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무 詩의 온도]① 벼룩을 시제(詩題) 삼아 장난삼아 짓다
작은 벼룩, 떼를 지어 달려드니 紛紛小物自相將
괴로운 밤 어이 날까, 한 해보다 길구나 辛苦短宵若歲長
너의 몸 날쌔다고 자랑마라 莫道爾身兼銳勇
나의 손톱 강하단 걸 알아야지 爲看吾爪甚堅剛
사람을 쏠 때는 모래 뿜는 물 여우처럼 射入正似含沙蜮
사람과 견줄 때는 수레바퀴 막는 사마귀처럼 較大還如拒轍蜋
파리 떼에 못지않네, 진실로 밉구나 堪比蒼蠅誠可嫉
벼룩 미워하는 마음 구양수에게 배우네 今來憎此學歐陽
『영처시고 1』 (재번역)
[한정주=역사평론가] 하찮고 보잘것없는 미물인 벼룩조차 시가 되는데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이 시가 되지 못하겠는가?
이덕무는 말한다.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고요히 생각을 모으면 반드시 지혜의 구멍이 환하게 밝아진다. 그 순간 한 번 눈을 굴리면 세상 모든 사물이 나의 글이 된다.”
우주 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시적 대상’이자 ‘시적 존재’로 보는 미학이야말로 시를 바라보는 이덕무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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