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주류경제학의 가면 벗기기…『경제학의 7가지 거짓말』
상태바
‘우아한’ 주류경제학의 가면 벗기기…『경제학의 7가지 거짓말』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9.12.26 1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럽 경제는 불황은 가만히 두거나 허리띠를 졸라 매면 해결된다는 ‘세이의 법칙’에 따라 확장적 긴축 정책을 펼친 결과 더 큰 불황에 빠지고 말았다.

또한 물가안정목표제 아래 인플레이션을 낮은 수준에서 안정시키는 데만 집중하자 완전고용과 금융안정을 소홀히 하게 돼 만성적인 고실업과 금융위기의 위험이 초래됐고 ‘효율시장가설’에 따라 금융증권에서 투기적 거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 아래 금융규제와 감독이 느슨해지자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 명제들은 건전한 의도에서 탄생했고 그 자체로 상당한 타당성을 지니지만 주류경제학자들에 의해 심각하게 오용·남용됐다.

신간 『경제학의 7가지 거짓말』(지식의날개)은 이처럼 주류경제학 이론을 지배하는 7가지 명제들이 어떻게 거짓말에 가깝고 경제와 사회에 해악을 끼쳤는지를 역사적·실증적 관점에서 파헤치는 책이다.

경제 칼럼니스트 제프 매드릭은 이 책에서 1980년대 이래의 다양한 자유방임주의적 실험 과정에서 나타난 주류경제학자들의 태도는 단순히 시장 메커니즘에 대한 신뢰를 넘어 지적 오만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지적한다.

또한 그들은 경제 이론의 현실적합성에 주목하기보다는 학계의 최신 유행에 지나치게 민감했고 때때로 강력한 이익집단의 주장에 대해 자신의 이론을 동원해 옹호했으며 유력 정치인들의 눈치를 봐가며 그들의 구미에 맞는 방향의 정책을 조언했다고 공격한다.

주류경제학자들은 자유방임주의 가치에 충실한 이론만 제시했고 현실을 고찰하기보다는 학계 또는 정관계의 최신 유행에 부화뇌동했으며 객관적인 방법론을 통해 분석하기보다는 이익집단이나 정치인들의 구미에 맞추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사회과학과 달리 경제학이 자연과학과 유사한 의미의 진정한 ‘과학’이라며 자신들을 합리화시키며 강변하기까지 했다고 비판한다.

책에서는 자유방임주의 혁명이 시작된 1970년대 이후 주류경제학을 지배해온 주요 이론에서 일곱 가지 명제를 도출했다. 이들 명제는 모두 강력한 호소력을 가지며 우아할 만큼 단순명료하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반면 이들은 모두 현실에 비추어볼 때 거짓말에 가까우며 지난 수십 년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와 사회에 보이지 않는 위협으로 작용해 왔다는 점에서도 공통적이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 ‘우아한 경제학’이 아니라 ‘더러운 경제학(dirty economics)’이라고 주장한다. 경제의 ‘더러운’ 구석구석, 즉 개별 경제현상의 다양한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각각에 융통성 있게 이론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제학뿐만 아니라 사회학, 심리학, 역사학, 인류학 등등 인접 학문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인접 학문의 관점에서 역사와 현실을 반추해 보면 어떤 경제학 이론이 언제, 어디에 적용 가능하고, 그 한계가 무엇인지를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