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궁중화가 이택균 ‘책가도 병풍’ 서울시 유형문화재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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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궁중화가 이택균 ‘책가도 병풍’ 서울시 유형문화재 지정
  • 이성태 기자
  • 승인 2020.08.0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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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예박물관 소장 이택균 필 '책가도 병풍' [서울시 제공]
서울공예박물관 소장 이택균 필 '책가도 병풍'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조선시대 궁중화원이자 ‘책가도의 대가’ 이택균(李宅均) 필(筆) ‘책가도 병풍(冊架圖 屛風)’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로 지정한다고 6일 밝혔다.

‘책가도 병풍’은 서울공예박물관 소장품으로 모두 10폭의 병풍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구도를 취하고 있다. 매폭마다 세로 3단 또는 4단의 서가(書架)를 배치하고, 그 안에는 각종 서책과 골동품을 자세히 그렸다.

두루마리·인장·필통·벼루·붓 등의 문방구류, 다채자기·청동기와 같은 고동기물, 수선화·불수·복숭아 등 화훼 과일류와 함께 백옥 잉어, 공작 깃털, 시계 등이 화려한 색채로 세밀하게 그려진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또한 조선후기에 유행한 문방 애호 풍조가 서양화의 시점과 구도, 채색기법 등으로 구현돼 당대의 보편적 미의식과 문화적 특질,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문방청완(文房淸玩)의 취향을 따르는 각종 ‘공예품’을 책가에 배치한 모습을 그린 ‘책가도’는 ‘책거리(冊巨里)’라고도 불리며 중국 청나라의 영향을 받아 조선후기 18세기부터 왕실을 중심으로 제작되기 시작했다.

19세기에는 문인들뿐 아니라 기술직 중인과 부민요호(富民饒戶) 계층으로 확대돼 폭넓게 향유되었는데, 이택균 필 ‘책가도 병풍’도 이러한 조선후기의 물질문화사의 단면을 보여준다.

작품에서는 병풍 각폭마다 그려진 서가 칸의 옆면이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어둡게 표현되는 ‘명암법’, 책을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 그리는 ‘투시도법’을 적용한 서양화법이 확인된다. 당시에는 이를 ‘사면척량화법(四面尺量畵法)’이라 불렀다.

또한 서양의 ‘트롱프뢰유(실물과 같은 사실적 묘사) 기법’과 중국의 ‘다보격경도(多寶格景圖: 원근법과 입체감을 살려 책과 문방구를 그린 그림) 양식’과 같은 외래 문물에 대한 개방적 태도와 함께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동시에 잘 드러난다.

특히 ‘책가도 병풍’ 안에 숨겨 그려 놓은 ‘은인(隱印)’을 통해 작가와 제작시기를 추정할 수 있어 회화사적 가치가 높다.

이택균은 유명한 화원집안 출신으로, 그의 조부 이종현과 부친 이윤민도 책거리를 잘 그렸다. 이택균의 본명은 이형록으로 57세 되던 1864년 이응록(李膺祿)으로 개명하고 다시 64세인 1871년 이택균(李宅均)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현재 이형록, 이응록, 이택균의 ‘책가도’ 가운데 ‘은인’이 있는 작품은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10폭 병풍 등 국내외에 10여폭이 남아 있다. 그중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로 지정 예정인 이택균 필 ‘책가도 병풍’의 ‘은인’은 병풍의 두 번째 폭에 있는데 “이택균인(李宅均印)”이라는 글자가 음각으로 새겨진 도장으로 그려져 있다.

이에 따라 서울공예박물관 소장 이택균 필 ‘책가도 병풍’은 제작시기를 1871년 이후의 19세기 작품으로 추정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택균 필 ‘책가도 병풍’은 조선후기 상품경제가 발달하고 소비문화가 확산되던 풍조를 시각적으로 잘 대변해 준다”면서 “작가의 작품 가운데서도 화격이 가장 뛰어나고 보존상태가 좋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로 지정하여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서울시보에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서울특별시 문화재위원회(동산분과)의 심의를 거쳐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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