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 노닐던 선유천 봉우리에서 조망한 서울시내와 한강 '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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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 노닐던 선유천 봉우리에서 조망한 서울시내와 한강 '백미'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0.01.2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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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⑬ 소나무·바위 어우러진 다양한 암릉 구간 산재한 경기 5악(五岳)
파이프 능선에서 바라본 관악산 전경. [사진=이경구]
파이프 능선에서 바라본 관악산 전경. [사진=이경구]

설 명절을 쇠고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다. 명절 후유증도 날리고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는 근교산 관악산(629m) 산행에 나선다.

간단한 짐꾸리기를 도와주고 친구, 아내와 함께 낙성대공원 들머리에 닿았다.

관악산(冠岳山)엔 많은 등산로가 있다. 과천에서 오르는 6봉 코스는 가장 험한 암릉 코스이고 서울대 정문 옆 관악산 입구에서 무너미 고개로 오르는 8봉 코스와 함께 관악산 암릉미의 백미를 이루는 중요한 능선 등반 코스다.

오늘은 낙성대(고려 명장 강감찬 장군 탄생지) 사당능선에 올라 파이프능선을 타고 연주대로 가는 코스를 택했다. 동작구에 사는 필자에겐 엎어지면 코 닿을 듯 가까운 관악산은 친근한 산이다.

산행 속도를 조절해주며 완행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겨 본다. 도시를 살짝 벗어났을 뿐인데 조용하며 겨울답지 않은 따뜻한 날씨가 코끝에 훈훈한 바람을 몰아준다.

사방이 조망되는 능선에 도달하며 주등산로를 살짝 비켜 절벽 바위에 돋을새김(陽刻)으로 만든 봉천동 마애미륵불상(인조8년)을 보고 조금 더 오르니 상봉 약수터가 모습을 들어 낸다. 운동시설과 쉼터가 있어 몸을 풀며 지친 심신을 달랜다.

[사진=이경구]
1630년(인조8) 만들어진 관악산 마애미륵불상. [사진=이경구]

이곳에서 가파른 오르막길을 약 7~8분 걸어 안부에 오르면 사당능선 3거리. 약 2분 정도 걸으면 헬리포트가 나오고 북쪽 암봉이 태극기가 펄럭이는 선유천 국기봉이다. 관악산 국기봉은 연결되어진 삼성산 호압산 일대의 봉우리에 13개가 심어져 있다.

굴곡진 산등성이에 닿으니 전혀 다른 풍경이 우리를 맞는다. 말 그대로 신선이 내려와 노닐 만큼 아름다운 선유천 봉우리에서 서울 시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조망과 한강을 감상하고 산행을 이어간다.

명절을 마치고 산행에 나선 산객들의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와 생기 있는 물결을 이룬다.

파이프 능선에서 바라본 관악산 전경. [사진=이경구]
사당능선 뒤로 서울시와 한강이 사방으로 조망된다. [사진=이경구]

사당능선을 오르다 하마바위 직전에 연주대 이정표 2.4km 표시가 보인다. 사당능선을 벗어나 파이프 능선으로 선회해 10분쯤 지나 계곡을 지나면 너른바위가 나오고 오른쪽 길목에 명물인 남근바위를 보며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법 없이 범상한 자연의 신비에 놀란다. 불끈한 귀두 부분에 있는 힘줄 부분이 도드라져 푸힛 웃으며 셔터를 누른다.

[사진=이경구]
파이프능선의 남근석 귀두부분에 테가 들어가 있어 산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사진=이경구]

파이프 능선은 군부대 통신선이 파이프를 타고 깔렸다 하여 불려진다. 이 능선은 암릉길과 슬랩이 있어 인기 있는 코스다. 동서남북 최고의 조망이 펼쳐진 바윗길 능선이다.

[사진=이경구]
짜릿한 릿지 구간. [사진=이경구]

관악산(632m)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정상엔 세조가 기우제를 지냈다는 영주대가 있고

산의 생김이 마치 관을 쓴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관악산(冠岳山)이라 부른다. 개성 송악산, 파주 감악산, 포천 운악산, 가평 화악산과 함께 경기 5악(五岳) 중 하나로 다양한 암릉 구간들이 산재해 있고 소나무와 바위가 어울려 곳곳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서울이 모여 있는 아름다움과 한강줄기가 잔잔하게 흘러가는 조망은 늘 한결 같이 아름답다.

관악산은 화산(火山)의 기가 있다고 해 일직이 한양 천도 때 무학대사가 궁궐의 방위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 대안으로 관악산의 화기를 누르기 위해 광화문에 해태상을 세우고 관악산 여기저기에 물동이를 묻었다고 한다. 선조들의 풍수지리사상과 자연관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지만 그다지 마음에 와 닿지는 않는다.

[사진=이경구]
거대 암릉의 슬랩구간. [사진=이경구]

곳곳에 릿지 코스는 계속 이어지고 파이프능선 중간부에 위압적인 바위능선이 눈앞에 가로막아 네발로 엉금엉금 오른다. 암사면을 오르면 널찍한 바위로 이루어져 휴식과 식사를 하기에 최적이다. 이곳에서 보는 관악산 줄기와 서울시를 굽어보며 조망할 수 있는 풍경은 기가 막힐 정도다. 맑고 푸른 겨울하늘이 내 가슴에 내려앉는다.

소나무가 어울려 곳곳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파이프 능선을 따라 오르며 순수한 쾌감에 젖어들며 주봉인 연주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약 10분쯤 평탄한 육길을 따라가니 헬리포트가 나오고 이곳에서 다시 사당능선과 합쳐져

559봉에 이르게 되며 봉우리 아래를 돌아 나가면 관악문이 나타난다.

[사진=이경구]
관악문. [사진=이경구]

관악문에서 조금 내려서다가 오르막을 지나면 연주대가 바짝 앞으로 다가선다. 연주대 바로 아래의 30m의 가파른 바위 오르막이 위험하다. 오르고 내리는 산객들이 서로 기다려 줘야하는 조심과 양보를 해야 하는 산길이다.

[사진=이경구]
연주대 정상부의 불꽃바위 (632m). [사진=이경구]

이윽고 정상 어려운 발길만큼 정상에서 보는 멋은 산객의 마음을 후련하게 씻어주며 생각은 깊어지고 마음은 겸허해진다. 정상석 앞에서 인증샷을 담으려는 인파가 북새통을 이루는 모습을 뒤로하고 쉼 없이 오르기만 한 산길을 내려간다.

[사진=이경구]
연주대 (응진전). [사진=이경구]

다시 자박자박 발걸음을 옮겨 연주암 툇마루에 앉아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커피한잔을 나누고 하산길에 접어든다.

[사진=이경구]
간간히 울리는 풍경 소리가 참, 맑다. [사진=이경구]

하산길은 나무데크로 새로 잘 정비돼 날머리 서울대 공학관으로 하산하는 발걸음은 빨라져도 그다지 힘들지 않게 안착했다. 14km 5시간30분의 산행이였다. 오늘하루 청복(淸福)을 누리게 해준 친구와 아내에게 큰 고마움을 느긴다.

산행은 마음이 흔들릴 때 떠나야지 다리가 흔들릴 때는 떠나지 못한다는 말이 생각나는 지점에서 ‘지자요수 인자요산(知者樂水 仁者樂山)’ 안서우(1664~1735) 시조의 깊이를 헤아려 본다.

청산은 무슨 일로 무지한 날 같으며
녹수는 어찌하여 무심한 날 같으뇨
무심코 무지라 웃지 마라 요산요수(樂山樂水)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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