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배우지 않고 내일 있다 하지 말고 올해 배우지 않고 내년 있다 하지 말라”
상태바
“오늘 배우지 않고 내일 있다 하지 말고 올해 배우지 않고 내년 있다 하지 말라”
  • 한정주 역사평론가
  • 승인 2020.03.11 1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심보감 인문학] 제25강 권학편(勸學篇)…배움을 권장한다①

[한정주=역사평론가] 朱子曰(주자왈) 勿謂今日不學而有來日(금위금일불학이유내일)하며 勿謂今年不學而有來年(물위금년불학이유내년)하라 日月逝矣(일월서의)나 歲不我延(세불아연)이니 嗚呼老矣(오호노의)라 是誰之愆(시수지건)고.

(주자가 말하였다. “오늘 배우지 않고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올해 배우지 않고 내년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해와 달은 쉬지 않고 흐르고, 세월은 나를 기다리지 않네. 오호라, 늙어버렸구나! 이 누구의 허물인가.”)

『고문진보』는 순자가 지은 『순자』의 첫 시작이 <권학(勸學)> 편인 것을 모방해 첫머리에 <권학> 편을 놓고 있다. 이 <권학> 편에는 제목 뜻 그대로 배움을 권장하는 옛글이 모두 8편 실려 있다.

8편의 시문을 태어난 시대별로 살펴보면 당나라 때 한유의 ‘부독서성남(符讀書城南)’과 백거이의 ‘권학문(勸學)文)’에서부터 북송 시대 진종황제의 ‘권학문’과 인종황제의 ‘권학문’ 그리고 사마광의 ‘권학가(勸學歌)’와 유영의 ‘권학문’, 왕안석의 ‘권학문’을 거쳐 남송시대 주희의 ‘권학문’에 이르러 끝을 맺고 있다.

이처럼 『고문진보』 <권학> 편에 실려 있는 8편의 권학문 중 가장 후대의 작품인 주희의 ‘권학문’이 바로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글이다.

특히 주희의 권학문 중 “日月逝矣(일월서의) 歲不我延(세불아연)”, 곧 “해와 달은 쉬지 않고 흐르고 세월은 나를 기다리지 않네”라는 구절은 살아가면서도 끊임없이 되새겨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주희는 여기에서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으니 배움이란 단 한 순간도 늦추거나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가르치고 있다. 세월이 기다려주지 않으니 배움에 정진하라는 뜻이 어찌 젊었을 때에만 해당하겠는가. 나이가 들어서도 배움에는 끝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도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배움에 대한 갈망과 욕구가 커졌으면 커졌지 줄어들지 않기 때문인지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주희의 일침이 더 가슴 깊이 파고든다.

해와 달처럼 쉬지 않고 흐르는 세월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쏜살같이 지나가버린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고사성어에는 ‘백구과극(白駒過隙)’, ‘극구광음(隙駒光陰)’,‘광음여류(光陰如流)’, ‘광음여시(光陰如矢)’,‘일촌광음(一寸光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중 ‘백구과극’은 ‘세월이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흰 말이 지나가는 순간을 문틈으로 언뜻 엿보는 것과 같다’는 뜻의 고사성어이다.

『장자』의 <지북유(知北遊)> 편과 『사기』 중 장량의 이야기가 담긴 <유후세가>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장자』 <지북유> 편에서는 지극한 도리의 이치를 묻는 공자에게 노담, 즉 노자가 답변한 말 속에 ‘백구과극’의 고사성어가 등장한다. 여기에서는 노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태어나 하늘과 땅 사이에 사는 것은 마치 흰 말이 지나가는 순간을 문틈으로 언뜻 보는 것과 같이 홀연히 지나가버릴 뿐입니다[人生天地間(인생천지간) 若白駒之過隙(약백구지과극) 忽然而已(홀연이이)].”

또한 『사기』 <유후세가>에 실려 있는 ‘백구과극’의 고사성어는 한나라 고조 유방의 황후인 여후(呂后)가 유방이 죽은 직후 장량에게 한 말 속에서 등장한다. 당시 장량은 곡식을 끊고 지냈는데 여후의 이 한마디 말을 듣고 하는 수 없이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사람이 사는 한세상은 마치 흰 말이 지나가는 순간을 문틈으로 엿보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처럼 스스로 고통스럽게 지내십니까?[人生一世間(인생일세간) 如白駒過隙(여백구과극) 何至自苦如此乎(하지자고여차호)].”

‘백구과극’에는 한평생 인간에게 부여된 시간 혹은 세월이라는 것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버리는가에 대한 무상함과 아쉬움이 배어 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인생의 단 한 순간도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된다는 뜻 역시 깊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사람이 살면서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않아야 할 것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다름 아닌 ‘배움’이라는 것이 여기 『명심보감』의 <권학> 편이 전하고자 하는 가르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