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송악산까지 거칠 것 없는 가을 전망…파주 감악산
상태바
개성 송악산까지 거칠 것 없는 가을 전망…파주 감악산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0.11.03 1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㊱ 청산계곡 그윽한 솔향기와 묵은 흙냄새 일품
[사진=이경구]
임꺽정봉. [사진=이경구]

파주 감악산(675m)을 오른다. 평일 산중의 아침은 고요하기만 하며 아침 기온이 접어 올렸던 소매를 서둘러 내리게 만든다.

파주 북동쪽에 자리한 감악산은 경기 오악(五岳) 중 하나로 바위 사이로 검은 빛과 푸른 빛이 동시에 나왔다 하여 감색 바위산이란 뜻의 이름을 가졌다.

단풍철이라서 산 들머리가 되는 법륜사 부근엔 산객들이 제법 보인다. 등로에 곱고 은은한 빛깔의 산길은 선홍빛 가을 단풍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고 낙우송과 낙엽활엽수들이 큰 키를 자랑하며 잎을 떨어뜨리고 있다.

법륜사를 들머리로 법륜사→뭍은밭→까치봉→정상→임꺽정봉→장군봉→악귀봉→법륜사 7km 약 4시간 원점회기 코스로 오른다.

[사진=이경구]
출렁다리. [사진=이경구]

감악산 둘레길 시작점에 위치한 출렁다리는 설마천 협곡위 산과 산 사이를 이어 놓은 150m의 현수교. 아찔한 전율을 느끼면서 다리를 건너면 법륜사 바로 아래에 있는 운계폭포가 나온다.

폭포는 수직으로 떨어지며 흐르는 모양이 명주 실타래를 닮아 명소로 꼽히지만 수량이 다소 아쉽다.

[사진=이경구]
법륜사의 가을. [사진=이경구]

법륜사를 얼마 가지 않아 숯가마터를 만난다. 오래전 이곳 사람들이 숯을 굽던 가마터다. 가마 구덩이엔 지금도 까맣게 그을린 흙과 돌을 볼 수 있다.

가마터를 지난 등로는 돌이 흙보다 더 많다. 괜히 ‘악’ 자를 붙인 것이 아님을 실감케 한다.

[사진=이경구]
가을빛에 잠긴 법륜사. [사진=이경구]

너덜길 오르막으로 조금 오르면 묵은밭 삼거리가 나오고 좌측은 까치봉 우측은 장군봉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좌측으로 올라 운계능선을 만나 능선을 따라 걷는 길엔 데크를 잘 설치해 놓았다.

까치봉이 가까워지며 터지는 조망과 기암괴석, 분재 같은 노송이 눈길을 끌며 보는 즐거움이 좋은 산길이다.

[사진=이경구]
감악산의 매력은 툭 트인 조망이다. [사진=이경구]

까치봉에서 약 20분 오르면 정상이다. 정상에는 풍파에 희미해진 감악산비가 서 있고 북쪽으로 군사 시설물과 TV 중계탑, 철조망으로 막혀 아쉽다. 여기에 강우레이더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산만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휴전선과 가까워 임진강과 북한산·소요산·개성의 송악산까지 눈에 들어오며 툭 트인 전망은 거칠 것이 없어 가슴이 뻥 뚫린다.

[사진=이경구]
멀리 남과 북을 사이로 흐르는 임진강이 보인다. [사진=이경구]

발길을 옮겨 임꺽정봉을 거치고 바로 아래에 있는 장군봉에 닿는다. 눈 앞에 펼쳐진 거대한 한 폭의 산수화가 넋을 잃게 만든다.

경치와 조망은 임꺽정봉이 정상보다 한 수 위다. 임꺽정이 관군의 추격을 피해 숨어 있었다는 임꺽정봉. 경기 양주의 백정 출신 천민으로 지배층의 수탈에 저항해 빼앗은 재물을 빈민들에게 나누어준 의적 임꺽정을 키운 감악산 굽이굽이마다 그의 고함소리와 발자국들이 남아 있는 듯하다.

[사진=이경구]
진흥왕 순수비로 추정되는 감악산 정상 비석. [사진=이경구]

장군봉을 뒤로하고 악귀봉에 올랐다가 하산길로 접어든다. 청산계곡길을 따라 법륜사로 내려오는 길도 역시 돌길이지만 가파르지 않고 수월한 편이다. 청산계곡의 그윽한 솔향기와 묵은 흙냄새가 일품이다.

산이름에 ‘악’ 자가 들어가는 산은 힘들다는 얘기가 있지만 감악산은 예외다. 위험한 산행지가 아니며 긴 종주 코스를 잡지 않는 이상 산행도 4시간 정도면 마칠 수 있다.

[사진=이경구]
임진강이 손에 잡힐 듯 흐른다. [사진=이경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