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식 똥오줌은 꺼리지 않으면서 부모님 눈물과 침은 미워하고 싫어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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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식 똥오줌은 꺼리지 않으면서 부모님 눈물과 침은 미워하고 싫어하네”
  • 한정주 역사평론가
  • 승인 2020.01.2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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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22강 팔반가팔수(八反歌八首)…팔반가(八反歌) 여덟 수③

[한정주=역사평론가] 幼兒尿糞穢(유아뇨분예)는 君心(군심)에 無厭忌(군심무염기)로되 老親涕唾零(노친체타영)에 反有憎嫌意(반유증혐의)니라 六尺軀來何處(육척구래하처)오 父精母血成汝體(부정모혈성여체)라 勸君敬待老來人(권군경대노래인)하라 壯時爲爾筋骨敝(장시위이근골폐)니라.

(어린 자식의 더러운 똥오줌은 그대의 마음에 전혀 거리낌이 없으면서 늙은 부모님의 눈물과 침 떨어지면 도리어 미워하고 싫어하는 마음이 드네. 육척(六尺) 그대의 몸 어디에서 나왔는가. 아버지의 정기와 어머니의 피로 그대의 몸 만들어졌네. 그대에게 권하니 늙어가는 부모님을 공경하고 대접하라. 젊었을 때 그대 위해 살과 뼈가 닳았다네.)

어린 자식의 똥오줌은 더러워도 꺼리지 않으면서 늙은 부모님의 눈물과 침은 더럽다고 싫어하는 것은 특별히 불효자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한다는 얘기이다.

따라서 어린 자식의 똥오줌을 꺼려하지 않는 부모는 높여 칭찬할 일이라고 할 수 없지만 늙은 부모님의 눈물과 침을 꺼려하지 않는 자식은 마땅히 ‘효자’라고 높여 칭찬할 만 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어린 자식의 똥오줌을 꺼리지 않은 부모’에 대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지만 ‘늙은 부모님의 똥오줌을 꺼리지 않은 자식’에 대한 기록은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사마광의 『가범』에 기록되어 있는 ‘남북조시대 제(齊)나라 사람 유검루(庾黔婁)’의 고사(故事)이다.

유검루가 잔릉현(孱陵縣)을 다스리는 수령이 되어 고을에 도착한 지 열흘이 채 되지 않아 그의 아버지가 병에 걸렸다. 유검루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며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자 불길한 예감에 즉시 벼슬자리를 버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안 식구들은 아무 연락도 없이 갑자기 돌아온 유검루를 모두 깜짝 놀랐다. 그런데 이때는 그의 아버지가 병에 걸린 지 고작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유검루를 만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병이 나을지 아니면 더 나빠질지 정확히 알려면 병자의 똥을 맛보아야 합니다. 그 똥이 달콤한 맛이 나는지 아니면 쓴 맛이 나는지 알아야 병의 상태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원의 말을 듣고 난 후 유검루는 아버지가 설사를 하자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그 똥을 찍어서 맛을 보았다. 그런데 그 맛이 달고 미끄러웠다.

이에 유검루는 마음속으로 더욱 크게 걱정하고 괴로워하면서 저녁마다 북극성을 바라보며 아버지의 병을 자신이 대신하게 해주기를 기도했다. 어느 날 하늘에서 문득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네 아버지의 수명이 다해 부른 것이다. 그러므로 목숨을 연장할 수는 없다. 다만 너의 지극한 효성이 아름다워 월말까지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

그믐이 되자 유검루의 아버지는 마침내 죽음을 맞았다.

또한 남북조시대 후위(後魏)의 제6대 황제였던 효문제(孝文帝)는 어렸을 때부터 지극한 효성으로 이름을 얻었다. 특히 그는 네 살 때 아버지 헌문제(獻文帝)가 악창(惡瘡)으로 고생하자 직접 입으로 고름을 빨아냈다고 한다.

물론 누구나 유검루와 효문제처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러한 행동은 효자 중에서도 극소수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그러나 비록 유검루와 효문제처럼 할 수는 없다고 해도 부모님이 늙어서 흘리는 눈물과 침까지 더럽다고 꺼리면서 미워하고 싫어한다면 그 사람은 앞서 송약소가 언급한 대로 ‘사람의 자식’이 아니라 ‘개나 돼지 또는 승냥이나 이리와 같은 놈’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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