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내려놓고 홀로 사색·소요하는 산…불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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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내려놓고 홀로 사색·소요하는 산…불암산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0.01.03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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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⑨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바위들의 형상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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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에 남아있는 역사유적 중에서 가장 격이 높은 것은 사적 201호로 세계문화유산이 된 문정왕후의 태릉과 명종·인순왕후를 합장한 강릉이다. 태능·강능은 불암산(509.5m) 남쪽 자락에 누워있다.

도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노원구 불암산엔 조선조 당대의 좋은 음택(陰宅)이었나 보다.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으랴. 정상에 서 보면 왜 이 산자락이 명당인지를 한눈에 느낄 수 있다.

불암산은 큰 화강암 바위로 된 봉우리 모습이 부처가 송낙(松絡)을 쓰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해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노원구 상계동과 중계동 남양주시 별내면의 경계를 이루는 바위산이다. 크나큰 석벽과 암반이 있어 릿지 등반을 즐기는 산꾼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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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등산덕후에겐 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 등 5산 종주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불수사도북의 막내가 불암산인 셈이다.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에 주섬주섬 등산복을 갈아입고 불암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넉넉잡아 3시간이면 충분한 산행코스. 북한산이나 도봉산에 비해 야트막하고 아담하게 솟아있는 산이다. 마음 내려놓고 평일 홀로 사색을 하며 조용히 소요(逍遙)하기에 최고인 듯 하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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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등산로는 도시와 인접한 등산로가 총 10개 코스로 많은 편이다. 상계역과 가까운 제5 등산로는 초보 산객에게 정상까지 수월하게 오를 수 있게 한다. 상계역-불암산공원-정암사 갈림길-입석-깔딱고개-거북바위-두꺼바위(정상)에 이르는 약 5km 원점회기 코스로 오른다.

오르는 등정로 계곡 사이사이 인적이 드문 산중턱 몇 곳은 아직 얇은 빙판이 그대로 있다.

정암사를 지나 깔딱 고개를 오르면 정상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모든 바윗길은 나무계단을 설치해 놓아 안전하다.

거북바위를 지나 머리를 들어보니 저 앞에 태극기가 보인다. 정상이다. 불암산은 암릉이 많아 바위들이 보는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이미지가 변해 신기함을 더해준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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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부의 조망은 어느 각도로 보아도 막힘없는 장쾌한 풍경의 전망대다. 서쪽으로 북한산과 도봉산이, 북쪽으로 수락산의 스카이라인이 선명한 일망무제(一望無題) 탁 트인 풍경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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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은 산 주변으로도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산이다. 발 아래로 노원구의 아파트 단지와 별내 신도시가 끝없이 펼쳐진 파노라마 전경을 보여준다. 또한 산객은 나무를 닮고 바위의 기운을 받아 성숙해지며 살아있는 자유를 만끽한다.

겨울햇살 고운 곳에 지리를 잡고 비경이 넘쳐나는 풍경을 즐겨본다. 내가 있는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라 천상이 따로 없다. 한겨울 따스한 햇살은 자연이 주는 덤이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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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남양주 별내를 조망하며 먹는 주먹밥과 컵라면이 임금님 밥상도 부럽지 않을 맛이다.

하산 후 먹골배로 유명한 별내 배밭 돼지갈비는 배즙으로 숙성한 고기의 담백함이 배가돼 불암산 등산 일정의 마무리로 좋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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