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과 호수에 마음 풀어 놓기 제격…괴산 산막이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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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과 호수에 마음 풀어 놓기 제격…괴산 산막이옛길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0.10.2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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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㉟ 제주 올레길·지리산 둘레길과 3대 트레킹코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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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높푸른 하늘이 곱다. 산자락 비탈 나뭇잎새가 노랗게 빨갛게 혹은 갈색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길가에 향기 가득 품은 구절초도 보송하고 단정하다.

충북 괴산의 명품길 산막이 옛길을 걷는다. 괴산군 칠성면의 괴산댐이 있는 사오랑 마을에서 산막이 마을까지 이어지는 10리 숲길이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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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댐이 생기면서 원래 강가에 있던 길이 물에 잠겨 산자락으로 새로 낸 길로 얕은 산과 호수를 끼고 잘 만들어진 트레킹코스로 누구나 반할만한 길이다.

길은 고요해서 귀는 잠잠해지고 길과 호수에 마음 풀어 놓기 제격이다. 깊은 산속 잔잔한 호수와 편안한 산길엔 노송과 잡목이 우거지고 하얀 까실쑥부쟁이가 길손을 환하게 반겨준다. 호숫가 선들바람이 불어와 코끝에 와 닿는 공기가 청량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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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향기 맡으며 걷는 능선길. [사진=이경구]

산막이 길은 가벼운 초급 산행길이며 명품 트레킹 코스로 알려지면서 제주 올레길 만큼이나 유명세를 타고 있다. 산막이는 산의 마지막, 즉 산이 막혔다는 뜻이다.

코스는 걷기코스와 등산코스가 있다. 산행은 450m 남짓한 등잔봉과 천장봉 두 개의 산봉우리를 거쳐 산막이마을로 내려와 연화협 구름다리까지 걷기길이며 유람선을 타고 돌아나갈 수 있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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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를 따라가다 보면 소나무동산과 정사목 노루샘까지는 옛길코스와 같고 길 초입 작은 골짜기엔 출렁다리가 있어 솔밭 위를 걷는데 출렁거리는 움직임에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하며 생쾌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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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뱅이 약수. [사진=이경구]

노루샘에서 산책로와 등산로가 갈린다. 등산로는 4.4km 3시간 코스다. 노루샘을 지나 등잔봉을 향한다. 가파른 구간도 있지만 비교적 완만하여 힘이 들지 않는다.

노루샘에서 등잔봉까지는 약 900m. 등잔봉은 옛날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간 아들의 급제를 위해 등잔불을 켜놓고 100일 기도를 올렸다하여 불려지는 명칭이다.

등잔봉에서 바라보는 호수와 마을풍경이 평화롭고 넉넉하다. 산이 호수 위에 내려앉고 호수는 온 세상을 수용하는 듯하다. 멀리 오른편에 산막이 마을이 보인다.

[사진=이경구]
멀리 오른편에 산막이 마을이 보인다. [사진=이경구]

등잔봉에서 내리막길을 걷다가 조금 더 올라가면 한반도 전망대가 나온다. 우리 국토지형을 닮은 풍광을 볼수 있는 전망대다. 물굽이 흐르는 저편으로 산세가 이어지며 한반도 모양과 비슷하다.

잠시 쉬며 다시 행장을 멘다. 완만한 능선길을 걸어 천장봉으로 향한다. 300m 정도 걸으니 울창한 노송과 가을을 담은 괴산호수의 풍광이 감춰둔 비경인 듯 아름답다.

이곳에서 진달래 능선을 따라 산막이마을쪽으로 하산하는데 심한 내리막길이다. 산막이 마을은 산으로 막힌 오지마을. 마을 윗쪽엔 조선중기 영의정에 올랐던 노수신이 을사사화 때 유배와서 거처했던 수월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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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호에도 추색이 완연하다. [사진=이경구]

마을은 산과 호수 소나무숲과 들꽃들이 어우러져 자연미를 흐트러짐 없이 보여주어 마음 편해진다.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 보인다.

산막이옛길은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과 3대 트레킹 코스라 불리는데 혹자는 부산 이기대 길을 꼽기도 한다.

[사진=이경구]
연화협 구름다리. [사진=이경구]

이 길 위의 사람들도 찾아온 이유는 각기 다르겠지만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모양새는 예사 길과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이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는 향긋한 사람냄새와 따뜻한 평화가 느껴진다.

느릿한 걸음으로 걸은 청정자연속 산막이 옛길 등산. 가을동화처럼 잔잔한 호수길을 걸으면

지친몸과 마음이 시나브로 치유되는 나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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