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도 감동한 도씨의 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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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도 감동한 도씨의 효성
  • 한정주 역사평론가
  • 승인 2020.02.2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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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23강 효행편(孝行篇) 속(續)…효도를 실천하라③
경북 예천의 ‘효(孝)공원’에 복원된 도시복의 생가. [예천군 제공]
경북 예천의 ‘효(孝)공원’에 복원된 도시복의 생가. [예천군 제공]

[한정주=역사평론가] 都氏家貧至孝(도씨가빈지효)라 賣炭買肉(매탄매육)하여 無闕母饌(무궐모찬)이러라 一日(일일)은 於市(어시)에 晩而忙歸(만이망귀)러니 鳶忽攫肉(연홀확육)이어늘 都悲號至家(도비호지가)하니 鳶旣投肉於庭(연기투육어정)이러라 一日(일일)은 母病(모병)하여 索非時之紅柿(색비시지홍시)어늘 都彷徨柿林(도방황시림)하여 不覺日昏(불각일혼)이러니 有虎屢遮前路(유호루차전로)하며 以示乘意(이시승의)라 都乘至百餘里山村(도승지백여리산촌)하여 訪人家投宿(방인가투숙)이러니 俄而主人(아이주인)이 饋祭飯而有紅柿(궤제반이유홍시)라 都(도)가 喜問柿之來歷(희문시지내력)하고 且述己意(차술기의)한대 答曰(답왈) 亡父嗜柿(망부기시)라 故(고)로 每秋擇柿二百個(매추택시이백개)하여 藏諸窟中而至此五月則完者不過七八(장저굴중이지차오월즉완자불과칠팔)이라가 今得五十個完者(금득오십개완자)리 故(고)로 心異之(심이지)러니 是天感君孝(시천감군효)라 하고 遺以二十顆(유이이십과)어늘 都謝出門外(도사출문외)하니 虎尙俟伏(호상사복)이라 乘至家(승지가)하니 曉鷄喔喔(효계악악)이러라 後(후)에 母以天命(모이천명)으로 終(종)에 都有血淚(도유혈루)러라.

(도씨는 집은 가난했지만 효성이 지극하였다. 숯을 팔아 고기를 사서 어머니의 반찬으로 빠뜨리지 않고 올렸다. 어느 날 시장에서 늦어 발걸음을 재촉해 바쁘게 집으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솔개가 들고 있던 고기를 낚아 채 날아가 버렸다. 도씨는 슬피 울며 집에 왔는데 솔개가 이미 채 간 고기를 떨어뜨려 마당에 놓여 있었다. 하루는 어머니가 병이 났다. 그런데 홍시가 나올 때도 아닌데 먹고 싶다면서 홍시를 찾으셨다. 도씨는 감나무 숲을 여기저기 방황하며 홍시를 찾다가 날이 저무는지도 깨닫지 못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호랑이가 나타나 앞길을 가로막으며 자신의 등에 올라타라는 뜻을 내보였다. 이에 도씨가 호랑이의 등에 올라타자 백 여리를 내달려 어느 산촌에 이르러 멈춰섰다. 인가(人家)를 찾아가 잠을 자려고 하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집주인이 제삿밥을 차려 내오는데 뜻밖에도 홍시가 놓여 있었다. 너무나 기쁜 나머지 도씨는 집주인에게 홍시를 구한 내력을 묻고 또한 홍시를 구하러 다닌 자신의 의도를 말하였다. 도씨의 물음에 집주인이 대답하였다.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감을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그래서 항상 가을이 되면 감 이 백 개를 골라서 굴속에 저장해두었습니다. 그렇게 저장한 감이 오월이 되면 완전한 것이 불과 일곱 개 내지는 여덟 개뿐인데 이번에는 완전한 것을 오십 개나 얻었습니다. 이 때문에 마음속으로 참 이상한 일이구나 싶었는데 오늘 보니 바로 하늘이 그대의 효성에 감동해서 그렇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집주인은 도씨에게 홍시 이십 개를 건네주었다. 도씨가 고맙다고 인사하고 문밖으로 나오자 호랑이가 아직도 엎드려 기다리고 있었다. 호랑이의 등에 타고 집에 도착하자 새벽 닭이 울었다. 이후 어머니가 천명(天命)을 다하고 돌아가시자 도씨는 피눈물을 흘리며 애통해 하였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도씨(都氏)는 조선 철종 때 사람인 도시복(都始復: 1817~1891년)이다. 경북 예천 야목 마을에 살았던 도시복은 어진 마음과 지극한 효심으로 널리 이름이 알려졌다.

그의 효행은 호랑이의 도움을 받아 추운 겨울날 병든 어머니에게 홍시를 구해다 드렸다는 『명심보감』의 이야기 이외에도 세 가지가 더 전해오고 있다.

그 하나는 병으로 쇠약해진 어머니가 한겨울에 수박이 먹고 싶다고 하자 무작정 수박을 구하러 나갔다가 안동의 한 원두막에서 싱싱한 수박을 찾아 어머니에게 드렸다는 이야기이다.

다른 하나는 온 세상이 꽁꽁 언 어느 엄동설한에 갑자기 아버지가 잉어가 먹고 싶다고 하자 실개천을 따라 헤매다 은풍이라는 곳에 이르러 얼음구멍에서 튀어나온 잉어를 잡아다가 아버지의 저녁상에 올렸다는 이야기이다.

또 다른 하나는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자 애통한 마음으로 3년 동안 시묘살이를 하였는데 그의 효심에 감동한 호랑이가 감동해 곁을 지켰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도시복의 네 가지 효 이야기에는 효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해 한겨울에 싱싱한 수박과 잉어를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심지어 말못하는 짐승이요 사람을 해치는 호랑이조차 감복하여 도와주고 지켜주는데 하물며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겠느냐는 뜻이 담겨 있다.

다시 말해 지극한 효성은 반드시 복을 받게 된다는 계몽적인 성격의 교훈이 담겨 있는 이야기라고 하겠다.

현재 경북 예천군에는 도시복의 효성과 효행을 기리기 위해 ‘효(孝) 공원’이 세워져 있고 그의 생가 역시 복원되어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도시복의 네 가지 효행에 얽힌 이야기가 조형물과 함께 자세하게 기록되어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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