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연속 매출 50위권 기업 8곳뿐…2010년 이후 ‘성장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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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연속 매출 50위권 기업 8곳뿐…2010년 이후 ‘성장 둔화’
  • 이성태 기자
  • 승인 2020.02.18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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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성장연구소, 1984년 톱50 기업 70%, 30년 후 순위 탈락·주인교체

국내 대기업 중 35년 연속으로 매출 상위 50위에 포함된 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8곳에 불과했다.

또한 1984년 당시 매출 톱 50에 이름을 올렸던 기업 중 70%는 30여년이 지난 2018년에는 해당 순위에서 빠지거나 주인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조직개발 전문업체 지속성장연구소가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에 의뢰해 ‘1984~2018년 35년간 상장사 매출 상위 50위 대기업 성장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984년 당시 국내 50대 기업의 총매출액은 34조원 수준이었지만 2018년에는 872조원으로 25.4배 덩치가 커졌다.

톱 50 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 기준도 1984년에는 매출 2000억원 수준이었는데 2018년에는 4조원 이상으로 높아졌다.

1984년부터 2000년까지 국내 50대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매출 외형 체격을 키워온 것으로 확인됐다. 매출 100조원대로 첫 진입한 시기는 지난 1991년(101조원)이었다. 1995년(207조원)에는 200조원대에 진입했다.

특히 1995년 매출은 전년 대비 28.3%나 퀀텀점프했다. 1984년부터 2018년까지 35년 사이 매출이 가장 크게 성장한 해였다.

매출 300조원 돌파는 1998년(332조원)에 이뤄냈다. 1984년부터 1999년까지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은 평균 16.9%나 됐다. 이후 2004년(413조원)→2008년(626조원)→2010년(752조원)→2011년(801조원)으로 국내 50대 기업의 매출 외형은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졌다.

하지만 2011년부터 매출 성장세가 꺾였다. 2013년 863조원을 고점으로 이후 4년간 매출 체격 시계는 거꾸로 돌아섰다. 2014년 845조원(전년 대비 -2.1%)→2015년 795조원(-5.9%)→2016년 772조원(-2.9%)으로 점점 줄었다.

2017년에는 835조원으로 전년보다 증가했지만 2013년 매출 규모보다는 작았다. 2018년(872조원)에 와서야 2013년 매출보다 높아졌지만 겨우 1% 성장에 그쳤다. 국내 대기업의 매출 성장판이 닫혀지고 있다는 의미가 강하다.

신경수 지속성장연구소 대표는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가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0년대부터 외형 성장 시계는 오히려 둔화되거나 뒷걸음질치고 있어 지금과 같은 산업 패러다임으로는 1980년대·1990년대와 같은 매출 호황 시절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아졌다”며 “한국경제가 다시 크게 성장하려면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새로운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실리적인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업종별 부침도 컸다. 지난 1984년 당시 국내 매출 50위에는 건설사만 14곳이나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이때만 해도 건설업은 한국경제 성장의 중요한 동력축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2018년에는 5곳 정도만 톱 50에 포함됐다. 30여년이 흐르면서 상당수 건설사들이 매출 50위 기업에 밀려난 것이다. 현대종합상사, 대우, 삼성물산 등 상사 업체는 1980년대와 1990년대만 해도 8~9곳이 톱 50에 진입했지만 2010년대 들면서는 3곳 정도만 순위에 들어 겨우 체면을 유지해가고 있었다.

섬유(패션)와 식품업도 주력 업종에서 뚜렷하게 밀려났다. 1980년대 5~6개사 정도가 상위 50위를 꿰찼던 섬유 업체들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매출 50클럽에 명함조차 내밀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식품 업체도 1980년대만 해도 5곳 정도가 상위 50위에 들었지만 지금은 CJ제일제당 1곳 정도만 톱 50 자리를 지켜가는 정도다.

반면 전기·전자·통신 등 IT 관련 업종의 성장세는 눈에 띄게 빨랐다. 1984년 당시 IT업종은 4곳 정도만 매출 50클럽에 포함됐지만 최근에는 12곳 정도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도 1980년대 2곳 내외에서 지금은 4곳 정도로 증가했다. 유통업체들의 약진도 강세를 보였다. 1980년대만 해도 유통 전문업체가 전무했지만 최근에는 매출 50위 기업 중 10% 정도는 유통 업체들 몫이다. 이마트·롯데쇼핑 등이 대표적이다.

크게 보면 의류(섬유), 식품(식품), 주택(건설) 등을 중심으로 한 의식주 업종은 1980년과 1990년대에 성장해오다 점차 주력에서 밀려나는 반면 전자, 유통, 자동차 등의 ’전통차‘ 업종은 2000년대 이후 한국경제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해 오는 양상이 뚜렷했다.

이번 조사 결과 1984년 당시 매출 50위에 이름을 올렸던 대기업 중 70%인 35곳은 30여년이 흐른 후 해당 순위에서 탈락하거나 아예 주인이 바뀐 것으로 조사됐다.

(주)대우가 대표적이다. 1984년 당시 매출 1위였지만 IMF 외환위기를 맞으며 그룹 자체가 공중분해되며 수난을 겪었다. 이후 대우인터내셔녈과 대우건설로 분리됐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그룹에 편입됐고 대우건설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국제상사(1984년 매출 10위)도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1980년대를 주름잡던 대기업 중 하나였다. 이후 해체 과정을 거쳐 지금은 LS네트웍스로 주인이 바뀌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1983년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따내며 일약 스타 기업이 된 동아건설산업(19위)도 동아그룹이 무너지면서 현재는 SM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상태다. 삼환기업(22위)도 한때 잘 나가던 건설사였지만 이 기업 역시 지금은 SM그룹 품에 안착했다.

두산그룹 소유 동양맥주(24위)는 이후 오비맥주 등으로 사명을 바뀌었지만 현재는 네덜란드 소유 외국계 기업으로 전환되는 운명을 맞았다.

동부그룹(현 DB그룹)의 모태가 된 미륭건설(31위) 역시 이후 동부건설로 사명을 바꿔 활약해오고 있지만 지금은 키스톤에코프라임(한국토지신탁)으로 소유가 변경됐다.

한때 프로야구구단 등을 운영하며 인기몰이를 했던 삼미(42위)도 잊혀져가는 대기업 중 한 곳이다. 극동건설(38위)과 남광토건(34위) 역시 몇 차례 주인이 바뀌다 지금은 세운건설 품에 안겨진 상황이다.

1984년 이후 주인이 바뀌지 않고 매출 50위 클럽에 35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린 기업은 8곳에 불과했다. 삼성물산(1984년 3위→2018년 13위), 현대건설(4위→27위), 삼성전자(8위→1위), LG전자(9위→7위), 대한항공(11위→19위), 대림산업(13위→29위), 현대자동차(15위→3위), LG화학(18위→10위) 등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1984년 매출은 1조30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170조3000억원으로 120배 넘게 회사 외형이 커졌다. 지난 2002년부터는 확고부동의 재계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현대차는 1984년(6600억원)보다 2018년(43조1000억원) 매출 체격이 60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성사에서 사명이 변경된 LG전자는 삼성전자와 함께 35년 연속 매출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두 곳 중 한 곳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럭키에서 이름이 바뀐 LG화학은 2018년에 매출 TOP 10까지 진입했다.

삼성물산은 1985년부터 1997년까지 13년간 국내 재계 1위였고 대한항공은 국내 육해공을 통틀어 운송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35년 연속 매출 50클럽 자리를 지켜냈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도 30년 넘게 매출 톱 50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건설사의 자존심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조사 대상은 금융업을 제외한 제조·서비스 업종에 있는 연도별 매출 상위 50위 상장사들이다. 매출은 개별(별도) 재무제표 기준이고 중간에 경영 악화 등으로 주인이 바뀐 곳은 35년 연속 50위 기업에서 최종 제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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