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을 사도 부모님 드린다는 말 들리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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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을 사도 부모님 드린다는 말 들리지 않네”
  • 한정주 역사평론가
  • 승인 2020.01.3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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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22강 팔반가팔수(八反歌八首)…팔반가(八反歌) 여덟 수④

[한정주=역사평론가] 看君晨入市(간군신입시)하여 買餠又買餻(매병우매고)하니 少聞供父母(소문공부모)하고 多說供兒曹(다설공아조)라 親未啖兒先飽(친미담아선포)하니 子心(자심)이 不比親心好(자심불비친심호)라 勸君多出買餠錢(권군다출매병전)하여 供養白頭光陰少(공양백두광음소)하라.

(그대가 새벽에 시장에 나가 밀가루 떡 사고 또 가루 떡 사는 모습 보았네. 부모님께 드린다는 말은 별로 들리지 않고 자식에게 준다는 말만 무성하네. 부모님은 미처 입에 넣지도 못했는데 자식은 이미 배부르네. 자식의 마음은 부모님의 마음이 좋아하는 것에 비교할 수 없다네. 그대에게 권하노니 떡 살 돈 많이 내어 사실 날 얼마 남지 않은 흰 머리 늙은 부모님을 공양하라.)

공자의 제자 중 ‘효의 사상가’요 ‘효의 실천가’로 크게 이름을 떨친 증자에 대해서는 앞서 여러 차례 언급한 적이 있다.

증자는 ‘효자가 늙은 부모님을 모시는 도리와 자세’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고 했다.

첫째 부모님의 마음을 즐겁게 해드려야 한다. 둘째 부모님의 뜻을 어기지 말아야 한다. 이 두 가지는 효도 가운데 최상의 효도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부모님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해드려야 한다. 넷째 부모님의 거처와 잠자리를 편안하게 해드려야 한다. 다섯째 맛있고 좋은 음식을 정성껏 봉양해야 한다.

이 세 가지는 효도 가운데 최하의 효도라고 할 수 있다. 최상의 효도는 부모님의 마음과 뜻을 봉양하는 것이고, 최하의 효도는 부모님의 몸만 봉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님의 마음을 즐겁게 해드리고 뜻을 어기거나 거스르지 않는 자식은 ‘진정한 효자’라고 말할 수 있지만 부모님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해드리고 거처와 잠자리를 편안하게 해드리고 맛있고 좋은 음식을 드리는 자식은 ‘보통의 효자’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효자’가 되지는 못할망정 ‘보통의 효자’도 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사람의 자식’이라고 말할 자격조차 없는 것이 아닐까. 맛있고 좋은 음식을 부모님에게 올리는 것은 마땅히 행해야 할 효도의 항목 가운데에서도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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