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강변과 장대한 산맥 풍경…춘천 삼악산
상태바
탁 트인 강변과 장대한 산맥 풍경…춘천 삼악산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0.04.16 0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㉑ 정상 오르면 호반의 도시 춘천시가 한눈 가득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이른 새벽 슬기로운 유권자 생활을 마치고 주섬주섬 배낭을 꾸려 춘천 삼악산(654m)으로 향한다.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에 진입한 차는 막힘없이 속력을 내 강촌IC로 빠져나와 강촌유원지 방향으로 접어든다. 차창을 내리니 청량한 봄바람과 연둣빛 초록 기운이 스미고 끝물인 벚꽃은 바람결에 나풀나풀 흩어진다. 익어가는 봄날의 고운 풍경들이 길손의 마음을 화사하게 한다.

국도를 따라 10분쯤 달리다가 북한강 강촌대교를 건너 삼거리 교차로에서 경춘가도(46번 국도)와 합류해 삼악산 들머리 등선매표소에 도착한다.

삼악산은 수도권에서 가깝고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탁 트인 강변풍경과 장대하게 펼쳐진 산맥을 보며 마음 풀어 놓기에 제격이고 매력적인 산행 코스다. 북한강과 의암호의 푸른 물줄기를 아우르는 조망이 아름다워 많은 등산객이 모여든다.

주봉인 용화봉(655.8m)을 비롯해 청운봉(546m)·등선봉(632m) 등 3봉에서 삼악산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세 봉우리에서 뻗어내린 능선이 암릉을 이루고 사방은 급경사다.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오늘 선택 코스는 등선폭포 주차장-흥국사-정상-동봉-상원사-의암매표소로 하산하는 5km 구간 약 4시간 코스다.

들머리 매표소에서 몇 발자국 걸으니 먹거리를 파는 집들이 네댓 집 들어서 있다. 산꾼이 꾀이면 먹거리와 입거리가 있게 마련이다. 잠깐의 걸음으로 상가를 지나친다.

처음부터 협곡의 기암괴석과 주름진 계곡을 감아 돌아 쏟아지는 은빛폭포가 절경이다. 등선제1·2폭포·백련폭포·비룡폭포·주렴폭포의 청량한 물소리가 거친 듯 매끈한 듯 산객의 마음을 상쾌하게 적셔준다.

산길은 폭포 옆 급경사 계단으로 이어지고 폭포 위로 오르면 아래는 선녀탕·옥녀탕이 선녀와 나무꾼의 고혹적인 전설이 된다. 수정 같이 맑은 물은 크고 작은 바위돌을 감돌아 소(沼)를 만들고 명경지수(明鏡止水)를 이룬다.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점입가경의 골짜기를 벗어나 이마에 땀이 맺힐 무렵 명당자리에는 가부좌를 튼 흥국사(興國寺)가 들어서 있다. 신라의 고찰로 태봉을 건국한 궁예가 왕건에게 패해 쫓겨났을 때 이곳에 잠시 몸을 피했다는 야사가 남아 있다.

잠시 숨을 내려놓으며 대웅전 앞에 마련된 맑은 감로수 한 쪽박으로 마른 목을 축이고 절 마당을 나선다. 작은 절집 흥국사를 지나면서 바로 오르막 데크 계단이 시작되고 얼마 걷지 않아 완만한 능선으로 올라 쉼의자가 놓여있는 작은 초원을 만난다.

삼악산 허리에도 완연히 내려앉은 봄날 눈앞엔 연분홍 진달래가 수줍게 한아름 피어있다.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조금 더 올라 가파른 333돌계단 길은 들숨과 날숨의 팽팽한 밀고 당김이 되풀이되면서 체력을 시험하게 만든다. 돌계단을 오르고 나면 제법 큰 평지에 넓다란 초원이 나온다. 청량한 소나무숲을 이루고 있는 솔숲에서 가쁜 숨을 고른다.

초원을 지나 정상 용화봉은 약 10분 거리에 있지만 비탈길은 가팔라진다. 돌맹이와 바위가 엉킨 길을 걷다 보면 하늘문이 열리고 삼악산 용화봉의 정상 표지석을 만난다.

정상에서 휘둘러 보는 조망은 무릎을 칠 정도로 광활하고 아름답다. 호반의 도시 춘천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의암호와 붕어섬이 입을 벙긋거리며 반기는 듯하다. 마루금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산너울이 되어 끝없이 이어진다.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정상 아래 소나무가 어우러진 숲에서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 후 천천히 하산길에 접어든다. 상원사 쪽으로 하산하는 길은 처음부터 급경사로 200m 내려오면 동봉이고 암능으로 이어진 날카롭고 돌출된 바위길이다.

바윗길 주변의 노송은 뿌리를 훤히 드러내놓고 마치 분재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생명의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의암댐과 경춘국도가 아찔하게 내려다보이기 시작한다. 철계단과 디딤쇠, 매어진 로프를 잡고 얼마간 내려왔을까 깔딱 고개에 이른다.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고개에서 거친 돌길 너덜지대를 내려오면 상원사에 이른다. 올랐던 길이 흙길 육산이었다면

내려오는 길은 가파른 암릉길로 주의를 요한다. 상원사에서 10분쯤 내려서면 삼악산장이 보이고 산장을 지나 2~3분이면 날머리 의암매표소에 도착한다.

배낭을 내려놓으며 좋은 산행 친구와 명산에서 함께하는 기쁨(喜與樂山友)에 더없이 흐뭇했다.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