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과 곡식을 서로 양보하다 임금에게 벼슬받은 인관(印觀)과 서조(署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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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과 곡식을 서로 양보하다 임금에게 벼슬받은 인관(印觀)과 서조(署調)
  • 한정주 역사평론가
  • 승인 2020.02.2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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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24강 염의편(廉義篇)…청렴하고 의롭게 살아라①

[한정주=역사평론가] 印觀(인관)이 賣綿於市(매면어시)할새 有署調者(유서조자)가 以穀買之而還(이곡매지이환)이러니 有鳶(유연)이 攫其綿(확기면)하여 墮印觀家(타인관가)어늘 印觀(인관)이 歸于署調曰(귀우서조왈) 鳶墮汝綿於吾家(연타여면어오가)라 故(고)로 還汝(환여)하노라 暑調曰(서조왈) 鳶攫綿與汝(연확면여여)는 天也(천야)라 吾何爲受(오하위수)오 印觀曰(인관왈) 然則還汝穀(연즉환여곡)하리라 署調曰(서조왈) 吾與汝者市二日(오여여자시이일)이니 穀已屬汝矣(곡이속여의)하고 二人(이인)이 相讓(상양)이라가 幷棄於市(병기어시)하니 掌市官(장시관)이 以聞王(이문왕)하여 竝賜爵(병사작)하니라.

(인관은 시장에서 솜을 파는 장사를 하였다. 서조라는 사람이 곡식을 주고 솜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솔개가 나타나 서조가 가지고 가던 솜을 확 낚아채서 인관의 집에 떨어뜨리고 날아가 버렸다. 인관은 서조에게 솜을 되돌려주면서 말하였다. “솔개가 그대의 솜을 나의 집에 떨어뜨렸습니다. 그래서 그대에게 되돌려주는 것입니다.” 서조가 대답하였다. “솔개가 솜을 낚아채 가지고 가서 그대에게 준 것은 하늘이 하신 일입니다. 내가 어찌 그 솜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인관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그대에게 곡식을 돌려 드리겠습니다.” 서조가 말하였다. “내가 그대에게 곡식을 주고서 두 장날이 지났습니다. 그러므로 곡식은 이미 그대의 것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 양보하다가 솜과 곡식 두 가지 다 시장에 버렸다. 시장을 맡아 다스리는 관리가 이러한 일을 임금에게 아뢰었다. 이에 임금은 두 사람에게 벼슬을 내려주었다.)

인관과 서조의 이야기는 『삼국사절요(三國史節要)』 가운데 무오년(戊午年: 서기 298년) 신라 제14대 유례왕(儒禮王) 15년 10월조에 실려 있다.

『삼국사절요』는 조선의 제9대 임금인 성종 7년(1476년) 서거정과 노사신 등이 편찬한 단군조선으로부터 삼국시대까지의 역사를 연대순으로 기록한 편년체(編年體) 역사서이다. 이 책에서는 인관과 서조가 신라 사람이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그런데 『명심보감』을 증보(增補)한 사람이 여기 ‘염의(廉義)’ 편에 ‘인관과 서조의 이야기’를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관중의 저작 『관자(管子)』의 말을 빌려보면 ‘염의(廉義)’는 바로 나라를 지키는 법도인 ‘사유(四維: 네 가지 강령)’이기 때문이다. 관자는 이렇게 말한다.

“창고에 물자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알고 입을 옷과 먹을 양식이 풍족해야 명예와 치욕을 안다. 임금이 법도를 지키면 육친(六親)이 단단하게 결속한다. 나라를 지키는 법도인 네 가지 강령인 예의염치(禮義廉恥: 예절·의로움·청렴함·부끄러움)가 베풀어지지 않게 되면 임금의 명령이 시행되지 않아 결국 나라는 멸망하고 만다.”

관중은 네 가지 강령 중 ‘의로움[義]’이 베풀어지지 않으면 벼슬아치와 백성들이 교활해지고 속임수를 능사로 삼기 때문에 나라는 혼란스러워져서 멸망하게 되고, 또한 ‘청렴함[廉]’이 베풀어지지 않으면 벼슬아치와 백성들이 잘못을 숨기고 부정을 은폐하면서 부패해지기 때문에 나라는 혼란스러워져서 멸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신라의 유례왕이 인관과 서조에게 벼슬을 내린 이유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인관과 서조의 이야기가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가장 중요한 네 가지 강령 중 두 가지인 ‘의로움’을 세우고 ‘청렴함’을 세우는데 사표로 삼을 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의로움’과 ‘청렴함’의 본보기로 인관과 서조를 표창하여 벼슬아치와 백성들에게 ‘의로움’과 ‘청렴함’이 얼마나 큰 가치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가를 가르치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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