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에 품고 있는 뜻과 기운이 범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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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에 품고 있는 뜻과 기운이 범상치 않다”
  • 한정주 역사평론가
  • 승인 2020.04.08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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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 詩의 온도]⑤ 멋대로 짓다

『음부경』으로도 세상 살기 어려운데    陰符經難涉世
『참동계』인들 어찌 수명 연장하겠는가  參同契豈引年
마음 쏟아 얽매일 사물 어디에도 없으니  渾無一物掛戀
하늘 땅 사이 흰 구름만 넓고도 크구나   白雲天地浩然
『한객건연집』(재번역)

[한정주=역사평론가] 사람의 앞날을 내다보는 책 『음부경』과 『참동계』를 형상화하여 운명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뜻과 활달한 기운을 드러냈다.

이러한 까닭에서일까. 이 시를 읽은 청나라의 지식인 이조원은 단번에 이덕무가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뜻과 기운이 범상치 않다”는 사실을 알아보았다.

마음 속 생각과 가슴 속 기운을 글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생각과 기운을 글로 형상화하여 표현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표현은 언어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시작(詩作)은 언어의 한계에 도전하는 최전선의 작업이다. 천 마디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것을 한 마디의 시어(詩語) 혹은 한 구절의 시구(詩句)로 압축하여 표현한다.

압축은 동시에 생략이다. 천 마디 말을 한마디 말로 압축하는 것은 나머지 구백 구십 구 마디 말을 생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압축과 생략의 묘미, 시를 읽는 재미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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