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미술관, ‘정물화’ 고민 정덕현·‘시간의 흐름’ 사유 박윤지 개인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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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미술관, ‘정물화’ 고민 정덕현·‘시간의 흐름’ 사유 박윤지 개인전 개최
  • 심양우 기자
  • 승인 2020.09.0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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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라인, 종이에 연필, 먹, 호분, 겔미디엄, 91x91cm, 2020. [OCI미술관 제공]
테이블 라인, 종이에 연필, 먹, 호분, 겔미디엄, 91x91cm, 2020. [OCI미술관 제공]

OCI미술관이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2020 OCI YOUNG CREATIVES의 선정작가인 정덕현·박윤지의 개인전 ‘테이블 라인’과 ‘pest present’를 3일부터 26일까지 동시에 선보인다.

정덕현의 전시명 ‘테이블 라인’은 정물화에서의 테이블과 배경을 구분 짓는 경계선을 뜻하며 정물화 자체를 칭하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작가는 오랜 시간 정물화를 그려오며 ‘잘 보는 것’, ‘잘 그리는 것’에 집중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단순히 정물화의 주제군에 들어갈 법한 기념비적 사물 그리기가 아닌 전시명 ‘테이블 라인’ 명칭 그대로 경계선에 주목한다. 사물 자체의 상징과 효과를 담아내 회화가 가진 영향력을 그대로 믿고 타협하거나 같은 사물을 반복해 그리며 전혀 다른 제목을 붙여 무엇을 그린 것인지 의아함을 느끼고 의심하게끔 하는 두 주제는 경계선을 이루며 모두 같은 사이즈로 전시장을 빼곡히 두른다.

크고 작은 사회적 이슈 또는 작가 개인의 일상을 담은 작품 ‘스틸 라이프’ 시리즈는 작가 특유의 재치와 은유가 담긴 제목을 얻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임에도 위트를 함께한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시도한 연작 ‘○○이 있는 정물’ 시리즈는 같은 정물을 반복해 그린 작업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동일한 데 서로 다른 제목을 붙여 앞의 스틸라이프 연작이 주는 영향에 대해 의심하고 재차 생각해 보게끔 한다.

작가는 그리기 자체에 대한 믿음과 의심을 기반으로 회화라는 넓은 영역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풀어나갈 것인지 고민한다. 테이블 라인이라는 실재하지 않는 외곽선을 그어 경계를 만들고 이미지와 제목을 배타적 관계에 놓아 의심의 국면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forever, full hd, bw, 06’14″, 2018. [OCI미술관 제공]
forever, full hd, bw, 06’14″, 2018. [OCI미술관 제공]

박윤지의 개인전 ‘pest present’에서 작가는 짐작할 수 없는 시간이라는 현실 세계의 존재에 방향성을 부여해 이미지화시킨다. 작품 속의 시간은 물과 빛이라는 근원적인 물질을 매개체로 삼아 창문을 뿌옇게 덮으며 흐르거나 숲 풀 속에서 햇빛에 반짝이고 물줄기가 되어 부서지고 구획된 공간에 담겨 일렁이며 현재의 존재를 들춰 보인다.

명확하면서도 추상적인 이미지와 감각적인 공간 구성이 돋보이는 이번 전시는 낮은 조도의 전시장을 둘러싸는 대형 설치 작업 ‘shattered screen’으로 시작된다. 길게 연결된 막은 투명하게 그 내부를 비춰 보이다가도 이내 뿌옇게 어른거리며 4점의 모니터 영상작업과 호흡을 같이 한다.

고요한 적막 속, 분주히 모습을 바꾸며 나타나는 시간의 형체는 크지 않은 모니터 프레임 속에 머물다가 벽면을 가득 채우기도 하고 이내 또 다른 설치 작업 ‘shattered light’에 빛으로 담겨 반짝인다.

작가는 이전 두 번의 개인전에서 이미 ‘과거’와 ‘미래’를 다뤘다. 모두 ‘현재’에서 발견한 과거와 미래의 이미지들로 ‘현재’의 기준에서 바라보는 다른 시제의 것들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재 그 자체’를 기록하며 흐르는 시간의 방향성을 어떤 이미지로서 나타낼 수 있을지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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