적인 기술이 어불성설”이라면서 “이번 조치로 많은 행정소송을 정부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행으로 뉴 사우스 웨일스 주에서는 1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3개월간의 계도 기간(단속시경고장만 발부, 벌금 미 부과)을 거친 뒤 오는 3월1일부터 실제 단속에 들어간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이번 조치가 전 세계로 확산될지 아니면 기술력 부족과 인권침해 논란 등 행정 소송에 봉착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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