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돌 때마다 백신 개발?…진원생명과학, 주가 3배 폭등 후 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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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돌 때마다 백신 개발?…진원생명과학, 주가 3배 폭등 후 하한가
  • 박철성 대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20.02.0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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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성의 특징주] 개발 백신 결과물은 어디에?…7일엔 198억 규모 추가 상장까지
진원생명과학 일봉그래프. 주가가 최근 3배 폭등했고 지난달 31일 하한가로 추락했다. [키움증권 영웅문 캡쳐·미디어캠프 신원 제공]

15년째 적자기업 진원생명과학(011000) 주가가 단기간 3배 폭등했다. 수상한 비정상적 급등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하한가 직격탄을 맞고 급락했다. 특히 하한가 매도 잔량을 무려 26만4234주 쌓아둔 채 장을 마감했다.

한국거래소는 진원생명과학에 투자 경고·단기과열 종목 지정 연장·매매거래정지 예고 등의 강력한 시장 경보 조치를 취했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달 28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고점 6400원에 매수했다면 35%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오는 7일에는 유상증자 물량 1100만주가 상장된다. 해당 주식이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얘기다.

최종발행가액은 1800원으로 총 198억원 규모다. 매도했을 경우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 458억원이 현금화된다. 산술적 시세차익은 260억원. 누군가 벌어들인 만큼 누군가는 또 피해가 발생한다.

유증 물량 1100만주가 팔자 물량으로 쏟아진다면 그래프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지난달 31일 진원생명과학 주가가 하한가 직격탄을 맞았다. 하한가 매도 잔량만도 무려 26만4234주. [키움증권 영웅문 캡쳐]

진원생명과학이 첫 상한가를 기록했던 지난달 20일과 18.38% 추가 상승했던 21일 외국인은 45만여주를 순매도했다. 이 때 외국인 평균 매도가격은 3546원으로 분석됐다. 그들은 총 16억원을 현금화했다.

찍고 또 찍어대는 진원생명과학의 유상증자는 시장에서도 악명이 높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신주를 발행할 경우 인수가액을 현금이나 현물로 납입시켜 신주자금 또는 재산이 기업에 들어온다.

한마디로 15년째 적자기업인 진원생명과학이 돈을 찍고 또 찍었다는 얘기다. 그렇게 들어온 돈은 부채를 갚거나 운용자금에 몽땅 사용됐다.

진원생명과학 일별 주가. 주가 폭등 기간 외국인은 45만여주를 순매도해 차익을 실현했다. [키움증권 영웅문 캡쳐]

1800원 내고 신주를 받는 유상증자 투자자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발행 신주를 팔려면 오는 7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하한가를 맞았다 해도 이날 주가(4170원)가 발행가(1800원)의 2.3배를 넘는 수준이다.

여기엔 박영근 대표 등 주요 임원도 포함됐다. 기존 최대주주인 VGX파마슈티컬이 자금 등 문제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회사 임원들로 구성된 박 대표 등 특수관계인이 참여해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특히 박 대표는 이번 유증 참여로 기존 구주주 배정분에 초과 청약 물량까지 더한 86만3289주를 받게 된다. 15억5392만원을 낸 대가로 지난달 30일 기준 36억원어치 주식이 생겼다. 유증 참여만으로 투입자금 대비 21억원가량의 차익이 추가로 생긴 셈이다.

진원생명과학 재무제표. 적자의 연속이다.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

지난달 30일 오전 진원생명과학 공시 작성책임자인 박한모 부장은 주가 폭등 배경과 관련 “전화상으로는 알려줄 수는 없고, 있으면 주주들에게 보도자료나 공시를 통해 알려준다”면서 “(주가 폭등은)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이지 싶은데 지금은 많이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박 부장은 거래소 시장경고 조치에 대해 “단기간 주가 상승 때문에 그러는 것일 것”이라면서 “계속 적자는 적자지만 유상증자도 다 끝났고 회사 재무구조는 현재 별문제가 없다”면서 “(적자 지속은) 임상을 하기 때문이다. 임상을 안 하면 벌써 흑자로 전환됐을 텐데 임상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 없다”고 일축했다.

그리고 이날 10시20분경 진원생명과학 측은 ‘VGXI, CEPI 지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DNA 백신 개발 참여’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테마가 주식시장에 확산되자 질병 관련 백신 연구개발에 참여한다고 발표하면서 투자심리 잡기에 나선 것이다.

진원생명과학 미상환 전환사채 발행 현황. 반기보고서에 의하면 사채가 총 370억원 규모다.

진원생명과학은 과거에도 전염병이 돌 때마다 관련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발표만 했을 뿐 결과물은 내놓지 못했다.

지난 2014년에는 에볼라 바이러스 테마가 형성되자 관련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메르스 테마가 형성됐을 때도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용화는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보도자료는 일부 언론 매체를 통해 여과 없이 기사화됐다.

이들 매체는 “진원생명과학은 미국 휴스턴 소재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위탁생산시설인 자회사 VGXI가 나스닥 상장기업 이노비오가 추진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2019-nCoV) 감염병 예방 DNA 백신의 연구개발에 참여, 임상용 백신 생산을 수행할 것이라고 30일 밝혔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박영근 대표의 멘트도 그대로 받아쓰기였다. 마치 실제 인터뷰를 한 것으로 위장된 기사였다.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인 자회사 VGXI가 보유하고 있는 DNA 백신 생산 플랫폼은 현재 유행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신변종 감염병 예방을 위한 이상적인 대책”이라며 “DNA 백신은 신변종 전염병에 신속하게 대응해 생산 규모를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이사는 밝혔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진원생명과학 15분봉 그래프. 보도자료가 기사화된 직후 강한 급등세가 연출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키움증권 영웅문 캡쳐·미디어캠프 신원 제공]

보도자료가 기사화된 직후 장 초반 4710원까지 내려갔던 주가는 큰 폭의 반등을 시작했다. 이날 진원생명과학 주가는 11.21% 상승한 5950원에 마감했다.

보도자료와 해당 기사는 진원생명과학이 (앞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 예방 DNA 백신의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임상용 백신 생산을 수행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한편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일부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해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투자자가 유의해야 한다고 지난달 30일 밝힌 바 있다.

또한 최근 신종 코로나 관련 16개 종목에 대해 22차례에 걸쳐 투자 경고 종목 지정 등 시장경보 조치를 했다고도 밝혔다.

이들 종목은 진원생명과학, 모나리자, 깨끗한나라, 깨끗한나라우, 국제약품, 백광산업, 오공, 케이엠제약, 바디텍메드, 케이엠, 멕아이씨에스, 나노캠텍, 진매트릭스, 승일, 진양제약, 한송네오텍 등이다.

이들 종목은 지난달 20일부터 전날까지 평균 주가 상승률이 65.83%에 이르며 진원생명과학의 경우 이 기간 주가가 120.16% 폭등했다.

결국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진원생명과학은 하한가로 추락했다.

이와 관련 진원생명과학의 추가적인 입장확인을 요청했지만 “지난번 말한 바와 같이 어떠한 코멘트도 없다”는 문자만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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